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근처에 앉아 귀를 귀울였다. 내 시간을 기다리면 됐다. 2끼의 식사가 더 들어왔고 갑자기 무기가 하나 있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내가 갇혀있는 이 방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지만. 배관을 뜯어낼 수 없을테고 담요도 별로 좋은 무기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배관을 뜯어낼 수없이 많은 방법을 떠올리다 갑자기,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전구?
나는 방 한가운데 서서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는 전구를 올려다 보았다. 음, 이게 먹혀야 할텐데. 나는 뛰어 올라 와이어를 잡았다. 하지만 끊어지지. 나는 뛰고, 또 뛰었다.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지쳐갔다. 그만 포기하고 다른 기회를 노려볼까, 하지만 한 번만 더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와이어가 끊어졌고 나는 시멘트 바닥으로 사정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상한 자세로 착지한 덕분에 무릎에서 엄청난 고통이 아려왔다.
젠장! 이를 악물고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여기서 나가는데 이깟 무릎이 날 막을 순 없었다. 몸이 후덜거렸고 무릎에 전기 충격이 휙 쓸고 지나갔지만, 다행히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문 바로 옆으로 다시 자리잡고 희미하게나마 들리는 대화에 더 귀를 기울였다. 가끔씩 졸긴 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 너머에서 약하게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니가 하라는대로 했잖아!"
"가서 무턱대고 다 죽이라곤 안했어! 가서 잡아오라고 했지. 아메리칸 싸이코 찍지 말라고."
"아니, 니가 말하기를 걔를 놀래켜서 잡아오라고 했지. 그리고 난 놀래켰다고."
" 멍청한 새끼! 망할 FBI 새끼들이 여기저기 죽치고 있는 통에 여기까지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고! 지금 당정 꺼내서 자리를 옮겨야 돼. 같이 일하는 새끼가 한니발 렉터인줄 알았다면 그냥 나 혼자 하는건데."
이 목소리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와이어 끝을 내 손에다 둘러싼 뒤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깨진 전구를 꽉 쥐었다. 말싸움을 하고 있던 목소리 하나가 문 쪽으로 점점 가까워졌는데,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를 읊었다. "멍청한 새끼! 걔가 이거 전부 망칠 수도 있었다고." 문의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확 뛰어들어 교수형에 사용되는 밧줄처럼 와이어를 그 여자의 목에 둘렀다. 그리고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끌어 모아꽉 움켜 쥐었다. 여자가 내 손을 긁어대자 나는 삐죽삐죽하게 깨어진 전구가 달린 손으로 여자의 눈을 때렸다. 여자는 비명을 빽 지르더니 나를 놔버렸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금발 머리로,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일단 피하려고 몸을 숙인 뒤 멀쩡한 다리로 여자를 발로 차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내가 있는 장소는 휑한 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있던 곳은 화장실임에 분명했다. 낡고 오래된 장비의 조각들이 이 황량한 공간을 그나마 점찍어주고 있었다. 바짝 경계가 선 두 눈으로 이리저리 훑어보았지만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놓여 있는 오랜 장비 조각 중 하나가 쇠막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이미 오래 전 망가진 부품이겠지. 일단 그것을 들어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이정도면 들 수 있겠다. 마침내 나에게도 무기가 생겼고 혹시나 그 남자가 나타난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그러모은 뒤 문을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갔다.
밖으로 나가자 장밋빛 핑크와 암청색이 뒤섞인 석양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내 폐를 깊숙하게 파고 들어왔다. 나는 이제 넓게 자갈이 깔려 있는 주차장에 있었고, 주변으로는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보였다. 하지만 오른쪽, 그 길로 내가 향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아야 했다. 코너를 돌자 마자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고,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파란색 세단 트렁크에 마크를 쑤셔 넣고 있었다.
재빨리 빌딩 코너 뒤로 몸을 숨긴 뒤 그를 계속해서 관찰했다. 남자는 레너드 경관이었다. 엄청난 충격이 밀려왔다. 왜 그가 이런 짓들을 벌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너드는 마크를 트렁크에 넣고는 빌딩 옆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문은 내가 갇혀있던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문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몇 초의 시간 밖에 여유가 없었다.
자동차를 향해 달려가 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차량 자체가 오래된 차였기에 트렁크를 여는 걸쇠가 운전석에 핸들 바로 아래에 있었다. 자물쇠 버튼을 누르러 다가간 순간,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것 같았다. 바닥에 자동차키가 있었던 것이다. 트렁크에서 마크를 꺼내올 바에, 나는 차라리 시동을 걸었다. 일단 여기서 당장 뜨는거다, 마크라면 상황이 조금 안전하게 바뀔 때까지 그 안에 있어도 괜찮겠지.
차 문을 세차게 닫고 후진으로 세게 밟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뜬금없이 유리창이 내 맞은편에서 와장창 깨져 들어왔다. 그 순간, 운전석 문에 달린 유리창이 사라졌다. 거센 팔이 내 머리를 잡아 채더니 차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맞싸우며, 나는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며 아까 가져왔던 쇠막대를 절박한 심정으로 찾았지만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창문으로 몸이 훅 들리는 순간 놓치고 말았다. 내 두 다리가 딱딱한 자갈 밭 위로 떨어지고 무릎이 다시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맞섰다. 나는 내 머리를 잡고 있는 손을 무지막지하게 긁고 비명을 질러댔다. 내 머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그 엄청난 주먹에 머리가 점점 뜯겨나가며 강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내 아래로 다리에 힘을 주려 애썼다. 내가 몸을 일읔키자마자 레너드의 팔이 내 목을 조르더니 결국 머리를 잡고 있던 주먹을 풀어내자 내 두피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이 되는 듯 싶었다. 그는 내 배에 강한 주먹을 갖다 꽂았고 순간적으로 나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멈추며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바닥에 떨어져 혹시나 방어할 수 있는 뭔가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그리고 마침, 내 손에 야구공만한 사이즈의 돌이 잡혔다. 그 돌을 집어들고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제대로 휘둘렀다.
