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따뜻한 그리움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나에게 기대는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김 오르는 그리움이라면 좋겠네이형기, 낙화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김광규, 달팽이의 사랑장독대 앞뜰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달팽이 두 마리얼굴 비비고 있다요란한 천둥 번개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여기까지 기어오는데얼마나 오래 걸렸을까멀리서 그 그리움에 몸이 달아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움직이지 않는 속도로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이제 몸을 맞대고기나긴 사랑 속삭인다짤막한 사랑 담아둘집 한칸 마련하기 위하여십년을 바둥거린 나에게날 때부터 집을 가진달팽이의 사랑은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서정윤, 꽃에게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그는 생명을 잃고 비틀거리고너의 아름다움에내가 손 내밀었을 때너는 이미 내 손을 의식하고내가 원할 것같은 곳으로 움직여자신의 눈빛을 잃어버렸다내가 너를 가지지 않음으로너는 내 속에 꽃으로 피어영원히 가질 수 있다너를 위해 너를 보내고나는 너를 가진다이외수, 진달래 술생각납니다폐병 앓던 젊은날에는 양지바른 산비탈각혈한 자리마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지요지금은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부질없는 욕망은 다 버렸지만아직도 각혈같은 사랑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술 한잔 주시겠습니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