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이 깨어나는군. "
찌뿌둥히 눈을 뜬 사내는, 낯선 방안의 풍경을 맞이해야 했다.
" 으응...? 여긴...? 어디...? 뭐야? 이? 뭐?? "
" 크흠! 하나같이 똑같군. "
주변의 풍경에 당황하던 사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본인의 사정을 깨달았다.
사내는 방 안의 다른 이들처럼, 바닥에 고정 된 의자에 꽁꽁 포박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치 어떤 창고인 듯, 4면이 모두 회색의 시멘트벽으로 막혀있는 공간. 그곳에 4명의 사람이 각각의 벽 쪽에 한명씩 포박되어 있었다.
바닥에 강력하게 고정되어 있는 강철 의자에, 손을 뒤로해 '꽉' 묶인채로 말이다.
사내는 몸을 흔들며 발광했다!
" 뭐야! 여기 어디야?! 뭐냐고 이게! "
" 이보게~! 진정하게나. 우리도 지금 그게 궁금해 미칠 것 같으니 말일세. "
몸부림을 멈춘 사내는 말해오는 오른쪽 벽의 노인을 보았다.
" 일단 먼저 통성명이나 하지. 자네는 누군가? 난 '박노인'이라고 하네. "
" ...전 '김남우' 입니다. 근데! 지금 이 상황이 뭐죠?! 여긴 어디죠?! "
대답은 왼쪽의 중년인에게서 들려왔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애꾸의 중년인이었다.
" 난 '애꾸'다. 보시다시피,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의해 납치당했고. 여기 이 쪽방에 감금당한 상태지. "
곧이어 남우의 맞은편에서도 젊은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 전 '임여우'라고 해요. "
" ... "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셋은 김남우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 김남우씨 당신, 살인범 인가요? "
" ? "
일순간 김남우는 이해를 못했다.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란 말인가?
어리둥절한 김남우의 얼굴 표정을 읽은 오른쪽 노인이 말해주었다.
" 벽을 보게. "
그 말에 김남우의 고개가 시멘트 벽을 향했고, 4면의 벽에 각각 적혀있는 4줄의 '붉은 글씨'를 보았다.
[ 이 중에 누군가는 살인범이다- ]
[ 이 중에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실수였다- ]
[ 이 중에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그것을 모른다- ]
[ 이 중에 누군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
" 뭐,뭐야 이게? "
" 바닥을 보세요. "
여우의 목소리에 바닥을 본 남우는, 그곳에 적힌 문구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 이 중에 가장 나쁜 사람이 죽으면 문이 열린다 ]
김남우는 짜증과 분노가 올라왔다! 다시 한번 의자에서 몸부림쳤다!
" 이게 도대체 무슨 야?! 지금 장난하는거! 여기 어디냐고?! 뭐하자는거냐고! "
셋은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한동안은 저래야 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참동안 발광하던 김남우가 잠잠해지고,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불쑥 임여우가 내뱉었다.
"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
애꾸가 빈정거렸다.
" 흥! 누구는 죽였나? "
" 나역시 평생 살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세. "
밀려드는 시선을 느낀 김남우도 지지않고 입을 열어야 했다.
" 다,당연하지! 무슨 사람을 죽입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
억울한 눈빛을 쏘아보낸 뒤, 김남우는 물었다.
" 근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가장 나쁜 사람이 죽으면 문이 열린다니? "
" 오른쪽을 보세요. "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린 김남우의 눈에, 팽팽히 당겨진 밧줄 3개가 보였다. 밧줄을 따라 천장으로 시선을 옮기던 김남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머리 바로 위에 보기에도 섬뜩한 거대한 '작두'가 도르래로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임여우가 말을 덧붙여줬다.
" 우리 중 셋이 동의하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셋이서 줄을 끊으면 되죠. "
서로의 머리위로 연결 된 각각의 밧줄들은, 밑 부분에 작은 '작두'가 설치되어 있었다. 발을 오른쪽으로 뻗어 작두의 머리를 누르면, 줄이 끊어질 것이었다.
김남우가 모든걸 파악한 듯 하자, 시간이 아깝다는 듯 임여우가 소리쳤다.
" 자, 들어보세요! 우리에겐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
모두의 시선이 임여우에게 주목됐다.
