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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6/11/27) 게시물이에요



첫 눈이 내린 오늘, 읽기 좋은 시 두 편 | 인스티즈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 눈이 내린 오늘, 읽기 좋은 시 두 편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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