네이트판 http://pann.nate.com/talk/331054088
때는 2년 전...결혼한지 한달이 좀 넘어가는 시점에 난 일을 잠시 그만 둔 상태여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점심때가 좀 지났을 무렵 어머니가 분홍색 큼지막한 보짜리를 들고 찾아오심
난 무슨....갈비라도 재워왔을까봐 이게 다 어쩐거냐며 기대하고 보따리를 받아 풀러보는데
대체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쉰내나는 나물무침 찌든짠지 딱딱한 조림 찌린내나는 말린생선무침 아삭하지 않고 물렁거리는 겉절이 등.. 혼돈의 반찬들만 잔뜩 들어있었음..
특히 그 물렁한 무말랭이는 아직도 그게 무였는가 지렁이었는가 아리송할 정도로 물렁했음
난 처음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거지 하고 어머님을 쳐다봤는데
어머님 왈 "뭐하냐? 얼른 집어 냉장고에 넣어라 상하겠다. 느그 주려고 열심히 해왔다."
날 주려고 만드신 것 치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드신 것 같은 오래된 음식들인데 남편주지말고 너 챙겨먹어라 하시는걸 보고 상황파악이 되자 부아가 치밀었음
뭐지 이게 시집살이의 시작인가? 하는 생각에 어머님을 골탕먹여야겠단 생각을 함
그래서 활짝 웃으며 어휴 고마워요 어머니 잘 먹을게요 하면서 조금 있다 가시라며 차를 타온 후 넉살좋게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시어머니를 남편 퇴근할때까지 붙잡아뒀음
남편이 오자마자 버선발로 뛰어나가시는 어머니 뒤에 대고
"여보 어머니가 반찬 잔뜩 싸오셨어 같이 먹자 어머니 드시고 가세요" 하고 호들갑 떨면서
바로 부엌에 달려가서 썩은음식 몽땅 꺼내 뚜껑 열기 시작하니까 시어머니 기겁해서 너희들은 새로 해서 먹어 하면서 뚜껑을 다시 닫으시는데
내가 "어휴 그러지마시고 드시고 가세요" 하면서 음식 못 치우게 아예 찬장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서 그릇에 죄다 음식 옮겨 담아 식탁에 차려놓음
내가...어머님보다 힘이 세서 날 말릴 수 없음 음식 치우시는속도보다 내가 차리는 속도가 더 빠름빠름
자꾸 치우려들길래 "오빠 어머님좀 모시고 거실에서 쉬게 해드려 며느리가 일하게 해야지!!" 라고 큰소리로 불렀음
남편이 "엄마 ㅇㅇ이가 할꺼야 이리와서 아들옆에 있어 그냥 차리기만 하는건데 뭘 엄마까지 나서서 그래"하니까 안절부절하면서 더이상 치우지도 못하고 거실과 부엌사이에서 발 동동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까지 세그릇 퍼놓고 어머님이랑 남편 앉혀놨더니
상은 푸집한데 밥상에서 온갖 쉰내와 찌들고 퀴퀴한 내가 작렬..ㅋㅋㅋㅋㅋㅋ
자리에 앉은 남편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냐는 얼굴로 표정 굳어지는데
난 진짜 행복한듯이
"어머니가 오늘 점심때 나 먹으라고 이렇게 잔뜩 해오신거 있지~~^ㅇ^ 혼자만 먹긴 좀 그렇잖아 여보도 어머니 음식 그리웠을텐데~~우아 상다리 부러지겠다~ 어머니도 열심히 해오셨는데 맛은 보고 가셔야죠 ㅎㅎㅎ 얼른 먹자 오빠 많이 먹어 ~~~ 어머니도 얼른 드세요 ~"
하면서 여우같이 웃으니까 남편은 묵묵히 상만 쳐다보고
시어머니 퀘퀘한 밥상앞에서 좌불안석으로 남편 눈치봤다가 나 노려봤다가ㅋㅋㅋㅋㅋ
남편 잠시 묵묵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밥을 먹기 시작하고
어머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저를 들면서 셋이 그 퀴퀴한 밥상에서 밥을 먹는데
쥐죽은듯이 고요한 정적이 찌든 반찬냄새와 함께 감돌았음
잘 보니 남편이 원래 있던 집김치하고만 밥을 먹고 있길래 일부러 퀴퀴한 음식 집어다 밥 위에 올려주면서 이것도 좀 먹어봐 어머님이 해오신거야 하니까
어머님 표정이 정말 날 죽이려드는 느낌 ㅎㅎㅎㅎ
밥 먹고 정말 가라앉은 분위기속에 어머니가 늦었다고 말없이 나가시는데
그 뒤에 대고 푼수같이 "어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 반찬 오빠하고 잘 먹을게요 ~감사해요 어머니~" 하는데 화나셨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불쌍한 남편 쓰레기 먹느라 고생했다고 치맥 쏴줬음
치킨 먹으면서 "나 어머님이 주신 음식 버려도 될까?^^" 라고 하니까 당장 버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남편과 사이좋게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오면서 밤 산책도 하고~
그 후론 어머님이 신선한 반찬만 해 주심 ㅋㅋㅋㅋㅋ물론 날 요망한년이라고 미워하시지만ㅋㅋㅋ
썩은 음식 주시면 그 음식으로 대접해주세요
본인도 못 먹는걸 누굴 먹이시려고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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