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힘든 청소년기 견딘 아이들에 고마워"…성 소수자 가족 불행하게 하는 주범은 한국교회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어느 날 내 아들이 사실 남자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의 고백에 "그래? 엄마는 괜찮아"라고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있을까. 종교를 가지고 있든 무신론자든 자녀가 동성애자라 할 때 "그래 난 너를 지지해"라고 단번에 얘기할 수 있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아직 서구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은 동성 결혼까지 인정하고 있고 혐오 및 차별 발언을 처벌하는 법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를 차별하면 처벌받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개신교에서 이 차별금지법을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성 소수자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 성 소수자 자녀를 인정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부모도 있다. '성 소수자 부모 모임'은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와 가족의 모임이다. 2014년 시작된 이후 매월 한 번씩 꾸준히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와 그 가족들, 성 소수자 당사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어머니 세 명을 만났다. 세 명 모두 모임에서 활동하는 이름이 따로 있다. 라라 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이 되는 과정에 있는 트랜스젠더 딸의 어머니다. 하늘 씨와 지인 씨는 모두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다. 라라 씨는 기독교인, 하늘 씨는 가톨릭교인, 지인 씨는 무교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둔 기독교인 어머니의 생각을 듣고 싶었는데, 인터뷰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머니들은 그동안 쌓인 말이 많은 듯했다. 1시간 반 정도로 예상했던 인터뷰 시간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자녀들이 커밍아웃했을 때 어머니로서 느낀 감정, 죄책감, 극복하기까지 과정을 들었다. 성 소수자의 엄마로서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도 들었다.
내 아들이 성 소수자라니…
자녀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안 엄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도 있다. 라라 씨 경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가 지나친 것 같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하늘 씨는 아들이 먼저 고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알게 된 경우였다.
라라 / 우리 애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러웠다. 초등학교 때도 주로 여자아이들과 놀고 여성스럽다고 놀림당하고 그랬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머리 깎고 교복 입는 것을 싫어했다. 애는 울면서 학교 못 다니겠다고, 홈스쿨링하고 싶다고 앞으로 공부 계획표를 만들어 왔다. 그때 선생님에게 학교에서 하루 종일 엎드려서 잠만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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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애를 어떻게 키웠으면…"
엄마들은 아들이 성 소수자라는 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둔 엄마들은 무지에서 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내가 잘못 키웠기 때문에 애가 동성애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 소수자 부모 모임에 와 보니 동성애자는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늘 / 애한테는 "엄마는 널 지지해"라고 이야기했지만 2년 동안 정말 헛갈렸다. 내 아들이 동성애자인 건 알겠는데 '왜?'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잘 모르니까 정신과 의사, 온갖 상담사들한테 가서 물어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시간 낭비였다. 정신과 의사는 덜한데 상담사는 자기 편견대로 상담한다.
아들의 고백 이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 생활 시작부터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까지 온갖 기억을 다 끄집어내서 구석구석 돌아봤다. 한마디로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내려고 코피 터지게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나는 게 애가 태권도 가기 싫어했는데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은 거, 피아노 치기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시키지 않은 거, 학원 보내다가 안 보내도 공부 잘해서 그만두게 한 거 이런 것밖에 생각 안 나더라. 내 몸이 힘들고 귀찮을 때 애들한테 잔소리하고 소리 지른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나를 돌아본 귀한 시간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반성했고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라라 / '어렸을 때부터 더 엄하게 가르쳤어야 하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긴 했다. 자살 시도한 걸 알게 됐을 때도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심지어 내가 대학 다닐 때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친구 영향으로 관련 영화도 보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성 소수자 부모 모임에 오고 나서 아이들이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 부모님을 만나고 성 소수자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렇게 키운 것이 아니라 성 소수자로 낳은 잘못이라는 걸 인지하게 됐다.
기사 전문
http://m.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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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