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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002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8/14) 게시물이에요


“보고싶어.”

핸드폰을 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버텼다. 가격이라는 이유 외에는 딱히 내세울 이유 따위는 없었다. 독립한 이후로 매달 통신비를 충당할 여력도 없었으니까. 내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일반전화를 쓰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고, 그것은 모두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마침내 하나 장만해도 스스로 괜찮겠다 싶었던 25번째 생일까지 기다렸다. 내 모든 친구들은 갑작스레 변한 내 마음에 대고 비웃었지만 속으로는 모두 드디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마찬가지로 꽤나 좋았다. 게다가 알고 보니, 이 물건이 미친듯이 편리한 물건이라니 – 누가 알았겠어?

핸드폰을 사고도 약 한 달 가량 문자를 보내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받은 첫 번째 문자 메시지는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것에다 내용은 단순히, “보고싶어”였다.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 어떤 문자면 시작이 이렇게 된담? 나에게 있어 그 문자의 내용은 꽤나 오버한 듯 느껴졌다… 그리고 그게 연결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전, 아주 게으르던 남자친구를 대차게 차버렸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덩치만 엄청나게 자란 아이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남자였다. 그는 내가 요리, 청소, 병원 예약을 해주기를 원했고 그에게 매달 내 수입의 절반을 주기를 – 맞다, 주 기 를 – 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전혀 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렇게까지 그와 오랜 시간 버틸 필요는 없었는데 – 악마같이 좋은 외모라니 – 하지만 일단 정신을 차리고 난 뒤, 그의 이전 여자친구/피해자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길가로 내쫓아버렸다. 아마 나나 내 친구들 페이스북을 염탐하다 새 번호를 알아낸게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보니, 그가 나와 다시 연락하려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답장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이유 하나, 기회가 생긴다면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또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할 테니까. 이유 둘, 본인이 무시당하고 내가 귀 기울여주지 않음을 느끼는 그 자체로 나에게 꽤 큰 즐거움을 줄 테니까. 그러니까, 나도 따르는 규칙처럼 너무 사람이 쩨쩨해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가금 이런 완벽한 기회는 거부하기에는 너무 완벽하단 말이지.

그 후 몇 달의 행태는 마치 나의 추리를 뒷받침해주는 듯 보였다. 그의 입질이 연속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빨대를 꽂을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한 거머리마냥 희미하게 애청하는 듯한 말투를 보였다. 처음에는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려 한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았다. 걔가 만났던 여자들 중에 내가 가장 충성적이고 오래 붙어있었으니… 게다가 순진하기까지 했으니까. 나는 그야말로 완벽한 타겟이었던 셈이다.

문자는 언제나 비스무리한 어투로 왔기에 성가시게 느껴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고싶어.”

“널 볼 수만 있다면…”

“오늘 사람들 사이에서 널 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꿈이었어.”

어. 진짜 한심하네.

그리고 어느 날 밤, 내가 핸드폰을 산지 8개월이 됐을 무렵, 실수를 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취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맥주 한 병으로 가볍게 업무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여자 한 명이 파티를 벌이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평소보다 훨씬 긴 문자를 받았을 때, 나는 이미 완전히 떡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너무 보고싶어. 어차피 문자 안 보는거 알지만 어느 날보다도 오늘 하루 만큼은 내가 널 정말 사랑한단걸 알아줬으면 해. 널 한 번이라도 더 볼 수만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텐데…”

어느 날보다도 오늘? 궁금해졌다. 완전 뒤엉켜버린 내 머리 속을 헤집으며 생각하려 애썼다. 그리고 첫 번째 든 생각에 온 몸이 그냥 멈추버렸다. 아, 오늘이 우리 기념일이던 날인가보다. 맞아, 왜 아니겠어? 또 내 정신을 흐뜨러트리기에는 가장 완벽한 기회지. 걘 정말 나쁜 새끼였지만 꽤 똑똑한 놈이었으니까.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랑 한 번 놀아보자 이거지? 좋아. 놀자. 하지만 이번엔 내가 규칙을 정하거야. 맹세코 그 당시 내 정신이 내것이 아니었다.

나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고 핸드폰 자동 오탈자 고침 기능이 내 만취상태를 고치려 애를 썼다.

“날 보고싶다면 한 번 와서 보지 그래?” 그리고 추가적으로 그가 나를 여태까지 염탐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잖아.”

그렇게 답장을 보냈고, 그렇게 나는 운명을 바꾸고 말았다.