" 여기서 다 같이 굶어죽거나, 아니면 '가장 나쁜 사람'을 죽여서 살아 남거나. "
" ... "
"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죽기 싫어요. 가장 나쁜 사람을 죽여서 탈출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동의하시나요? "
" 크흠! 뭐, 그 방법 밖에 더 있겠어? "
" 나는 그저 모두의 뜻을 따르겠네. "
" 이게 뭐야 진짜...! "
나머지 셋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임여우는 벽에 적힌 문구들을 보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 저 넷 중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일까요? "
" 그거야 당연히 살인범이지! "
"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면 왜 '가장 나쁜 한사람' 이라고 표현했을까요? 그냥 '살인범' 이라고 했으면 됐을텐데? "
" 크흠! 알게뭐야?! "
" ...알았어요. 그럼 말해봐요. 살인범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면...그 사람은 우리 중 누구죠? "
" ... "
그 질문엔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애꾸가 빈정거렸다.
" 흥! 끝이 안나겠어. 영락없이 이대로 굶어죽을 팔자군. 아니면, 제비뽑기라도 하든가. "
" ... "
또다시 갑갑한 침묵이 공간을 감쌌다. 그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임여우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 우리 이러지 말고 뭐라도 얘기를 해봐요! 자기소개라도 하자고요. 왜 하필 우리 넷이 이곳에 갇히게 된걸까요? 뭔가 공통점이 있을지도 몰라요 먼저 말할께요. 아까 말했듯이 제 이름은 '임여우'이고, 27살이에요. 직업은 경찰이죠."
" 크흠! 겨, 경찰? "
" ? "
" 아,아무것도 아니야! 나,난! 내 이름은 '원 빈' 이고- "
" 원빈?? "
" ...그냥 애꾸라고 불러줘...크흠! 41살이고. 직업은~ 뭐, 사업구상중? 그외엔~ 사는곳이 광진구 자양동이고~ "
그때 듣고있던 김남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 어? 나도 광진구 자양동인데? "
그리고 놀란 얼굴의 임여우가 급히 말했다.
" 저희 경찰서도 광진구 자양동이에요! "
말이 별로 없던 박노인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 ... 내가 일하는 공사현장도 광진구 자양동일세. "
넷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처음보다 더 심각해졌다. 우리에겐 분명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굳이 일부러 우리 넷을 가둔 것이었던 것이다.
섵불리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그때였다. 뒤로 손을 버둥거리던 김남우가 입을 열었다.
" ...제 뒷주머니에 뭔가가 있습니다. "
" ?! "
모두의 시선이 김남우를 향했고, 김남우는 손을 꼬물거려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 이게 뭐지? 뭔가, 돌돌 말린 종이같은 느낌인데? "
" 뭐에요? 확인 할 수 없어요? "
" 안됩니다! 손이 뒤로 묶여가지고...아! 잠깐만 있어봐요! "
갑자기 김남우는 두발을 비벼, 신발과 양말을 벗어 맨발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에 쥔 그것을 뒤에서부터 앞쪽으로 '휙!'
" 앗! "
떼구르르 굴러가는 종이뭉치가 사정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가까스로 발을 뻗어 붙잡았다!
" 휴! "
이어 김남우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종이를 펴기 시작했고, 셋은 말없이 그 모습에 집중했다.
" 이건...'신문기사'인데? "
" 신문기사? "
신문에는 공사장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여인의 사진과 기사가 쓰여있었다.
종이를 평평히 땡겨 펼친 김남우가 기사의 헤드를 읽었다.
" [자양동 xx건설현장 송여인 살인사건!] 이건...?! "
" 이보게, xx건설현장은 내가 일하는 공사현장일세. 내가 거기서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네. 얼마전 그곳에서 여인 하나가 '추락사'했지. "
박노인이 말을 하는 사이에, 무언가 생각난 김남우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 자,잠깐! 그사건, 살해 용의자는 분명 애꾸 눈의...! "
" !! "
모두의 얼굴이 애꾸를 향해 돌아갔고- , 애꾸는 무표정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 셋...!
" 다, 당신이 살인범이었군! 당신이 살인범이었어! "
애꾸는 부인하지 못하고 인상을 썼다.
