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해집니다
피곤하고 졸리운데
당신이 내 가슴에 한없이 파고드시니
대체, 여기는 어디랍니까
현기증 / 김용택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발 아래서 잿빛 자갈을 발견했었지
나는 그때 나의 이름을 어렵게 기억해냈어
나에게 말했지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내일은 음력으로 모든게 잊혀진 과거야
음력 中 / 심보선
여름 끝자락에 내린 소낙비는
너도 나도 젖게 만들었다
너는 옷이 젖고
나는 마음이 젖었다
소낙비 / 유진
"그냥 갈거야?"
네 손길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부드럽고 질기고 단호한 힘이 들어있었다
그건 사랑에 빠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첫사랑 中 / 성석제
참숯처럼 검은
너의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눈을 뜨고도 감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그믐밤 길에
나에게 다가오던 별이 있었다
내 품안에 스러지던 별이 있었다
지상에도
별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 정채봉
나는 여기 있다
네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오래
네가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나는 어리다 中 / 박시하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신달자
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좋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과 다르지.
행복은 불행 속에 있을 수 없지만 좋다는 것은 불행 속에도 있으니까.
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국가의 사생활 中 / 이응준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네가 어디서 몇만 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속을 소리 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다볼게
천 년 동안 소리없이 고백할게
천년동안 고백하다 / 신지혜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묘비명 / 나태주
이별은
별이 되는 것
이 한 칸 띄우고 별
한 칸, 그래
한 걸음 멀어졌을 뿐이다
그 별도 아니고
저 별도 아니고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나는 별
너는 나의
별이 되었을 뿐이다
이별 / 이장근
당신은 내 인생에 축제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이별 연습 中 / 장시하
침대에서 천장까지 눈으로 그리다가
수백 개의 모서리들이 내게 쓰러져 잠드는 밤
침대로 찾아오는 것들 중
가장 슬픈 게 당신이에요
침대2 中 / 박연준
죽지 말라고
살아 있으라고 내리는 비는 아름다웠다
비에 목을 맨 것도 처음이었다
구멍 / 여태천
나는 지금 그대의 종말과 나의 죽음을 바꾸고 싶다
후회 없겠다
행복 하겠다
내 눈물에 침몰하는 내가 싫다
그녀에게 中 / 강효수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밤새 내린 비 / 이정하
위안이 되는 것은
너 역시 같은 태양 아래 있다는 것
숨을 곳이 생기면
너를 부르마
미친 여름의 노래 中 / 황인숙
너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
화분을 심었다
아침마다 바람이 답장을 두고 갔다
편지 / 이훤
나는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없이 바라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 中 / 피천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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