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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372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6/17) 게시물이에요





끔찍하게 무서웠던 나의 기숙사 이야기 -3- | 인스티즈




 
 


 
 
 
 


한참 꿈속에서 그 여자와 씨름을 하던 나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식은땀은 전혀 흘리지 않은 채로!!!!!!!뽀송뽀송한 채로!!!!! 잠에서 깨어났음. 


내가 깨어났을 땐 오전 일곱시가 채 안 된 시간이었고 나와 내친구들은 학생회였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일어나 밥을 해야 했음.. 


눈을 비비고 눈에서 꼽이들을 떼어내며 휴대폰을 확인하자 부재중전화 6통.. 




쑥이. 룸메였음. 




부재중 전화가 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경악했음.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고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곧장 전화를 걸었음.


다행히도 룸메는 전화를 받았고 나는 안도하며 물었음.


"야!! 새벽에 전화했었길래 놀랬다~무슨일 있었나?" 


부산한 소리와 함께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급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룸메가 헉헉거리며 말을 했음.


"나 방에서 나왔어 밖이야 (헉..헉)" 




룸메는 덜덜덜 부들부들 떨면서도 최대한 빨리 말하고 싶은 듯이 속사포처럼 나에게 전날 밤의 얘기를 해주었고,


얘기는 이러했음.




"어제 친구들한테 내방에서 자자고 했는데 다들 엠티 다녀와서 피곤한지 다들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어하는 것 같은 눈치라서 그냥 괜찮다고하고 담에 놀러와서 자고가라고 했거든.


무섭다고 징징거리기도 쫌 그렇고..


뭐 어쨋든 그냥 내 방에 와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식당 저녁시간이 지난 거야.


그래서 나가서 토스트랑 떡볶이랑 좀 사왔어~


먹으면서 미드 보고 토익 영어듣기 하고..


근데 자꾸 누가 내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한기 느껴지듯이 소름끼치고.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가 싶어서 현관문 조금 열어놓고, 음악 틀고 혜정이(룸메의 과친구) 랑 통화하고 있었거든.


근데 우리방 앞에 센서등이 저절로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하는 거야.


그냥 내가 현관문 열어놔서 그런가 보가 하고 한참 있다가 문을 닫았어.


친구랑 한창 웃긴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기분 좋아서 그런지 안 무서운 거야.


그래서 스탠드 하나 키고 영화 각설탕 틀어서 보는데,


또 우리방 현관 센서등이 켜져 있더라고. 


또 그러나 하고 넘기면 되는데, 아.. 그 때 쫌 무서워서 그냥 잠들어버릴려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영화소리 들으면서 눈감고 있었거든.
 
근데 옷장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 정말 너무 무서운데 이불 밖으로 못 나겠는 거야..


왜니도 안다이가 진짜 무서우면 못 움직이겠는 거.


그렇게 한참 있는데 영화소리만 들리고 조용하대??? 


이불을 내리고 보니까 별다른거 없길래 가끔 가구나 티비에서 삐그덕 소리나는 그런 건가 보다 괜히 쫄았네 하면서 시계를 보니까 두시 반쯤 됐대??


자야겠다 싶어서 누웠는데 귀 바로 옆에서 끼이이익 하면서 옷장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가위에 눌린 거야.
 
몸은 안 움직여지고..


내가 그 때 이불 덮어쓴 채로 가위눌려서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가 내 온몸을 마구잡이로 누르는 거야.


이불 때문인지 숨이 너무 막히고 벗어나야겠다 싶어서 갖은 힘을 다 썼어. 그러다 가위가 풀렸는지 움직여지는 거야.


그래서 이불을 걷었는데 현관에 센서등이 켜져 있고
 
그 밑에 단발머리여자가 서 있는 거야.
 
나는 그대로 얼었거든. 내가 진짜 지금 말하면서도 이게 사실인가 긴가민가하고 꿈인가 싶기도 한데..


어쨋든 걔가 저번처럼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서 있었는데,


이번엔 미세하게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내 느낌에 곧 날 쳐다 볼 것만 같았어 움직이면 안 될 것 같고 미칠 것 같고 정말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은데 내 손옆에 폰이 보였어.