" 크흠!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재미만 볼 생각이었는데... 그쪽으로 도망 갈 줄은 몰랐다고! "
소름이 돋은 얼굴의 셋, 이윽고 임여우가 차분히 말했다.
" 그럼 당신이 죽으면... "
" 자, 잠깐! 잠깐만! 뭐?! 잠깐 기다려봐!! "
다급해진 애꾸, 급하게 발악했다!
" 아까 니가 분명히 그랬잖아! '살인범'이 아닌 '가장 나쁜 사람' 이라고, 왜 그렇게 포현했겠냐고! "
" 알게뭐냐면서요? "
" 아니야 아니야! 중요해! 중요한 포인트였어! 왜 '살인범'이라고 안쓰고, '가장 나쁜 사람' 이라고 썼겠어?! 가장 나쁜 한사람이 따로 있는거라고! 아직, 아직 문구가 2개나 더 있잖아! 실수로 죽인놈이랑. 죽이고도 모르는 놈이! "
확실히, 섵불리 결정하기엔 약간의 의혹이 일었다.
그런데 그때,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김남우가, 오른쪽 박노인을 향해서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게 아닌가?
" 어르신. 항상 가장 일직 출근하시죠? "
" ? 나 말인가? 뭐 그렇지. 작업반장이기도 하고, 나이도 많고 하니...새벽에 와서 미리 준비 하는 편이지. "
" 가장 먼저 출근하시면 무엇을 하시죠? "
" 흠? 커피를 한잔 마시고...작업복을 갈아입고...? "
" 그 전에요. "
" 그 전에? 흠. "
" 저기요 김남우씨! 지금 이 상황에 갑자기 무슨 질문을 하는거에요?! "
" 그 전엔 무엇을 하시죠 어르신? 현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시는 일 말입니다. "
임여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김남우는 박노인을 향해 계속 물었고, 박노인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는데... "
" 가장 먼저...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시는 일 말입니다. 가장 먼저... 현장에 전원을 넣지 않으시나요? "
" 아! 그래 맞아. 현장에 전원을 가동시키지. 그게 가장 먼저지. 그게 궁금했나? "
모두가 이상한 얼굴로 김남우를 바라보았고- 얼마 뒤, 김남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사실...송여인은 '추락사' 한게 아닙니다. "
" !! "
" 뭐, 뭐야?! 떨어져 뒤진게 아니라고?! "
" 송여인은........ '감전사' 했습니다. "
" ...! "
놀란 얼굴의 셋, 그리고 가장 놀라 부릅뜬 박노인의 얼굴-!
" 무, 무슨 말인가? "
" 송여인이 추락해 떨어진 곳은 고압선변전기 위였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있던 송여인은, 어르신이 새벽에 출근해 공사장 전원을 올리는 순간... "
" ............. "
충격으로 넋이 나간 얼굴의 박노인, 온몸이 점차 부들부들 떨려갔다.
" 내가...내가 죽인거라고...? 내가 죽인거였다고...? 그 여인을 죽인게 나였다고...? 내가...? "
침음을 삼킨 김남우가 벽에 걸린 문구를 중얼거렸다.
" [ 이 중에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그것을 모른다- ] ... "
박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데 그순간, 이 분위기를 깨고 들려오는 애꾸의 목청 큰 소리!
" 내가 죽인게 아니였어! 그여자를 내가 죽인게 아니었다고! 저 영감이 죽인거였어!! 저 영감이었다고! 크하하!! "
김남우와 임여우는 눈쌀을 찌푸렸다. 한데, 애꾸를 상대하는 것 보다 먼저, 임여우는 김남우에게 의문을 표시했다.
" 김남우씨 당신...당신은 뭐죠?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있죠? "
김남우는 말없이, 발로 신문을 방 중앙으로 밀었다.
" 이 기사를 쓴게 접니다. '기자 김남우' "
" 아...! "
신문 속 송여인의 기사에 '기자 김남우' 이름이 쓰여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남우는 말을 걸어온 임여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 저는 이 사건의 '목격자' 입니다. 저 벽의, [이 중에 누군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가 바로 저죠.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 이 중에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실수였다- ] 뿐인데... 임여우씨? "
" ... "
임여우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애꾸도 임여우를 압박했다.