-

다음 날 아침 일어났더니 부재중 전화가 13통이 와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전날 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리고 그 기억에 답이라도 해주는 듯한 문자 내역을 보자 끙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 적어도 어제 전화는 안 받았네. 조금이나마 그가 다시 전화나 문자를 보내지 않기를 바랬지만, 내가 그저 그를 부추기기만 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그는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한 일주일 정도였나, 내 핸드폰은 그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했다. 그렇게 나는 술 취한 내 자신과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슬쩍 만족해하며 자축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다음 주,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배지를 달고 있는 왠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굳은 얼굴과 푸른 제복은 아침 햇살 아래 휑하니 서있었다. 그의 뒤로는 파트너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얼굴 또한 돌덩어리마냥 굳어있었다. 그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 눈빛에 왠지 이상한 기운의 한기가 내 핏줄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엄 – 안녕하세요, 경관님들? 무슨 일이시죠?” 내가 물었다.

아주 짧막한 인사와 함께,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 또한 문을 열어주며 무슨 볼일이 있어 왔는지 의아했지만 분명 뭘 찾아내지는 못하리라 자신했다. 아마 실수를 한거겠지, 하지만 그들이 던져대는 질문에 더 놀라고 말았다.

“사일런스 매디슨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아십니까?”

난감하면서도 무슨 소리인지 전혀 감도 안 잡히는 이 소리에 나는 대답했다. “아니요… 왜요?”

“그 여자의 핸드폰에서 당신에게 보낸 일련의 문자 메시지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으로부터 답장 하나가 왔더군요.”

조금 더 젊어보이는 경관이 여태까지 내가 받아왔던 문자 내용과 내가 만취했던 그날 밤 보낸 답장의 내용이 쓰여진 프린트를 꺼내 보였다.

나이 든 경관이 나에게 질문을 던짐에 따라 점점 현실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문자들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네…” 대답을 한 뒤 재빨리 이 말을 덧붙였다, “근데 그 문자들은 모르는 번호로 온거에요. 전 남자친구가 보낸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답장을 한겁니까?”

나는 긴장감에 땀에 절어가고 있었다. “어… 맞아요. 그렇게 하면 그만 둘거라 생각했거든요.” 입을 쉴 수가 없었다. “그때 좀 취해있기도 했어서…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나이 든 경관이 한숨을 쉬자 젊은 경관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보아하니 우연히 불행이 겹친 것 같군요.”

“무슨 말씀이시죠?”

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

사일런스는 대학에서 아주 힘든 1학년을 보냈다.

수업은 힘들었다. 그녀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의 인생은 언제나 스트레스와 과제로 치여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제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질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어릴 적부터 함께 한 가장 친한 친구, 라켈 와그너가 차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라켈은 즉사했지만 사일런스의 고통은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삶에서 점점 휩쓸려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학기는 흘러갔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라켈의 죽음을 애도했지만 알아서 자신들의 삶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러니까. 하지만 사일런스는 자신의 친구를 과거에 두고 혼자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일런스도 노력했다. 정말 부던히도 했었다. 그녀는 해결책을 찾아 헤맸다. 수업에 갈 때면 언제나 행복한 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이 아주 두껍고 숨막히고 견딜 수 없을 쯤이면… 그녀는 언제나 라켈의 예전 번호로 문자를 보내곤 했던 것이다.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일지라도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라켈이 사망했던 그 날, 사일런스의 기분이 가장 아래에 있던 그날, 그녀는 마침내 답장을 받았다.

“날 보고싶다면 한 번 와서 보지 그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잖아.”

사일런스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음성사서함 안내조차 듣지 못했다 – 애초에 내가 등록을 해두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사일런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직장에서 슬쩍 해온 커터칼을 잡고 영원이 가능한 곳을 향해 자신의 혈관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

나는 그날, 겨우 표면 위에 떠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아주 절망적인 사람의 삶을 끝내버린 매우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사일런스의 아버지는 날 용서했지만 내가 얼마나 많이 사죄를 해도 그녀의 어머니는 나를 증오할 뿐이었다. 이해할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당신의 딸의 한계점을 눌러버린 마지막 버튼이었을 테니까. 경찰도 나에게 계속 반복해서 말하기를, 사일런스 스스로가 그녀의 목숨을 저버린 것이라 되풀이했다. 내가 비난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안에는 이미 근절할 수 없는 죄책감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

그 해는 정말 길고 힘든 해였다.

사일런스의 죽음은 내 삶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졌지만, 결국은 다시 내 생활을 찾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그녀를 잊을 순 없었다. 그 사고가 얼마나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제는 사일런스의 기일이었다. 그날 하루도 어떻게든 버티며 이름조차, 그 사건조차 모르는 척 하려 애를 썼다.

그날 하루도 잘 마무리가 되는 듯 싶었다. 그러다 밤 10시쯤,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지난 1년 동안 미친듯이 잊으려 노력했던 그 번호로부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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