가까스로 손을 움직여서 폰을 잡고 너한테 전화를 한 거지.


신호음이 울리니까 서 있던 단발냔이 갑자기 내쪽으로 얼굴을 휙....


그까지만 기억난다..


방금 니 전화 벨소리에 깼고 그 순간 그냥 뛰쳐나왔어.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난 이제 죽는구나 했다 진짜........


나 정신이 어떻게 돼가나 봐...."
 


하면서 내룸메는 펑펑 울었음.




난 룸메의 이야기를 내 귀로 듣긴 했지만 실감이 나질 않았고 오롯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음.
 
나도 직접 겪어봤지만 마치 먼 얘기인 듯.. 막 이상한 기분임.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음!!!!!!!!


나는 가위를 눌려보지 않았을 때나 그리고 그 기숙사에 들어간 이후 몇 번 가위를 경험했지만 이게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내가 상상한대로 보이는 게 아닐까..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일을 겪고도 내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음.


 
가위를 눌려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 것임! 


가위 눌렸다가 풀려나고 나면 깬 당시에는 막 소름끼치고 무섭고 방금 일어난 일이 확실하게 기억나고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 머리와 몸의 쭈뼛거리는 털들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확신이 사라짐.


단지 나는 그 때 내가 깨어나서 "이건 진짜였어!!!"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때의 기억을 확신할 뿐.


그러니까 난 그 때 그게 진짜라고 분명히 생각했으니까 진짜야 진짜가 맞아!!!! 이러고 있는 것임..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살아갈 수 있다는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음.
 
그래서 우리도 며칠만 지나도 또 잊고...잊고 하며 근근히 살고 있었던 것임. 
 
 
 


룸메의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하던 나는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휙 스침.


그 날 새벽 내꿈에 나왔던 여자


단발머리였구나 




나는 얼른 룸메를 진정시키기 위해 위로와 다독임과 온갖 쓸데 없는 말을 해댔음.
 
룸메에게 날이 밝았으니 대충 옷 입고 나와서 친구들 만나고.. 오늘은 밖에서 자라고 말했고 우리는 한참을 한숨 섞인 얘길 더 하다 통화를 끊었음.




혹시.. 눈치채신 분?
 
 
그 날 밤 룸메는 그 단발이를 앞에 두고 나에게 전화를 걸다가 기절한 상황임.


혹은 잠들었..거나


근데 왜 내폰엔 쑥이의 전화가 여섯 통이나 울렸을까. 


그리고 그 때 왜 나는 단발머리 여자의 꿈을 꾸었을까. 


전화는 누가 건 것일까.
 
아직도 의문이 가시질 않음.






그 날 룸메는 학교 근처에서 과친구들과 술을 먹고 친구집에서 잘것이라 연락이 왔고,


나는 안심하고 남은 엠티를 무사히 끝내는가 했음.
 
그러나. 


나는 또 꿈을 꾸었음.


꿈속에서 나는 내 방 기숙사에 엎드려서 책을보고 있었는데 꿈속에서도 나는 가위에 눌림.


그런데 머리가 마구 엉킨 여자가 내앞으로 오더니 


자기 이빨에 대고 손톱으로 타라라락 타라라락 치는 거임.
 
그러니까 오른손으로 새끼손가락부터 검지까지 차례대로.


피아노로 보면 '도시라솔' 순서대로 


정말 빠르게 끝없이 계속 ㅌ탁타랗탁탁탁라탁탁타라랄탁 


내 말 뭔 줄 알음????


아무튼 그 여자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나는 입과 이빨만 볼 수 있었음.
 
그 땐 진짜 혐오스럽고 무서웠음. 


 


그 날(엠티 마지막 날)은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고 우리학과 학생들을 위해 난 그 단발냔보다 훨씬 더 서프라이즈 하고 무서운 내 요리실력을 있는대로 뽐내며 우리과 학생들이 식욕감퇴와 소화불량과 신경성 대장증후군에 걸릴 수 있도록 온힘 바쳐 도왔음.
 