" 그래! 말해봐! 너는 뭐지?! 넌 뭘 한거야?! "
어쩔 수 없다는 듯, 임여우가 입을 열었다.
" ...새벽 4시였어요. 신고가 들어왔죠. 어떤 여자가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고. "
" 크흠흠! 누가 봤었군... "
" 신고를 받은 제가 무전으로 경찰들을 출동시켰죠. "
" 뭐? 경찰은 없었는데? "
" ... 실수였어요. 정말로 실수였어요.... 저는 경찰들을... 'XX건설현장'이 아닌...'ㅁㅁ건설현장'으로 출동시켰어요... "
" 뭐?! "
" 실수였어요! 정말로 실수였다고요! 새벽 4시였다고요! 아침부터 하루온종일 근무했었다고요! 그정도 실수는 할 수 있는거잖아요?! "
" 크흠! 그 실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경찰에 잡힐 뻔 한건가? "
" ... 송여인은 살 수도 있었을테고 말입니다. "
" ...실수였어요 실수...정말로 실수...누구나 그정도 실수는 할 수 있잖아요...정말, 실수였어요...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
임여우는 고개를 숙인채, 자기최면을 걸듯이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 또 분위기를 깨듯, 애꾸가 목청 큰 소리로 소리쳤다.
" 그럼 우리 이제, 박노인을 죽이면 되는건가?! "
" ? "
" 봐, 사실상 '송여인'의 목숨을 끊은건 박노인이잖아! 그럼 박노인이 '가장 나쁜 사람' 아니겠어? "
" 글쎄 그렇게 단순하지가...애초에 송여인을 경으로 만든건 애꾸, 당신이- "
" 무슨 야! 마지막에 죽인건 박노인이잖아! "
" 그래도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런일이 벌어질게 없었- "
" 이봐! 그런식으로 치면 저여자는?! 저 여자가 제대로 전달하기만 했어도 그 여자는 살았다고! "
" 실수였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수였다구요!! "
난장판이었다. 흐느끼는 박노인을 제외하고 셋은 중구난방으로 저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애꾸가 아주 큰 소리로-!
" 잠깐! 잠깐만!! 모두 잠깐만 조용해봐!! "
" ? "
모두가 멈춘 그때, 애꾸가 방 중앙의 신문을 보며 말했다.
" 이봐 기자양반. 저 사진도 당신이 찍은거지? "
" ......그렇습니다. "
" 사진 속의 저 여자... 감전사 상태 같지가 않은데? "
" ... "
" 뭐라고요?? "
애꾸는 무표정히, 매서운 눈으로 김남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 잘봐. 저 여자...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어. 니가 저 사진을 찍었을 때...저 여자는 살아있었던거지? "
" ... "
" 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거지? "
" ... "
김남우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 이제 알았군! 왜 [아무도 죽이지 않은자]가 이 방에 갇혀있게 됐는지! 그래, 분명 너는 아무도 죽이지 않은자야. 하지만 넌 동시에, [살릴 수 있음에도 살리지 않은자] 였어!! "
" ... "
김남우의 표정이 무표정히 굳어갔다. 임여우는 소름이 돋은 얼굴로 김남우를 보았다.
" 크하하! 재밌군! 재밌어! 그래, 우리 한번 물어보자. 이제, 누가 [가장 나쁜 사람] 이지? 크하하하! "
" ... "
" ... "
" ... "
각자의 고민과 생각들 속에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그 끝에, 임여우가 눈을 무섭게 뜨며 입을 열었다.
