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 아파트 밖 연석 옆에 놓여 있었다. 흰 아이폰 4S는 놀라우리만치 좋은 상태였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어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끔찍할 정도로 반짝이는 보라색 케이스가 씌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고등학생 여자아이의 것임에 틀림 없었다. 그러건 말건, 어쨌든 나는 핸드폰을 감상했다 – 케이스가 조잡하긴 했지만 핸드폰 보호가 꽤 되는 것 같았다. 조심성 없는 여자아이의 책가방에서 떨어지고도 무사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 상태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미세한 균열도 없고 찍힌 자국이나 패인 곳도… 아무런 손상도 없었다.
아파트로 돌아와 바닥에 가방을 던지고 뱀이 허물을 벗듯 옷과 신발도 모두 벗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관찰했다. 잃어버린 사람이 누구건 분명 찾고 있을 것이다. 홈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켜졌다. 오른쪽으로 밀어 잠금을 해제하자 잠금 설정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와 진짜 별 등신 같은 멍청한 10대 소녀에게 감사하네 (잠깐 동안 나도 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나는 주소록을 뒤져 “엄마”라 저장된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내 터치가 안 먹힌 것 같았다. 의아해져, 나는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또 한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내 검은색 아이폰 5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절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시험 어땠어?”
잠시 4S에 대해 까맣게 잊은 채, 나는 애나와 함께 완전 혼란 그 자체에 빠져있는 대학 생활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20대 여자애들이라면 할 법한 가십거리로 도배를 하다가 마침내 애나가 물었다.
“오늘 밤에 뭐 있어? 다운타운에 얼마 전에 오픈한 괜찮은 클럽 하나 있는데 친구들이랑 갈라고. 같이 가자!”
내 집이 주는 편안함을 둘러보았다. 나는 안에 앉아 좋은 책이나 읽는 조용한 사람인 편이었고, 애나는 정반대로 언제나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 활발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렇지, 뭐. 반대 성향은 서로를 당긴다. 집에 있고 싶은 만큼, 나는 빙그레 웃으며 기쁨에 찬 애나의 꺅꺅거리는 소리에 동의했다. 절친의 요구를 어찌 거절하겠어?
일단 계획을 세우고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서 내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다른 핸드폰이 생각났다. 나는 4S를 집어 들고 핸드폰 주인의 엄마라 저장된 연락처 정보를 열었다. 그렇지! 나는 내 핸드폰으로 “엄마”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적어도 이렇게 하면 전화는 되겠지.
신호음이 몇 번 울렸다. 음성 메시지를 남겨야 하던 찰나, 지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네?”
무례한 응답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썼다.
“안녕하세요, 어, 저는 **라고 하는데요. 제 집 앞에서 핸드폰을 찾았거든요… 그쪽 따님 핸드폰 같아서요. 전달해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죠?”
상대방은 힘겨운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금 이게 재미있어? 이 같은 장난 이제 그만 집어 치워.”
여자가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벙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워, 이 여자 뭐가 문제야? 완전 혼란스러워져, 나는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니, 번호 맞는데… 어, 몰라.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내 알바는 아니니까. 언제가 되었건 조만간 누군가가 전화를 할 것이고, 그때 가서 상황을 설명해주면 될 것이다. 그럼 되겠지.
애나와 클럽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나는 The Good Earth와 과자를 집어 들고 독서할 준비를 했다.
점점 더 내용에 깊게 빠져들고 있는 중, 크게 삑삑대는 소리가 나를 놀래켰다.
삑 삑 삑.
나는 거칠게 몸을 일으켰고, 화면에 불이 들어온 하얀 아이폰을 마주했다. 오, 저게 벨소리야? 발신자를 확인하지 “발신표시제한”이 떠있었다.
받았다.
“여보세요?”
정적.
“여보세요…?”
정적은 점점 심해지더니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응답을 몇 번 더 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도 시끄러운 정적으로 인해 귀에서 떼려던 찰나 – 달칵.
전화가 끊겨싸.
허. 잘못 걸린 전환가보네. 거지 같은 폰, 이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나는 다시 책을 잡아 평화로운 몇 시간의 독서를 즐겼다. 애나를 만나러 가기 한 시간 전, 나는 마지 못해 화려한 셔츠 하나를 꺼내 입었다 – 물론 애나에게서 빌린 옷이다 – 그리고 검은색의 짧은 바지를 입었다. 플랫을 신고 (밤새는 날 하이힐을 신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체리레드 립스틱을 발랐다. 원하는 만큼의 준비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그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삑 삑 삑.