흠 어찌됐든 난 그렇게 엠티가 끝나고 학교에 아무탈없이 돌아왔음.




오후쯤 학교 앞 카페에서 룸메와 만나 내가 방에서 홀로 경험한 일과 룸메가 경험했던 일을 몇 번씩이나 얘기를 한 뒤 사감님께 다시 한 번 얘기해보기로 했음. 


그리고 그 전날 룸메는 사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무단으로 외박을 했기 때문에 사감님께 용서를 구해야 했음.


*우리는 밤12시마다 사감님이 방을 돌며 학생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를 함. 
 그래서 12시쯤엔 문을 열어두어야 했음. 
 만약에 12시 전에 잘 때는 문을 열어둔 채로 자기도 함* 


룸메와 나는 사감님 방으로 갔고 말씀드릴 일이 있다며 방에 앉았고 먼저 룸메가 어제의 무단외박에 대해 말을 꺼냈음.
 


룸메 - "어제 저 못 들어온 거요..." 


사감 - "?? 어제 너 없었다고?" 


룸메 - "어제 저.. 술먹고 뻗어서 숙사 못 들어왔거든..요..." 


사감 - "너 302호 맞잖아(일지를 뒤지며) 
        문열어보니 화장실에서 물소리 나던데?
        씻고 있던 거 아니가?" 
 


일동침묵 




사감님은 아무 생각없이 말하다가 뭔가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고,


나와 룸메는 입을 떡 하고 벌렸음.
 
 
사감님이 다른방과 헷갈렸겠지?????아ㅏㅏㅏㅏ하ㅏㅏ하하하하하하하
옆방 물소리를 잘못들었을꺼다 하하..하.아하하하ㅏㅏㅏㅏㅏㅏ하하하하
배수구 물흐르는 소리였을꺼야 이히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ㅏ
하ㅏ하ㅜ하하하하ㅜㅜㅜㅜㅜ하ㅜㅜㅜㅜ하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곧바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자주 가위에 눌리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했고,


우리방 앞 센서등과 현관의 센서등이 유난히 저절로 잘 켜진다고 말씀드렸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감님은 학교측이나 기숙사 행정실에 말해봤지만 여태 그런 항의를 하는 학생은 없었고, 단지 우리가 겁이 많고 자꾸 무의식 중에 무서운 생각을 많이해서 그런 것일 꺼라며.. 집 떠나와서 타지에서 생활하면 원래 심신이 약해진다며 밥 잘 챙겨먹고 건강식품이나 보약을 지어먹어보라시며 우리를 다독여주셨음.


센서등은 숙사내 시설을 담당하는 분께 말해 수리해주시기로 했고, 너무 무서워서 혼자 자기 힘들 때 문자만 보내놓고 외박을 해도 벌점주지 않겠다며 특별대우 해 주셨음.




그 당시. 순진무구했던 우리는 사감님의 호의에 감동했고 우리의 기가 약해져 그런 것일 꺼란 말에 믿음이 갔음. 
(글쓴이 귀는 미농지. 귀가 휘날릴 지경임  미농귀 휘날리며)

지금 생각해보면 왜 우리에게만 특별히 무단외박을 허락해 주셨는지.. 몹시도!!!! 수상함.


하지만 겁을 잔뜩 집어먹다먹다 배가 터질 지경인 우리는 그런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음.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하여 우리는 기가 세지는 법과 가위 안 눌리는 법 등등을 검색해 여러방도를 써보았음. 


최대한 몸을 피곤하지 않게 하고 손은 깍지 끼고 배 위에 올리고 정면을 보고 자기. 머리 위에 잡동사니 많이 없게 하기. 등등 베개에 칼을 넣고 자라는 둥.. 뭐 많음.
 


하지만  방법들이 먹혀들리 없었고, 이 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씩 눌리던 가위는 그 간격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음.
 
 


판 후리총 님



끔찍하게 무서웠던 나의 기숙사 이야기 -3-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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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 보고 깜짝놀랬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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