내 일격은레너드의 턱에 제대로 맞아 들어갔고, 그의 머리가 뒤로 확 꺾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비틀거리며 나를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다시 한번, 손에 돌멩이를 꽉 쥐어들고 그의 가슴팍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돌을 쥔 손을 그 위로 사정 없이 내다 꽂았다. 계속해서, 또 한번, 다시 한번.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전해졌고, 내가 돌멩이를 놓을 무렵, 그의 얼굴은 어떤 저항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때리자 그저 철벅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위에 앉아 내 숨을 고를 뿐이었다. 내 손은 살조각을 하두 치댄 탓에 거의 검게 보였다. 내 팔, 내 몸, 내 다리 모두 온통 피투성이로 흠쩍 적셔져 있었다. 그에게서 내려와 다시 차로 돌아갔다. 차는 주차장 끄트머리까지 슬슬 굴러가다 연석에 막혀 멈춰있던 상태였다.
트렁크를 열고 안에 있던 마크를 꺼내 앞좌석으로 옮겼다. 그는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양 눈은 크게 뜨여진 상태였지만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마크가 있는 쪽의 문을 닫고 다시 운전석으로 절뚝거리며 다가갔다. 운전석 문을 열자, 창고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 문에 서잇는 사람은 아바 롸잇으로, 그녀 얼굴 왼쪽으로는 핏물이 온통 범벅이 된 상태였다.
운전석에 있던 쇠막대를 꺼내들고 한 차례 휘두를 준비를 했다. 아바는 엄청난 비명을 지르더니 자세를 갖추었다. 어떠한 머뭇거림도 없이 나는 막대를 휘둘렀다. 지난 세월간 제대로 치지 못하던 소프트볼 게임이 한 방에 해결된 기분이었다. 막대는 정확히 아바의 얼굴을 가격했고, 그녀는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나는 막대를 떨구고는 다시 차로 올라타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경찰이 우리 차를 세우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 깨진 창을 가진 세단 차량과 그 안에 타고 있는 피범벅 여성 운전자를 못 볼 수가 없었겠지.
병원에서 나는 충분히 잘 지냈다. 무릎 인대가 나간 상태였고 발에 난 상처는 감염이 된데다 갈비뼈까지 나갔다. 마크는 내가 도망간 그날 밤 경관의 총에 다리를 맞았다고 했다. 머리에 가해진 몇 번의 충격으로 뇌진탕과 몇 군데를 꼬매야 했다. 우리는 살 것이다. 그게 중요한거다. 나는 한동안 내 스스로를 그러모으는데 성공했지만, 경칠아 찾아와 내 부모님의 시신을 찾았다는 말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영안실에 가서 철제 침대에 뉘여있는 움직임 없는 그들의 모습은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아바는 내가 휘두른 막대에 맞고도 살아남았지만, 눈 한 쪽을 잃었고 막대의 충격으로 뇌에 손상이 가해졌다고 했다. 그녀는 남은 인생 동안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갈 것이고, 차라리 내가 죽여놓을걸 싶었다. 레너드 경관은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 다시 한번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애초에 집에서 나를 도와줄 뻔 했던 부부는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레너드가 그들 역시 처리해버린 것이었다.
FBI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데 정말 많은 수고가 들었다. 레너드 경관은 내가 학교를 떠나기 오래 전부터 이미 나에 대한 집착증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내가 받았던 전화를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낼 수 있었다. 레너드는 이미 몇 년 째 나를 쫓아다니고 있었고, 그들은 그의 전화에 연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너드 집이 수색에 들어갔을 때, 경찰들은 침실에서 레너드 부인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내 핸드폰은 그 집 부엌 식탁 위에 있었다. 그의 컴퓨터에는 나만을 위한 방대한 분량의 폴더들로 가득했다. 내가 쓴 보고서, 사진, 온라인 활동 기록, 문자 메시지 기록,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식적인 기록들. 그는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까지 깔아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날 마크의 파티에 와서 몰래 창고로 숨어 들어가 마크의 지프에 소형 카메라까지 부착했다. 아파트 안에는 두개의 카메라가 더 설치되어 있었다.
반면에, 아바는 마크에 대한 집착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보기에는 서로 아주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마크와 나는 너무 가까웠는데 그걸 그냥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레너드 경관은 내가 있는 광경에서 마크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아바는 내가 사라지기를 원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동시에 납치해 각자 따로 갈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걷잡을 수 없이 만든 것은 경관이었다. 파티에서 내가 토니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사적으로 더 크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내 부모님과 내가 기르던 개는 단순히 내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를 당했다. 만약 그날 내가 술을 자제하고 토니와 히히덕거리지 않았더라면 납치만 되고 어느 누구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절대 술은 마시지 않을 테다...
(http://www.reddit.com/r/nosleep/comments/36kre6/someone_switched_my_phone_at_a_partypt_4_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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