소파에 있는 하얀색 아이폰을 들어 올려 응시했다. 발신표시제한. 뭐야? 나는 눈을 굴리며 한번 더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가 응답할 것이란 아주 희박한 기대를 하면서.
“여보세요?”
이번에는 아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치 전화가 아예 끊어진 마냥. 진심, 뭐가 문젠데? 그냥 아침에 경찰서에 갖다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던가 해야겠네…
“들려요?”
살짝 꺅 하는 소리를 내버렸다. 왠 여자의 크고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끈기 있는 듯, 하지만 어떤 톤도 없이. 하지만 소리가 왠지… 이상했다. 목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어, 혹시 이 핸드폰 주인 알아요? 밖에서 주웠는데 – “
달칵.
전화가 끊어졌다.
이쯤 되니 슬슬 빡치기 시작했다. 누가 나랑 지금 장난질 하는거야? 나는 폰을 소파로 던졌다. 됐어. 일단 나갔다 와서 상대해주지. 아니면 애나한테 해보라고 하던가. 이런 일에는 애나가 나보다 훨씬 더 잘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우리의 밤을 위해 문을 열고 나섰다.
클럽은 꽤 재밌었다. 알고 보니 애나의 친구들은 죄다 남자였고, 그 중 한 명은 완전 내 타입이었다: 키 크고, 검은 머리에 힘있고 자신감도 있는데다 약간은 지배하는 듯한 느낌. 안다, 안다. 지금 사고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가끔은 사고치는 것도 재미있잖아? 그리고 우리 둘 다 보는 순간 통했다. 그는 내 핸드폰을 가져가 내 번호를 확인하고 자기 핸드폰에 저장을 함으로써 못을 박았다.
“토요일 날 만나. 8시까지 준비하고 있어!”
척추를 따라 짜릿함이 몰려왔다. 아, , 개져아.
그날 나는 애나네 집에서 잤다. 남은 밤 동안 한 만 번은 본 것 같은 삼류 공포영화를 보면서 브라우니를 만들었다. 어, 사실, 브라우니 반죽을 막 치대다가 익히지 않고 먹었다. 새벽 4시쯤 기절하듯 잠들어 다음날 정오쯤 집으로 돌아왔다 – 금요일 수업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지.
샤워 한 뒤 아점을 만들고는 그제야 핸드폰을 떠올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핸드폰이었다. 그냥 그날 경찰에 가져다 줘야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새 메시지: 첨부 1.
핸드폰을 열었다. 발신 표시가 제한된 번호였다. 몸이 떨렸다.
첨부파일을 열었다.
사진. 사진… 내 사진. 클럽에서 그 나쁜매력을 지닌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근접샷이었다. 거리가 고작 몇 미터 정도?
바닥으로 핸드폰을 떨궜다. 말 그대로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창백함이 내 양 볼로 내려 앉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내 뇌는 실전모드로 돌입했다.
이제야 알았다, 이 핸드폰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이 폰을 발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내 아파트 앞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말이 되지 않아? 그 조잡한 케이스라면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을 때 핸드폰 박살을 막지 못했을 것이니까.
그럼 내가 왜 이 핸드폰을 가져가길 바랬을까? 분명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겠지. 좋아, 하지만 무슨 이유로? 아빠를 떠올렸다. 예전에 경찰이셨으니, 아빠가 건드린 사람 중 하나일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내가 사는 곳은 고향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 최근에 내가 누구 성질을 긁은 적이 있던가? 뇌가 뽀개질 정도로 머리를 굴렸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누굴 화나게 할 만큼 하루에 많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솔직하게 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클럽까지 나를 따라와서 사진도 찍고…
…그리고 내가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내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이 생각에 떠오른 순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삑 삑 삑.
발신표시제한.
이번에는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나는 전화를 받아 강하고도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새끼야? 니 바보 플레이에 놀아줄 시간 없어. 내가 너 같은 치졸한 놈한테 겁먹을 줄 알아?” 욕지거리가 계속해서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침묵.
“들려요?”
아까 들렸던 톤도,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였다. 달칵. 끊김.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부분에서 이미 나는 돌 것 같았다. 1초도 채 걸리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책가방을 하나 잡고 대충 필수품을 때려 넣은 뒤 내 폰과 그 망할 폰을 집어들고 차로 달려갔다. 차로 뛰어들어 문을 다 잠그고 거리를 달리면서 백미러로 누가 날 따라오지 않는지 계속 확인했다.
동네를 몇 시간 돌며 내가 꺾을 수 있는 골목이란 골목은 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계획 하나를 그렸다. 누구건 간에,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지 간에 이 등신 같은 장난의 희생양이 될 생각은 없었다.
