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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822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8/03) 게시물이에요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스티즈

박성철, 이유 없는 가슴앓이




만남을 인연이라 여기고 살아왔듯

이별 또한 인연이라 자위하며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것처럼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것처럼

떠나 보냈습니다

 

그 후로 비가 내릴 때면

내 몸 한구석 어딘가는 아파왔습니다

 

헤어짐이 사랑의 끝은 아니였습니다

그렇게 그대 떠나감은

나에게 힘겨움이였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알아버렸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힘들게 하는 것의 실체는

그대 떠나감이 아니라

 

그대 떠남에도 버리지 못하는

남은 내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스티즈

이경옥,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떠나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생각이 나듯이

돌아 갈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래 언덕에 놀던 아이가

산 그늘이 짙어져

엄마품이 그리워 지듯이

 

몽당연필 볼펜깍지에 끼워

고사리손에 붙들려

누래진 공책위에 산수공부하며

꼬장해 진 얼굴엔

흐르는 땀방울도 모른 채

구슬치기 고무줄 놀이 하던 동무들이

그 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닥토닥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 못 들더라도 좋았던 집에

타닥타닥

장잣불 타는 소리가

추이를 몰아 내던 곳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토벽에 발라진 신문지의

잉크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던

구들장 아랫목이 그리워

논둑길 걸을 때면

저만치

밥 짓는 연기가 피어 나던곳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스티즈

조용순, 비켜가야 할 길






저마다 걸어가는
생의 행로가 있어
각자 정해진 길을 따라
바삐 가다

길이 아닌 곳이 보이면
모퉁이를 돌아
비켜가야 할 길이 있다

흐르는 구름은
어느 길로 흐르는지 볼 수 없지만
인생의 흐름이야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면
돌부리도 비켜서 갈 수 있지 않으랴

때론 가서는 안 되는 길에 얽매여서
방황의 눈길이 어수선한 길에 깔리어
어지러운 길목에 잠시 머리 숙이고
애증의 기묘한 모습을 본다

구름도 우리도 흘러가며
혼자 우는 이들의 계절도
저만치 지나가는데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스티즈

정기모, 유월의 안부




소리 내어 울지 못하던 울음이

네 앞에서 툭 터지면 어쩌나

바람만 가득 삼키는 이 밤

아릿아릿 몸살기 푸르게 돋아나고

어디선가 돌아와

살같에 머무는 너의 향기를 베고 누워

오월이 다 저물도록

소리 내어 부르질 못했다

그리움 가득한 가슴으로

 

까실한 자작나무 등줄기 어루만지던

지난 꿈길이 더욱 환하여

서럽게 깨어나던

오월의 밤은 더 깊어지는데

너는 여전히 부재중이고

나는 하얗게 떨어지는 꽃잎이 된다

 

서로 깊게 호명하고 싶은 계절

그윽한 눈길에 넌 또 다시

꽃인 듯 피었다 진다

그 먼 새벽바람만 끌어안고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스티즈

이응윤, 내가 무어 길래




내가 무어 길래

내게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부족한 사람

너를 안을 수 없는

작은 장벽하나 넘을 수 없는

못난 남자를

 

너의 아픔을

거둘 수 없는 무력함

진종일 자판기 커피 들며

눈물만 고이는 날

 

창밖에 회색풍경이

내 가슴을 울컥 울린다

내가 대신할 수 없는

너의 아픔의 날까지

너만큼 나의 아픔으로 안아 줄게

결코, 몸과 맘만은 숙이지 말며

한 날들을 헤쳐 봐요

그래도 내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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