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이상 눈 오는 게 마냥 설레지 않을 때
어릴 땐 눈오면 쌓일 때까지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다가
저녁 즈음 돼서 소복히 쌓이면 장갑끼고 목도리 칭칭 두르고 나가면
이미 나와 있던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이랑 눈 가지고 놀고
가끔은 비닐 봉투 하나 가지고 나와서 깨끗한 눈만 골라 담고 냉동실에 얼려놓기도 했었음.
하지만 어른이 되면 추워서 나가기 싫음.
나가면 같이 놀 친구도 없음.
그냥 창 밖으로 구경하면서 "예쁘다-" 이게 전부임.
슬픔.
2. 내가 어릴 적에 스스로 믿던 것 만큼 '특별하고 특출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될 때
어릴 적에는 수많은 꿈을 가졌고,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따위는 없었음.
그저 수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았음.
물론, 소망이 현실화될 것이라 믿었기에 항상 내 삶은 반짝반짝 빛났음.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청년기가 되어서는
내가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특출난 사람이 아니구나. 평범한 존재구나, 느낌.
그저 현실적인 현실의 삶을 살아감.
이것도 물론 나쁘지 않음, 나름의 소소한 행복도 많음.
하지만 어릴적 꿈꾸던 빛나고 전도유망하고 희망이 가득 찬 그런 삶은 결코 아님.
슬픔.
3. 부모님이 나이드시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때
어느날 문득 자고 있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푸석푸석한 머리와 아무리 염색해도 금세 자라나곤 하는 흰 머리를 보며,
아빠의 쭈글쭈글해진, 할아버지들의 그것과 닮아가는 손을 보며, 슬퍼짐.
고작 5년 전 사진인데도 깜짝 깜짝 놀람.
부모님이 너무 젊었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효도하고 좋은 관리란 관리는 다 해드리고 싶은데,
지금 난 평범하디 평범한, 나 먹고 살기 벅찬 학생 혹은 직장인임.
내가 손 쓸 수 있는 것은 없고, 부모님은 늙어가심.
가슴이 미어짐.
4.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다른 것보다 "나,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
연인과 이별함.
어릴 적에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많이 아프긴 해도
'나, 이제 또 언제 사랑하는 사람 만나지?'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음.
하지만 20대 중반, 20대 후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게 걱정됨.
내가 또 다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 적령기가 지나서 무미건조한 결혼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그 자체에 대한 의문과 불안함이 몰려옴.
슬픔.
5. 어릴 적의 순수하고 가까운 관계가 사라져가는 것을 문득 느낄 때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친구관계가 이뤄졌음.
딱히 뭘 해주지 않아도, 딱히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엔 내 친구가 즐겁게 웃고 있었음.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친구란 것은 내가 무언가 주지 않으면, 무언가 애쓰지 않으면 옆에 있어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림.
순수한 관계는 사라진 것임.
그 관계 외에도 수많은, 소소하고 작지만 소중했던 관계를 가졌던 사람은
전화번호를 알아도 연락을 할 수 없게 됨.
그 시절이 그립지만, 연락을 하고 다시 만난다해도 딱히 할 얘기가 없음. 데면데면함.
이미 각자 살아온 삶의 길이 너무나 다름. 너무나 멂.
그걸 알기에 연락을 못 함.
그렇기에 추억으로 남겨둠.
하지만 옛날에 그 친밀하고 찬란하던 그 시절에,
내 옆에 있던, 잠시 나의 친구였던 그 누군가와의 그 날이 그리움.
바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다 어느날 문득 생각하면
슬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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