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 능소화, 서덕준

네가 새벽을 좋아했던 까닭에
새벽이면 네가 생각나는 것일까.
아, 아니지.
네가 새벽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해서였구나
- 새벽, 서덕준

너를 그리며 새벽에 글을 썼고
내 시의 팔 할은 모두 너를 가리켰다.
너를 붉게 사랑하며 했던 말들은
전부 잔잔한 노래였으며
너는 나에게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 너의 의미,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갈래?
- 장미도둑, 서덕준

겨울이었어
네가 입김을 뱉으며 나와 결혼하자 했어
갑자기 함박눈이 거꾸로 올라가
순간 입김이 솜사탕인 줄만 알았어
엄지발가락부터 단내가 스며
나는 그 설탕으로 빚은 거미줄에 투신했어
네게 엉키기로 했어 감전되기로 했어
네가 내 손가락에 녹지 않는 눈송이를 끼워줬어
반지였던 거야
겨울이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자 했어.
- 서덕준, 오프닝 크레딧

너의 얼굴을 가만히 읊어보겠어
과꽃이 지고 바람에 네 살결의 향수가 실리던 때를 기억해
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건반을 두드리며 너의 음계를 훔치던 내가 있어
짙은 밤 네 눈의 우물에서 낮달처럼 비치던 내가 있어
우리 인연은 호흡처럼 짧아서 너는 내게 한숨이야
너의 눈썹에는 미처 부치지 못한 내 엽서가 날아들고
눈꺼풀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출렁이고 있어, 내 질투로는 차마 파문을 일으킬 수 없는
네 살구색 뺨에 언젠가 내가 기대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해?
내 마음엔 녹슨 대문이 울며 열려있고 너의 신발은 없어진 지 오래,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손님이었지
이미 네 발자국의 소리는 내 것이 아니야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
누구와 있더라도
너는 행복한 영화야, 내 찬란한 장미야
- 서덕준, 찬란한 장미 예찬론

기다려, 같이 가자.
우리 같이 달이 손짓하는 소리를 듣자.
은핫물에 발을 담그자, 들풀의 정원에서 함께 걷자, 우리 사랑하자.
너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꽃, 나는 그런 네게 투신하는 나비.
오로라 같은 네 꽃잎을 잡아보자. 코를 박고 너의 손등에 입맞춤하자, 기다려줘.
잠시만 기다려, 나랑 걷자.
네 옆에 푸른 그림자가 진다. 너를 잡는 누군가가 있다. 그 뒤로는 한 걸음 떨어져 걷는 내가 있다.
반딧불은 숨을 거두고 달은 저물고 별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너의 등으로 내가 석양처럼 기운다.
밤의 장막이 내린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은핫물을 쏟는다.
나만큼은 받을 수 없는 부케, 결혼 축하해.
- 서덕준,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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