" ...저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 투표해요!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지! "
" 크흠! 그래 투표하자고. 내 생각엔, 김남우 기자 같은데? "
" 뭐요?! "
" 저 기자가 그여자를 구해주기만 했어도 이럴일은 생기지 않았어. 여기서 자기 이익을 챙긴건 저놈 뿐이잖아? 특종기자 김남우! "
" 웃기지마! 당신은?! 이 모든 사단이 생긴 원인이 바로 당신이잖아!! "
" 무슨 ! 나는 그여자를 죽이지 않았다고! 그여자는 살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더 있었다고! 그걸 외면한건 니네들 아니야?! "
" 저는 실수였다니까요! 그런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수라고요! "
" 아~나, 끝이 안나는군! 영감님 생각은 어떴소?! 누구에게 한표를 줄거요?! "
" 나는...그냥 그여인에게 미안할 뿐일세...나는 어떻게 정해지든, 그 의견에 따르겠네... "
" 어휴! 저 영감탱이 넋이 나가가지곤...! 좋아, 영감 빼고 3명이서 다수결로 정하자고! 먼저! 저 경찰 아가씨가 가장 나쁜 한사람이다 손! "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 거, 것봐요! 난 작은 실수일 뿐이라고요! "
" 크흠. 좋아! 그럼 저, 특종기자 김남우 기자가 가장 나쁜 한사람이다 손! "
먼저 애꾸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리고 뜻 밖에도-, 임여우의 손 역시 위로-
" 뭐, 뭐야?! 나라고?! 임여우 당신 미쳤어?! 저 애꾸가 아니라 나라고?! "
" 크하하! 그렇지?! 그렇고 말고! 정확한 생각이야! "
" 말도 안돼! 인정 할 수 없어! 나는 '목격자'일 뿐이라고! 왜 내가 가장 나쁜 한사람이야!! 인정 못해!! "
" 흥! 다수결인데 니가 인정 못하면 어쩔껀데?! "
" 이익!! "
일순간! 흥분한 김남우가 발을 오른쪽 밧줄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 툭! 촤아아르륵-! ]
" 이, 이새끼가?! "
애꾸의 '작두 밧줄' 하나가 끊어졌다!
" 내가 아니야! 저 애꾸라고! 애초에 송여인을 그런상황에 만든 모든 원인제공자가 애꾸잖아!! 다들 정신차리라고!! "
끊어진 밧줄 하나를 본 임여우의 얼굴에 갈등의 빛이 떠올랐다. 그걸 캐치한 애꾸가 다급하게 말했다!
" 잠깐! 잘 생각해! 잘 생각하라고! 좋아, 나를 죽인다 치자! 근데 내가 '가장 나쁜 한사람'이 아닐경우엔 어쩔꺼야?! "
" 어쩌긴 뭘 어째?! "
" 잘 생각해보라고!! 내가 '가장 나쁜 한사람' 이 아닐 경우엔, 내 오른쪽에 있는 이 밧줄들을 어떻게 끊을거지?! 내가 죽었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다른 한사람을 선택해서 다시 죽여야 한다고! 근데 내 오른쪽에 있는 이 밧줄은 누가 어떻게 끊을거지?! "
" 개,개수작부리지마! "
" 김남우 저새끼는 이미 내껄 끊었어! 만약 김남우를 선택해서 아닐 경우엔, 나머지 둘이서 내껄 끊을 수 있어! 하지만 날 먼저 죽이면? 영영 다음은 없어! "
" 개수작부리지마 이 새끼야!! "
김남우는 불안함에 발광했다! 하지만 이미 임여우의 얼굴은 애꾸의 말이 합리적임을 느낀 듯했다. 그것을 읽은 순간, 김남우는 독하게 인상을 쓰며-
" 앗-?! "
[ 툭! 촤아아르륵-! ]
임여우의 밧줄을 끊어버렸다!
" 임여우! 이제 내가 죽게 되면 그 다음은 바로 니 차례야! 애꾸 저놈이 순순히 죽어 줄 것 같아?! 어?! "
" 이게 무슨 짓이에요!! "
" 멍청한 놈! 이봐 아가씨, 더 볼 것도 없어! 저놈으로 하자고! "
" 하지마!! 임여우!! 정신차려!! 나 다음은 너야!! "
" 이봐 아가씨! 난 아가씨 밧줄 안끊었어!! 잘 생각해!! "
임여우는 이를 악물었다. 둘 중 하나를 분명 끊어야했을 때, 지금의 이 감정으로 선택하자면-
[ 툭! 촤아아르륵-! ]
" 임여우------!! "
" 그렇지 아가씨!! "
김남우의 눈에 악귀가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꾸는 박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 이보쇼 영감님! 아까 영감님이 그랬지? 다수결에 따르겠다고! 다수결 결과 나왔어! "
" ... "
" 안됩니다 어르신! 안됩니다!! "
" 이보쇼 영감님! 내가 영감님 손에 피묻히기 싫어서 마지막에 자를려고 기다리고 있는거요! 그걸 생각해줘야지! "
" 으으음... "
" 안된다니까요 어르신!! "
결국 박노인은 김남우의 얼굴을 외면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 툭! 촤아아르륵-! ]
" 으아아-!! 으아아아아아-!!! 이 나쁜#$^!! "
김남우는 발광했다! 온몸을 흔들며! 애꾸는 여의치 않았다.
