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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640 출처
이 글은 10년 전 (2016/7/16) 게시물이에요





국내 게임개발사 ‘손노리’는 2001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6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컴퓨터 게임 ‘화이트데이’를 내놨다.

그러나 출시와 동시에 불법 복제판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초기 판매량이 3000여 장에 불과할 때, 불법 다운로드는 15만 건으로 추산됐다.

손노리 이원술 대표는 인터넷에 이런 내용의 호소문까지 올렸다.




- 마지막 불씨는 남겨두고 싶습니다. - 

손노리 대표 이원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 했고 사랑했으며 게임으로 얻었던 나의 즐거움들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은 작은 꿈을 이루고자, 10여년의 기간을 게임 제작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쳐 왔습니다.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하려고 했던 것의 1%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아직 너무나 많은 보여줄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희가 꾸던 꿈의 많은 부분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버렸습니다. 이번 ASR로 저희도 PC패키지 게임시장에서 떠나가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게임만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은 온라인으로 표현 되어져야 한다면 당연히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표현되어 져야 한다면 당연히 오프라인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단지 불법복제 때문에 모두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게임만 만들어야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얼마 전 출시했던 S모사의 캐릭터슈팅게임도 나오자마자 와레즈 사이트에 순식간에 올라갔으며 한 사이트에서만 판매량의 10배도 넘는 다운 수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너무나도 답답한 현실에 서글퍼 해야만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찬사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그 업체는 대체 왜 국내에서는 이토록 좌절과 아픔을 겪어야만 할까요? 

왜 국내 개발자들의 꿈이 해외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되어 버렸을까요? 

이제 우리나라에 패키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외국 게임들이야 튼튼한 자국 시장이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국산 게임들은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니까요. 

해외를 타겟으로 하면 되지 않냐라고 말들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남미에서 우리나라에 정서에 맞추어 만들면 어떤 게임이 나올까요? 그걸 해결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만들기도 힘든 자금력으로 해외게임과 상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일 뿐입니다. 

그 동안 국내 개발사들이 멀티게임만 죽자사자 만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독창성이 없어서? 멀티게임이 인기가 많아서? 어느 개발자가 다른 게임 따라서 만들고 싶겠습니까? 카피가 안 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공짜 온라인 게임들이 턱없이 늘어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국내 패키지 개발사들은 마지막 방법을 찾기 위해 반 강제로 복사를 안 하는, 아니 할 줄 모르는 마켓인 아동용 패키지로 돌아 설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소재를 선택할 수도 없고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만들어야 할 게임까지 억지로 멀티로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너무나도 비합리한 현실로 인해 창작이 억압되어 버리는 현실과 가치를 가치로써 인정 받기 어렵다는 현실이 너무 힘듭니다.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은 게임을 만들까 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게임으로 돈을 벌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사업을 한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게임을 위해 회사를 만들었던 우리의 가치의 기준이 흔들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가 98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유저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손노리의 게임은 절대로 번들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희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는 얼마 전 그 약속을 깨버리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생리상 적자를 메워야 새롭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심정은 정말 새로 태어날 아이의 병원 비를 위해 먼저 태어난 아이에게 앵벌이를 시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누가 우리의 아이들을 길거리에 내칠 수 밖에 없도록 하였나요… 
하지만 같은 업계 다른 분이 이렇게 위안을 하시더군요. 

어차피 대다수의 유저들이 우리가 만든 게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곳에 주는 것이 더 낫지 않냐,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겠냐. 

더 이상 이런 진실 같지 않는 진실 속에서 좌절을 겪고 싶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어떤 개발자 분이 우리나라에서 게임 만드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하셨던 글이 통신가에 이슈가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는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이상 우리나라에서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구걸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살 가치가 없다면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살 가치가 없으면 하지도 마십시오. 
마음껏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작자들이 노력한 만큼 최소한의 결과라도 얻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들이 보여주려고 했던 큰 세계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발 마지막 불씨는 꺼뜨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결국은 꺼질 수 밖에 없는 작은 하나의 성냥불일지라도 끝까지 태워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대답 없는 외침이었다.

결국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손노리를 비롯한 국내 게임업체들은 컴퓨터 패키지 게임 개발을 그만뒀다.

지금 그 자리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의 게임이 채우고 있다.




끝부분에 있는 '살 가치가 없다면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살 가치가 없으면 하지도 마십시오.'라는 말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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