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이 따뜻한 한 편의 소설 속
너와 내가 주인공이길 바랐지만
너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일생을 읽는 동안
나는 등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지문에 눈물만 묻혀가며
말없이 페이지를 넘길 뿐이었다.
소설 속 나의 이름은 고작
'너를 앓으며 사랑했던 소년 1' 이었다.
서덕준, 등장인물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이정하, 바람 속을 걷는 법4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한 사람을 알고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이다
김병훈, 짝사랑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정지용, 호수1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이상, 이런 시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너를 바라보는 기쁨만으로도
나는 혼자 설레였다
다음에 또 너를 보았을때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깨닫고
한숨지었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새 내 마음엔
자꾸만 욕심이 생겨나고 있었던거다
이정하, 저녁별

공사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빙 둘러 줄을 쳐 놓았다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문숙, 첫사랑

찾아나서지 않기로 했다
가기로 하면 못 갈 것도 아니나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리움만 안고 살기로 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그대가 많이 변했다니
세월 따라 변하는 것 탓할 것이 못 되지만
예전의 그대가 아닌 그 낭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멀리서만 멀리서만
그대 이름 부르기로 했다
이정하, 멀리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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