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 기다림의 시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무수한 불변의 밤,떨어져 쌓인흰 꽃 밟으며 오는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어디쯤 가까이 와서소리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위위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첫사랑 같은 눈도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그대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싸운다는 것은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사랑은 이렇게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이 밤에 깨우칩니다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고정희, 하늘에 쓰네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하늘에 쓰네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하늘에 쓰네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달나라 광한전 죽지사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동트는 하늘에 쓰네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해지는 하늘에 쓰네김남조, 사랑한 이야기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소녀의 원이라고구김 없는 물 위에차겁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무구한 소녀라무슨 원이 행여 죄되리까만사랑한 이야기야허구헌날 사무쳐도 못내 말하고사랑한 이야기야글썽이며 목이 메도 못내 말하고죽을 때나 가만가만뇌어볼 이름임을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꽃이 지는 봄밤에랴희어서 설운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가이 없는 눈벌에한 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못이 덥듯귀여운 소녀라무슨 원이 굳이 여껴우리만사랑한 이야기야내 마음 저며낼까 못내 말하고사랑한 이야기야내 영혼 피 흐를까 못내 말하고죽을 때나 눈매 곱게그려 볼 모습임을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기막힌 이 이야길 하랍니다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채영순, 비가 와도 좋은 날옛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창밖에 비가 와도 좋다밤은 넝마처럼시름시름 앓다흩어져가고자욱한 안개님의 입김으로조용히 걷히우면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갈매기도 노래하며물을 나는데옛 사람이 그리울 때만은창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속옷이 다 젖도록비가 와도 좋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