" 기자양반, 악의가 있어서 이러는건 아니니 이해해! 모두들, 고개 돌려-!! "
" 하지마! 안돼!! 하지마-!! "
[ 툭! 촤아아르륵-! ]
" 안돼------!! "
[ 끼기, 끼기이이이이이익----!! 철퍼쿵!! ]
" 꺄악-!! "
" 흡! "
" 끄응... "
김남우의 머리가 절단되어 불유쾌한 물질들이 흩날렸다-!
남은 셋 모두 애써 그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침묵... 1분, 2분, 3분, 5분.... 끝내 임여우가 발작했다!
" 뭐야...왜 안열리는거야... 왜 안열리는거냐고-! "
" 젠장할! 아니었나보군... "
" 싫어!! 싫다고-!! 아아아 싫어-!! "
임여우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울음으로 마구 발광했다-!
둘은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조금씩 임여우의 울음이 흐느낌으로 진정되어갈 때, 애꾸가 말했다.
" 이제 다음을 결정하자고. "
임여우의 고개가 휙 들려졌다!
" 뭐라고요...? 뭘 결정해요? "
" 다음에 누가 죽을지 결정해야지. "
"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가 죽는다면서요?! "
" 무슨 야?! 내가 언제 죽는댔어?! "
" 아까 분명히 김남우 다음에 자기가- "
" 웃기지마! 누가 자기 목숨걸고 그딴 소리를 해?! 난 죽는다고 한 적 없어!! 김남우가 죽어도, 다음엔 나를 죽일 '방법'이 있다고 했을 뿐이지! 내가 죽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
" 그게, 무슨-!! "
" 닥쳐-!! 니 목숨만 소중한 줄 알아?! 내 목숨도 소중해! 떽떽 거리지마!! 떼 쓴다고 될 일이야 지금 이게?! "
" 그런...! 그런...! "
임여우가 부들부들 떨었지만, 애꾸는 개의치 않았다. 그대신 애꾸는 제안했다.
" 기권한 저 영감을 제외하면 남은건 너와 나 뿐이야. 투표로는 안돼...가위바위보를 하자. "
" 뭐라고요?! "
" 가위바위보로 하자고. 지는 쪽이 죽는걸로. "
" 누가 가위바위보 따위에 목숨을-! "
" 그럼 어쩌자고?! 굶어죽을 때 까지 이렇게 있자고?! 아니면 저 영감을 설득이라도 하려고?! 영감님! 누구 한쪽의 편을 들어 줄 수 있습니까?! "
" 으으음... "
" 당연히 저 아저씨가 죽어야죠 할아버지! "
" 강요하지마! 저 영감님은 이미 기권했어. 그여자 죽인일로 아직도 저러고 있는거 보면 모르겠어? 절대 누구 원망받을 일 못 할 양반이야!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나 하자고! "
" 이...! 이...! "
임여우는 이를 갈았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서 죽을 것 같았다. 한참을 고개숙여서 부들부들 떨던 임여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애꾸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 ...다수결이 원칙이면, 우리 둘이서 저 할아버지한테 2표를 주면 되는거 아니에요? "
그 말을 들은 애꾸는-
" 크하하하하하! 이 멍청한 년! 김남우가 가진 밧줄은 어떻게 끊을건데?! "
" ! 아-! "
임여우가 실수한 얼굴로, 후회스럽게 급히 박노인의 안색을 살폈다. 박노인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임여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결심을 세웠다.
