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좋아지니 나는 별것이 다 싫어졌어. 글씨는 왜이리도 삐뚤빼뚤한 것이며 아는 단어는 또 왜이리 적을까. 네가 내가 되지 않는 한 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온전히 알 수 없을거야. 유일하게 슬픈 점이지. 넌 아마 평생을 알 수 없을테니.
사실 펜을 집어든 이유는 원인조차 모를 눈물이 차올라서야. 너에게 편지를 쓸 때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가끔 번져나갈때 기분이 슬쩍 좋아져. 이상하지? 맞아. 나는 이상해. 그러니 너에게 이토록 정성스럽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흐느끼며 쓰는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평생을 이상하게 살아도 좋아. 전해지지도 못할 마음을 애써 낑낑대며 업고가는 내가 이상하겠지만 그것은 그대로도 사랑스럽거든. 아마 이 말을 하면 너는 온 얼굴이 빨개져 손사래를 칠 거야. 사랑스럽다, 라니. 그래도 너는 내게 그래.
사랑스러운 그대야.
오늘은 아주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아직은 낯이 설은 사람들을 마주했거든. 그렇게 힘든 일은 없었지만 너도 알지? 새로운 환경은 괜히 주눅들게 하잖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그다지 당차지도 않고. 네가 그토록 답답해했어도 어떡하겠니, 어쩌면 이것은 내 천성인 것을. 그래도 나는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도전을 해보기로 했어.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어?
하루의 말미에 이르자 건전지가 다 된 인형처럼 온 몸과 마음이 축 가라앉았어. 눈물도 같이 톡 떨어졌고. 마른 하늘을 보고 안심하던 볼에 난데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게 편지를 써. 아무 말 없이 쏟아지는 포옹이 필요한 날 나는 너를 생각해. 서랍 속에서 얌전히 남은 잠을 잘 이 편지는 꼭 너의 포옹같아.
안아줘서 고마워. 잘 자.
편지 3 / 열매달


태풍같은 눈을 지닌 그가 좋았다.
거센 바람이 모든 것을 뒤흔드는 곁이 아닌, 그 가운데 고요히 제 위치를 지키는 태풍의 눈을 가진 사람. 말없이 안겨들때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등을 토닥일 줄을 알기에 모진 일이 다가들면 곧장 그를 찾곤 했다. 가끔 나의 어깨를 빌려가 살포시 기대오는 그를 토닥일때면 가슴이 벅차올라 숨을 헐떡이는 일이 잦았다.
우리는 말그대로 태풍같은 사랑을 했다.
단순히 연애라고 하기에는 조금 넘치는 것. 명확히 짚을 수 없는 어느 곳에서 시작되어 서로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눈만 마주하여도 공연히 온몸이 붉어지는 기분에 말없이 웃기만 하다 불현듯 입을 맞추고 머쓱하게 떨어져 앉았다. 너와 있을 때면 바깥에 어떠한 일이 생기든 나와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네 안에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만이 꿈이었으므로.
사소한 오해가 우리를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끔찍한 새벽을 일일이 헤며 보냈다. 시간이 눈에 보이듯 흘러갔다. 너로 인해 생겨난 고통이었으므로 너에게 안겨 치유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겨우 잡고 있던 가느다란 나뭇가지는 제 소명을 다 하였다는 듯이 가볍게 부러져 버렸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동안 지난 시간들이 스쳐갔다. 그제서야 나는 너를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이 시작되었고 뜨겁게 달구어지다 끝이 났다.
굳이 표현하자면 간단한 한 문장으로 끝날 시간을, 덧붙여 뜨거운 감사도 너에게 보낸다. 글자 사이사이 자리한 숱한 이야기들은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가둔 채. 그들은 아주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 다가들겠지만.
고맙다 / 열매달

그는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감상을 되풀이하는 중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다소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희대의 천재, 모차르트와 그를 능가하지 못했다는 살리에르가 그의 앞에서 무어라고 바지런히 떠들어댔다.
자연스레 누군가가 떠올라 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세게 쥐었다. 손안에 누군가가 억지로 끼워져 있는 것처럼. 만약 실제로 그러했다면,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빈 틈 없이 꼬옥 쥐어 기어이 비명소리를 듣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원래부터 잔인한 성정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인간적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
자신의 증오조차 모를 그 누군가를.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게 되는 날이면 그는 늘 이 영화를 보았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자주 보았기 때문에 어느 장면에서 누가 어떤 대사를 하는지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가끔 일시정지를 해둔 채 살리에르에게 대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당신 힘들죠, 그 마음 내가 알 것 같습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홀짝이며 중얼거리다 보면 정말 그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화면을 가득 메우던 살리에르가 사라지고 모니터가 새카매질 쯤이면 그는 곯아떨어져 있었다.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곡을 쓰고 그에 맞는 가사를 붙이려 안간힘을 썼다.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주 가끔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인 일이었다.
재능 / 열매달

나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거야
속없이 활짝 웃는 얼굴로, 흔들리는 눈빛으로, 허공을 메우는 심장소리로 외칠거야
섣불리 말하면 그는 오해하거나 겁을 집어먹을거야
그러니까,
온 몸으로 온 마음을 말할거야
적어도 입술만은 침묵을 지킬거야
고백 / 열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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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직접 쓴 글...
읽어주고 댓 달아주는 게녀들 있다면 정말정말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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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돌잔치 진짜 엄마들 이렇게 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