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진국,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겠다
원하지 않겠다
그리워하지 않겠다
마음을 꾹꾹 눌러담으며
겨울의 한기에서 벗어나려고 뒷걸음친다
하지만 쾅
아무리 세게 마음을 닫아도
봄이 온다는 소식 들리면
스르르 문이 열리고
제 아무리 차갑게 얼었던 마음도
결국 봄에게로 흐르게 된다는 것을 안다
겨울 끝에는 항상 봄이 오듯이
내 끝에는 항상 네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도종환, 그대 잘 가라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해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 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가라

변형규, 어젯밤 꿈에
매화꽃이 뿌려진 시골길을
그대와 나란히 걸었다
하늘은 눈썹아래 내려앉아
황토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갈대 잎 간질이는 바람소리
남은 햇살과 함께 능선을 넘고
작은 오솔길 둘만의 그림자가 가고 있었다
작은 손, 손 안에 넣고서
가볍게 숨차는 고갯길 넘어
고갯길 다음 고갯길 또 고갯길
매화꽃도 한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날은 다리도 아프지 않았다

최반, 그래, 꽃을 던지렴
그래, 꽃을 던지렴
웃는 얼굴로
아프게 맞아줄게
꽃으로 멍들어
더 이상 질투하지 않게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그래, 꽃을 던지렴
웃는 얼굴로
향기에 취해
그 사람, 다시 그리워하게
힘껏 내게 꽃을 던지렴

문정희, 목숨의 노래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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