" ...좋아요. 가위바위보 해요. "
" 그래. 똑똑한 여자니까 잘 알꺼야. 어차피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 굶어죽던가 가위바위보를 하던가. "
" 손이 묶였는데 어떻게 하죠? "
" 발 가위바위보 할 줄 모르나? 모으면 묵. 앞뒤로 찢으면 가위, 양 옆으로 찢으면 보. "
" ...좋아요. "
" 그래, 그럼 동시에 외치자고. 준비됐어? "
" 후우...준비 됐어요. "
애꾸와 임여우는 긴장 된 상태로 서로를 강렬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구호를-
" 가위...바위...보-!! "
애꾸와 임여우의 발이 동시에 찢어졌다! 그 결과는--------!
" 이,이겼다! 내가 이겼어!! 크하하하!! "
"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 "
" 영감님! 봤지?! 똑똑히 봤지?! 공평하게 승부낸거야!!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낸거라고!! "
" 아니에요! 아니에요 할아버지!! 저 사람이 늦게 움직였어요! 아니에요 할아버지!! "
" !! 똑같이 움직였다고!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
" 아니야 안돼! 안돼요 제발! 제발 안돼요! 살려주세요 할아버지! 제발! 안돼요!! "
"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
" 닥쳐------!! "
순간, 악에 바친 임여우는-!
[ 툭! 촤르르아악-!! ]
" 이, 이년이!! "
애꾸의 밧줄을 끊어버렸다!
애꾸는 다급하게 박노인을 향해 말했다.
" 영,영감님! 공평한 승부로 결정 된 결과야! 만약 나를 끊는다면, 그건 영감님이 나를 살인하는 거야! 어?! 알고있지?! 우린 공평하게 승부를 본거라고! "
" 안돼요! 할아버지! 저새끼를 끊어버려요! 어서요! 어서요 할아버지! 어서요!! "
그리고 그순간! 애꾸는 또다시 박노인을 향해 필사의 말을 날렸다!
" 영감! 나는 아직 저년의 밧줄을 안끊었어! 왠줄알지?! 영감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아까도 내가 배려해줬지?! 잘 생각해! 저년과 나는 공평하게 승부를 봤어! 합리적인 선택을 하라고! "
" 안돼요 할아버지! 제발요! 제발 저새끼의 밧줄을 끊으시라고요! "
" 영감-----!! 어서!! 영감-----!! "
박노인은 다시 눈을 질끈감았다. 그리고는-
[ 툭! 촤르르아악-!! ]
" 꺄악----!! 끼이아아아악-!@#%!@% "
" 그렇지 영감! 잘했어!! 됐어, 고개돌려 영감!! "
그리고 애꾸의 발도 번개처럼 움직였다!
" 안돼----! 제발-----! 꺄아아악----!! "
[ 툭! 촤르르아악-!! ]
[ 끼기, 끼기이이이이이익----!! 철퍼쿵!! ]
" ... "
" ... "
임여우의 머리가 쪼개지며 드디어 침묵을 이뤘다.
방 안에 흐르는 침묵-... 그리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5분, 10분... 기어이 박노인이 애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미안하네...이제 방법이...없네...정말 미안하네... "
" ... "
애꾸는 말이 없었다. 박노인은 정말 미안한 말로 이해를 요구했다.
" 이해해주게나. 이럴 수 밖에 없음을 알 것이네... 정말 미안하네, 미안하네. "
" ... "
고개숙인채 아무말이 없던 애꾸가, 무겁게 물었다.
" 영감. 정말로 미안해? "
" 미안하네...정말로 미안하네..진심일세. "
" 나 말고. 송여인말야. 정말로 미안해? "
" ...그 여인에겐 정말로 미안하네...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네... 만약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가장먼저 그여자의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빌 셈일세...정말로...정말로 미안하네... "
" ... "
한동안의 침묵 후- 애꾸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 ...용서해주지. "
" ...? "
무슨말인지 파악을 못한 박노인, 다음순간! 박노인의 두눈이 크게 부릅떠졌다!
애꾸가, 애꾸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 어...어...어...어...! "
그리고 애꾸는 손을 얼굴로 향해- , 안대를 벗어- , 멀쩡한 두눈으로 박노인을 바라보았다-
" 당신은...살려주지. "
애꾸, 아니 '그'는 바닥에 적힌 예언대로 방의 문을 열었다-
끝.
오늘의 유머 - '복날은간다'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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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근황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