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가끔은 아주 가끔은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큰일 아닌데도세상이 끝난 것 같은죽음을 맛볼 때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나의 허물과 약점들이나를 잠 못 들게 하고누구에게도 얼굴을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문 닫고 숨고 싶을 때괜찮아 괜찮아힘을 내라구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조금은 계면쩍지만내가 나를 위로하며조용히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내가 나에게 조금 더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동그란 마음활짝 웃어주는 마음남에게 주기 전에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위로의 선물이라네박남원, 사랑한다는 건세상에서 한 사람을 만나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가슴으로 세상을 연습하는 일이다비가 오면 비에 젖는 바다의 모습으로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다가가는 일이다혹은 불볕 쏟아지는 여름날바람이 저녁 산을 어루만지 듯가슴을 열고목마른 여름길을 홀로 걷던 사람과마주하는 일이다 이제는지친 다리를 쉬게 하는 일이다지상에 존재하는 어느 미물일지라도사랑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니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한 사람의 목숨을 사랑한다는 것그의 웃음 부터 흐르는 눈물까지내 스스로의 것으로 돌려 받는 일이다 그리하여 사랑한다는 것은둘이 똑같은 하나가 되어늘 어둠의 깊이보다 높은 데서 빛나는별들을 한없이 바라보는 일이다임성덕, 가슴에 묻은 사랑헤어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잡을 수 없는바람같은 사랑이라면지체하지 말고 돌아서야 하는데그것은 이성 속에서 외치는 메아리일 뿐마음에선 마음에선도저히 돌아서지지 않는다서로에게 풀지 못할 고통이라면 당신을 위하여나를 위하여헤매지 말고 돌아서야 하는데그것은 이성 속에서 울부짓는 메아리일 뿐마음에선 마음에선당신 없이 못 살겠다고 통곡한다우리의 만남이우리의 사랑이비련이 되어목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가슴을 움켜 쥐고삼켜야 했다깊이를 알 수 없는 서러움을 안은 채 밤이 오면 누운 채로 영원히 눈을 감았으면다시는 내일의 태양을 보지 말았으면죽음의 골짜기에서어제도 오늘도 서성이며 울었다뼈 속까지 파고 드는 그리움을 전신으로 흐르는 그리움을가슴에 묻어야 했다정용철, 이 세상에서 단 한번 뿐이라면이 세상에서단 한 사람과 길을 걸으라면 누구와 함께 걷겠습니까? 단 하루만 살라고 하면 그 날을 어떻게 보내겠습니까? 단 한 사람만 사랑하라면 누구를 사랑하겠습니까? 단 한 마디만 하라고 하면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단 한 가지 일만 하라고 하면어떤 일을 하겠습니까? 단 한 번만 웃으라고 하면언제 밝게 웃겠습니까? 단 한 번만 울라고 하면어느 때 눈물을 흘리겠습니까? 단 한 계절만 살라고 하면어느 계절에 살겠습니까? 단 한 곳만 찾아가라고 하면어디를 찾아가겠습니까? 단 한가지 소원을 기도하라면어떤 기도를 하겠습니까? 우리의 마음이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이 한 해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것들입니까?용혜원, 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그리움이 산처럼 쌓였는데그리 싫지 않으시면산 넘어 길을 내어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그리움이 강처럼 흐르는데잊고 있지 않으셨다면배를 띄워 노를저어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 내 마음 다 바쳐서사랑이 이루어 진다면그리움의 산을 무너뜨리고그리움의 강을 막아모든 것을 다 드리겠습니다 쫒기듯 밀려가는 세월에흙 한줌으로 남을 인생인데마른 줄기 되기 전에살아 목숨 붙어 있을 때 사랑하렵니다 그대에게도 사랑하고픈 마음 있을터이니그리 싫지 않으시면나홀로 뒤척이며지리하게 기다리고 있지 않도록날 찾아오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