미행이 없다 확신한 순간, 나는 차를 세우고 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전화로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자신의 집에서 머물러도 된다 말했다.
“이 쓰레기 잡게 도와줄게,” 그녀가말했다.
20분 뒤 나는 애나의 집에 도착했다. “좋아, 잡아보자.”
우리는 거실에 앉았고,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 폰 주인이 어떤 남자 – 여자 – 건 간에, 일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어야만 했다. 이 이상한 핸드폰에 있는 어떤 도움이라도.
화면 잠금을 풀고 함께 화면을 쳐다보았다. 어디부터 확인하지?
“사진,” 애나가 말했다.
“좋아.”
나는 사진 아이콘을 클릭해 처음부터 훑기 시작했다.
첫 사진 몇 개는… 평범했다. 금발 머리에 이를 환하게 드러낸 미소를 짓고 있는 10대 소녀의 사진. 그리고 10대로 접어들 기 전 생겼던 여드름의 흔적 약간. 엄청난 셀카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웃긴 사진들이 많았다. 여자애의 외모만 두고 봤을 때, 처음 예상했던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고딩일 거라는 예측. 하지만 고딩이 왜 이런 짓을 하겠어? 감당이나 할 수 있나? 클럽에 들어가려면 꽤 그럴싸한 민증이 있어야 할 텐데. 그리고 이렇게 어린 애가 있었다면 분명 내가 기억했을 것이다. 말이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스크롤 했다. 곧 왠 남자 하나가 사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헝클어진 갈색 머리칼에 위험할 정도로 매력적인 웃음을 가진 남자. 둘은 서로 꽤나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었다. 여자애의 친구들 사진은 점점 사라지고 모든 사진들은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이 남자애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는 중이었다.
그리고는 사진이 검게 변했다.
그게 다였다. 온통 검은색. 고장이라도 났나,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다.
까매.
이런 식의 사진을 몇 장 더 넘겼다. 애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상한데.”
오른쪽으로 한 번 더 넘기자, 화면이 다시 색깔로 터지는 것 같았다.
금발머리를 한 10대가 다시 나타났지만, 그녀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이제 딸기 같은 금발로 변해 있었다. 머리칼이 피에 젖어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녀의 머리는 옆으로 굽어져 있었고, 오른 팔은 등 뒤로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여자애의 주변으로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고, 밝은 하늘색 눈은 둔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죽었다.
애나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폰을 집어 던지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몇 분 간 구역질에 시달리다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애나는 소파 위에서 덜덜 떨며 내가 몇 분 전 집어 던진 상태로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 대체 뭐야 이건?”
“나도 몰라,”
“이 여자애가 누군지 알아야 해. 만약 이 남자친구가 한 짓이라면 더더욱.”
나도 동의했다. 조심스럽게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남아있는 사진에서 단서를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면을 보지 않고 선혈이 낭자한 여자아이의 죽음의 게시를 넘겼다. 다음 사진도 까맸다. 그리고 또. 또. 매 사진을 넘길 때마다 내 예상과 걱정이 점점 커져갔다.
이번에는 갈색 머리의 남자애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진 전까지 그가 첫 번째 용의자였다. 그 여자애는 어쨌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남자애와 보냈으니까. 하지만 그의 몸이 차 앞 유리를 반 틈 뚫고 나가져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의 복부로 유리조각이 꽂혀 있고, 그의 눈에서 철철 나오고 있는 피를 보자,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할 수 밖에 없었다. 화면을 보고 있자니 내 몸이 당장이라도 움찔 거릴 것만 같았다. 자신의 차 후드 위에 있는 남자애의 위로 드리워진 죽음의 위압감.
넘기고, 넘기고, 넘기고.
다음 사진은 다른 여자 사진이었다. 금발 여자애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고, 길고 검은 머리를 가진 그녀의 눈가 주변으로 잔주름이 보였다. 한 30대 정도 되려나. 형식적인 사진이었다.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고 꼿꼿하게 선 채 정장 의류를 입고 있었다. 보아하니 일을 위한 사진인 것 같았다.
다음. 비슷한 사진이지만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남자였다. 동료인가?
그리고 몇 개의 검은 화면들. 그리고 아까 그 여자가 배에 칼이 꽂히고 비명을 지르는 얼굴을 한 채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여자의 눈에 생명력이란 방금 사라진 듯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사진이 찍히기 직전에 죽은 것 같았다. 더 많은 검은 화면들. 끝이 있긴 할까?
그리고 남자를 보았다. 적어도, 남자였을 거라 확신은 할 수 있었다. 그는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고, 카메라는 그의 등을 찍어 놨기에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속이 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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