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이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소리 없이 켜켜이 쌓이는
저 꿈 같은 것들
그대는 문 밖에서 문풍지 바람으로 덜컹거리고
나는 마음 안에 빗장을 걸었다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갈 길 막고 올 길도 막고
마음 안의 빗장
마음 밖의 빗장
봄 오면 길 뚫릴 것을
그렇게 쌓여서 어쩌자는 것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지요
골목길에서 시작해서
들길 산길로
신작로에서 고속도로까지
소중한 저마다의 의미를 안고
걷고 달려가지요
언제인가 한번쯤
길을가다
사정없이 넘어져 본 적이 있겠지요
아픔보다 창피함이 앞서던
무릎이 깨지고 손바닥이 얼얼하게 아파 오던
그래도 가던 길 멈출 수는 없지요
절뚝거리며 가는 길이 우리의 삶입니다
매번 걷는 이길이 그 길인 듯 보여도
어제의 길이 오늘의 새 길이지요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때로는 아픔과 눈물이 있지만
희망이 있어 아름답고 소중한
살아간다는 것은
끝이 없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지요

창밖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풋열매가 붉고 물렁한 살덩이가 되더니
오늘은 야생조의 부리에 송두리째 내주고 있다
아낌없이 흔들리고 아낌없이 내던진다
그런데 나는 너무 무리한 약속을 하고 온 것 같다
그때 사랑에 빠져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미친 약속을 해버렸다
감나무는 나의 시계
감나무는 제자리에서
시시각각 춤추며 시시각각 폐허에 이른다
어차피 완성이란 살아 있는 시계의 자서전이 아니다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살아남기 위하여
단 하나 남은
잎마저 떨구어 내는
나무들이 무섭다
저 혼신의 몸짓을 감싸는 차디찬 허공
슬픔을 잊기 위해서
더 큰 슬픔을 안아 들이는
눈물 없이는
봄을 기다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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