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어느 누구에게 손벌리지 않고 오직 나 혼자만의 힘으로 온 첫여행.
스무살때부터 개처럼 일해서 돈 번 보람이 있긴하구나.
비록 주머니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뭐 어떠랴.지금 내가 밟고있는 이 땅이 중요한거지!
나는 지금 이탈리아의 중심, 로마에 와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옛날부터 로마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매우 컸다
그때문에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제일 먼저 가볼곳은 당연하게도 로마였고,그 다음은.....
"나 이제 어디가지?...."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딱 그렇다.
지금 나는 타지에 온, 일주일 간 묵게 될 호텔의 위치도 모르는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것 같기도 하다.동양인 여자 처음 보나.
손에 들고있던 쭈글쭈글한 지도를 쫙 펴냈다.
지금 위치가 여기니까.....건너편으로 가면...
".....................(침묵)"
아니 지도면 사람이 해석할 수 있게 좀 만들던지!!!!!!!!!!!!!!!!!나쁜 이걸로 어떻게 찾아가라고!!!!!!!!
헬프미....나 호텔 가야하는데?.....헬프.....아니 이탈리아사람들은 정도 없대?......
내 눈빛 좀 봐줘.......
나 호텔가는길 좀 알려줘.......아.. 짜증나게 햇빛은 오늘따라 왜이리 강렬하니............
그렇게 지도를 펴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인상만 찡그리고 있는데.
*(분홍색 글씨는 영어로 필터링해주세욤)
"Ho perso la strado? (길 잃었어요?)"
?......me?..지금 나한테 말 건거?..
"쏘,쏘리."
내가 뭐가 미안한지는 모르겠는데 ..우선 미안....
근데 이 남자 뭐야 갑자기 무섭게.... 거야......나 이탈리아어 못하는데......
"oh, speak English? (영어 할 수 있어요?)"
"어?예,예스."
나 영어도 못해 미안..........근데 진짜 누구세요.........갑자기 나한테 왜이러세요?
"혹시 이 호텔 찾고 있어요?"
남자가 내눈앞에 종이를 들이민다.뭔데....
어???!!!!!!!!!!!!!!!!!!!!!!!!!!!내 호텔!!!!!!!!!!!!!!!!!!!!!!!!!!!!!!!!!!!!!
"헐!맞아요!예쓰 예쓰!!!!!!!!!!!!!!!!!!!!!!!!!!!"
소리지르는 내가 웃겼는지, 남자가 작게 웃는다.
어?근데 내가 갈 호텔이 저기인거 어떻게 안거지?설마.....내가 너무 예뻐서 여기까지 따라온건...
약간의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를 째려봤다.
남자가 내 눈빛에 당황했는지 손을 저으며 말을한다.
"아?오해말아요.그쪽이 든 호텔 지도.내꺼랑 같아요.나도 마침 그 호텔 가는 중이거든요."
남자의 손에 든 종이를 보니, 정말 내 호텔 정보 지도와 같은것이 맞았다.
멍청이....괜한 사람 의심이나 했네.
*
남자의 도움을 받아 호텔에 무사히 도착해 짐을 풀고,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1층 로비로 나오니
그 남자가 창가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어,눈 마주쳤다.또 인사라도 해야하나.....?
역시나, 남자가 나를 보자마자 담배를 끄더니 내쪽을 향해 걸어온다그것도 장난스레 웃으면서.
"어디가요?"
"에?....그냥 놀러..."
뭐지.아까부터 괜히 취조당하는 기분이란말야.
"나 어때보여요?"
엥?뜬금없이 어떠냐니.....뭐...그쪽 잘생겼는데요..........베리 핸섬...
"나 지금 되게 심심한데."
"그런데요?...."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남자에게 답했다.
그런 나를 보던 남자가 짖궃게 웃는다.
뭘까 이 남자.괜히 사람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나랑 놀아요.오늘."
B
"켄타로! 이리와. 밥 먹자!"
"응!"
또 저렇게 강아지마냥 부르자마자 오는구만.귀여운 놈.
"켄타로.오늘은 뭐할 예정이야?"
"응?ㅎㅎ너랑 놀건데?"
"뭐? 누구 맘대로?"
"그야 당연히 내맘대로지!"
또 헤실헤실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다.
이거 이거.딱 보니까 여자 여럿 울렸겠구만?
켄타로는 내가 일본 여행중 묵고있는,바로 지금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게 된 친구다.
어렸을때 몇년동안 한국에서 살았다는데 그 경험때문인지,정말로 한국어를 뱉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 근데 얘랑 알게된 지 얼마나 됐냐고?
"켄타로.내가 여기 온 지 얼마나 지났더라?"
"응?일주일!딱 7일 지났어."
그렇다...우리는 7일만에 밑도끝도 없이 친해졌고
홀로 여행 온 내게 켄타로는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근데 있잖아.게녀야."
"어?"
"너랑 연애하려면 어떻게 해야돼?"
"컥!!!!!켁!!!!!!!!!"
"어?어 괜찮아?여기 물!!!"
켄타로는 성격이 매우 솔직한 편이다.때문에 가끔 이런식으로 날 당황스럽게 만든다.
누구는 얘보고 선수같다는데.내 눈엔 전혀..그냥 아직 아가다.
감정표현이 지나치게 솔직한.
"야! 너 연애가 무슨 뜻인지는 제대로 알고 말하는거야?"
"ㅎㅎㅎㅎㅎ근데 있잖아.그래서 우리 오늘은 어디 놀러가는거야?ㅎㅎ"
능구렁이같은놈. 자연스럽게 말 돌리는 거 봐라.
*
"미안...괜히 나때문에..."
지금은 PM 밤 11시.막차가 끊길 시간. 우리는 길을 잃었다.
"야 아냐 됐어.같이 놀다 그런건데 뭐."
"내가 괜히 축제 구경가자해서...너무 멀리나와서...길만 잃고...."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이다.정말로 강아지가 사람으로 변장한 건 아닐까?하는
바보같은 의심이 든다.
"뚝!우리 숙소까지는 오늘안에 절대 못갈거같으니까 내일 출발하고.
우선 하루 버틸곳부터 찾아보자."
"으응..."
둘이서 무작정 한적한 거리를 걷고있는데웬일인지 옆에서 말이 없이 조용하다.
아직까지 미안해하고 있는건가?
"무슨 생각해?"
"......."
"응?야~켄타로~무슨 생각하냐니깐?"
옆에서 하도 조용하길래,이번에는 내가 먼저 팔을 콕콕찌르며 장난을 걸었다.
"너는..."
"어?"
"내가 하나도 남자로 보이지 않는거야?"
"또 그 얘기야?나도 너 좋아~진짜 많이!"
"이렇게 해도?"
걷다 말고 불쑥 내게 얼굴을 들이민다.
당황스럽게 왜이래.살짝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위해 가슴팍을 밀어냈다.
"장난같지.난 매일 진심인데."
오늘따라 왜이러니 얘.당황한 기색을 못 숨긴 내가 시선을 피했다.
후두두둑.그때 마침 영화마냥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눈 앞에 있는 어깨도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빨리 비부터 피해야...."
내 말을 무시하고,켄타로가 내 손을 따뜻하게 잡는다.
그리고 입을 연다.
"너도 날 좋아할 수는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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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리뷰로 가득한 서울의 어느 치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