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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6/8/13) 게시물이에요

조선일보|뉴욕/김덕한 특파원
입력 16.01.05. 03:06 (수정 16.01.05. 06:26)



우리나라에서 당대에 부(富)를 일궈 세계 최고 부호 반열에 들어간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제정보 미디어 블룸버그가 지난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세계 400대 부자 목록에 따르면, 이 명단에 포함된 한국인 5명은 모두 부의 원천이 '상속(inherited)'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홍콩 제외)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29명 중 28명, 일본은 5명 모두 자신의 손으로 창업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self-made)형이었다. 한국에서 신흥 부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산업화 성숙단계에 제대로 진입하기도 전에 창의적인 창업 생태계가 고사(枯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의 지난 연말 기준 세계 부호 상위 400명 중 65%인 259명이 자수성가형이었으며, 35%인 141명만 상속형이었다. 자수성가형 비율은 세계 200대 부자로 대상을 좁히면 더 높아져 69%인 138명이 자수성가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세계 10대 부호들은 모두 창업 스토리를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시킨 창업자들이었다. MS(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패션 브랜드 '자라(ZARA)'로 유명한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등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혁신형 기업 창업자들이 세계 최고 부호가 됐다.

반면, 세계 부자 순위 400위 안에 든 한국인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모두 재벌 2~3세들이었다.

세계 400대 부호 중에는 아시아 부호가 80명 포함돼 있고, 이 중 63명(70%)이 자수성가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인은 29명이었으며 이 중 1명을 제외한 28명(97%)이 자수성가형이었다.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13위), 중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22위),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그룹의 마화텅 회장(36위),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62위), 중국의 게임사이트 넷이즈의 딩레이 회장(95위) 등이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로 전 세계 패션 시장을 누비고 있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39위)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107위), 전기기기 업체 키엔스의 다키자키 다케미쓰 명예회장(137위) 등 세계 400위 부호 랭킹에 든 일본인 5명은 모두 자수성가형이었다. 러시아는 18명 모두, 인도는 14명 중 9명(64%)이 자수성가형 부호였다.

블룸버그는 부호 순위를 매기면서 각 부호들의 독특한 스토리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경우 "고교 시절, '저커넷'이라고 이름 붙인 가족 메시징 시스템을 창안했다"고 쓰여 있고,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는 "일찍이 구글과 에어비앤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투자했다"는 메모를 적어놓았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창업 의지, 투자 안목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한국은 신흥 부호 명맥이 끊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거의 유일하게 20대 기업군에 새로 이름을 올렸던 STX그룹은 도산했고,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신흥 디지털 기반 기업들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기존 사업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젊은이들이 창의성을 기르고 마음 놓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 부활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신흥 부자도 나오고 한국 경제도 다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400대 부자 65%가 자수성가.. 한국은 '제로' | 인스티즈

세계 400대 부자 65%가 자수성가.. 한국은 '제로'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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