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는 슈퍼맨이었다

할아버지는 밤이면 머리맡에서 내가 잠들때까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었고
앉은자리에서 팽이며 썰매, 방패연까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꾼이었다
할아버지는 가끔 낡은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달렸다
분명 나보다 나이가 많은, 군데군데 녹이 슬고 항상 삐걱거리는 낡아빠진 자전거였지만
나는 그 자전거의 뒷자리를 좋아했다
할아버지의 등은 넓고 푸근했다
그 등에 기대어 바람이 볼 언저리를 간지럽히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고,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었다

한 가지, 할아버지가 내게 해줄 수 없는 건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글을 모르셨다
그래서 어린 내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떼를 쓰면 항상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더이상 떼를 쓰지 않게 된 건 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이었다
어느새 나는 할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지도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지도 않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등에 매달려 자전거를 타는 일도 없어졌다

내가 커갈수록 할아버지의 등은 점점 굽어지고 작아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내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가끔 할아버지는 나를 붙잡고 이게 무슨 글자냐고 묻고는 하셨다
내가 글자를 알려드리면 할아버지는 한참동안이나 그 글자를 들여다보셨다

어느 날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옛 집에 남으셨다
나는 가끔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그 때마다 할아버지는 버선발로 나를 반겨주셨고
내가 갈 때면 내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셨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할아버지는 나에게 봉투 하나를 주셨다
내가 그 봉투를 열어본 건 휴가를 나와서 였다

봉투 안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그린 것처럼 써진 편지와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가 몇 장 들어있었다

그게 할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였다

'하라버지가' 라고 적힌 첫 문장부터 몇 번을 지우고 고쳐 쓴 흔적이 있는 그 편지엔
아직 할아버지가 계셨다

우리집안 남자들의 내력인지 할아버지는 별로 표현하시는 일이 없으셨다
편지 안의 휘갈겨 쓴 글자 안엔 20년 동안 날 지켜보시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비가 오면 말없이 내 머리위로 손을 올려 비를 가려주는 그 한 뼘의 손이
날 태우고 열심히 페달을 밟던 그 발이
가끔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들면 느껴지던 그 따스함이
언제나 항상 주기만 하셨던 그 마음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 만큼 난 많이 잊고 산다

하지만 언제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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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뭐야ㅋ 아이유는 장발이지 무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