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 처럼
몇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인생이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데 이건 진실이에요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 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을 비추며
나는 갑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대 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 밟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첫눈이 아니어도
폭설이든 싸락눈이든
눈이 내리면
그대 보리라 했건만
지금 저렇게 함박눈이 오는데
그대 오면 좋겠다
저 하얀 눈길위에
그대 첫 발자국 찍으며
그렇게 내게 오면 좋겠다
눈이 쌓이는 만큼
그리움도 쌓이는데
눈이 녹아도
오래도록 녹지 않을
그리움이 쌓이는데
그대 오면 좋겠다
저 눈이 녹기 전에
저 눈이 눈물이 되기 전에
그대 지금
내게로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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