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감상하며 즐기고 싶었는데 꽃은 흙으로 몸을 숙이고 있다 급하게 물을 챙기고 햇빛을 두려 베란다에 심어놔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예쁜 겉모습을 숨기지 못한 채 내게서 고개를 떨구었다
어깨에 소복히 쌓인 눈을 난 손으로 치웠다
바닥에 그을린 자국이 내 마음을 담는 거 같다
방금 놓쳐버린 그녀의 소리가 눈으로 소화 돼 내게 떨어진다
멀리 떨어진 가게의 판넬이 달그락 달그락 바람에 흔들린다 몇 년 전에 그 앞에는 주름이 세월에 박힌 할머니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고 난 그 인사를 무참히 접어두고 갈 길을 갔었다 헐고 낡은 가게는 내게 끝까지 밥 먹었는 지 따뜻한 안부를 묻고 있고 그 앞에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인스티즈앱
김혜윤 키 158이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