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류준열
“게녀씨는 제대로 하시는 게 없네요. 서류에 실수가 너무 많아서 알려주기도 힘들겠어요.”
“...죄송합니다.”
“됐고 나가보세요.”
팀장에게 엄청나게 까인 너는 기분전환을 위해 동기와 옥상에 올라왔어.
“팀장님은 만날 나한테만 과하게 완벽주의자시란 말이지.”
“내말이. 너는 뭘 했길래 1일 1까임을 당하냐.”
“하긴 뭘해. 지금까지 쓴소리해도 꿋꿋하고 굳세게 살아온 사람인데ㅠ..”
“그건 인정한다. 담에 시간되면 술이나 하면서 제대로 까봐. 나 간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서류를 수정하기 시작한 너는 팀장에게 일말의 꼬투리도 주지 않기 위해서 그 어느때보다 최선을 다하고 다시 보고를 하기 위해 팀장실로 들어갔어.
“......”
“....(꿀꺽)”
“...웬일로 괜찮게 하셨네요? 아주 이를 가셨나 봅니다.”
순간 너는 자켓 주머니에 상시대기중인 사직서를 얼굴에 뿌릴까 생각했지만 집에 있는 카드통지서를 기억하고 마음을 다잡아.
“아...그런건 아닌데요..”
“예. 그럼 게녀씨의 성공적인 보고서 기념으로 저녁이나 먹죠.”
“네?! 팀장님이랑 저랑요?”
“네, 싫어요?”
“아뇨..네..”
얼렁뚱땅 팀장과 저녁을 먹게 된 너는 술을 권하는 팀장의 말에 거절할 수 없어서 할수없이 마시고 꽤 취해버렸어.
“팀장님....”
“네.”
“미어ㅠㅠㅠㅠㅠ내가 요즘팀장님땜에 을마나 맘고생 심한지 알어요ㅠㅠㅠㅠ?”
“...크흡 알 것도 같습니다.”
“왜그러는고야 나한테ㅜㅜ..진짜 못됐어..좀 생겼으면 다냐구..”
꾸벅거리던 네가 테이블에 얼굴을 박을려던 순간, 팀장은 손으로 너를 받쳐주었어.
“불편해할까봐... 내마음알면 거리둘까봐..이기적이라 미안해요.”
2. 박서준
“박서준!!!! 그 빵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벌어지지않을꺼야!!!!”
“메롱메롱~ 약오르면 뺏어가보든지~”
서준은 너와 같은 반 친구이자 원수야. 아니 서준의 일방적인 괴롭힘이었지만.
멀대같이 큰 키를 이용해서 남의 빵을 뺏어가는 비겁한 자식. 그것도 제일 배고픈 3교시에.
까치발을 들고 손가락을 뻗어봐도 닿지 않는 빵이 야속하기만 해.
그저 서준만 째려보고 있는 그때, 문 밖에서 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게녀야!”
“음? 아, 이제 왔어?”
늦잠을 잔 탓에 오늘이 수행평가 마감일인지도 잊고 부랴부랴 학교에 온 너는 과제물도 두고 왔어.
그래서 다정한 첫째 오빠한테 좀 가져다달라고 부탁했었지.
“자. 이거 맞지?”
“응. 고마웡 오빠”
“고마우면 오늘 영화관에서 영화나 한편보자. 너의 이름은 봐야되는데 볼사람이 없다ㅠㅠ.(소근소근)”
“ㅋㅋㅋㅋㅋㅋ당연하지. 끝나고 연락할게!”
그렇게 오빠를 보내고 다시 교실로 들어오니 빵을 윗층으로 보낼 기세로 빵을 들고 만세하고 있던 박서준이 축 쳐져 있었다.
“항복이냐? 드디어 내 빵을 되찾을 수 있겠군.”
“......”
“...왜이래? 배고파? 빵 한입 줘?”
“됐어..”
아까까지만 해도 힘이 넘쳐서 너를 괴롭히던 박서준이 갑자기 축 쳐지니까 너까지 왠지 모르게 힘이 빠져.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더니 점심시간, 쉬는 시간이 전부 지나도록 너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남자애들과 어울리거나 책상에만 엎드려 있었어.
처음에는 괴롭히지 않고 귀찮게 굴지 않아서 좋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서준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지금까지 먹은 게 소화가 되지 않아서 더부룩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답답해진 너는 학교가 끝난 후 서준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
“야.. 박서준..”
“......”
“어디 아파..?”
“...아니”
“아님 말구...”
묘하게 쌀쌀맞고 차가워진 서준에 상처를 받은 너였어. 시무룩해진 표정을 다 드러내고 뒤돌아 오빠에게 전화를 걸려던 그때, 서준은 너의 손목을 붙잡았어.
“게녀야”
“응?”
“날씨도 그렇고, 내 기분도 그렇고 꿀꿀해서 하는 말인데.”
“그 자식말고 나랑 보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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