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깊이가 궁금해
마음에 돌을 던진 적이 있지요
지금도 그대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는 걸 보니
그 돌, 아직도
내려가고 있나 봅니다
사랑의 깊이/윤보영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 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 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
푸른 밤/박소란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나의 꽃/한상경
불을 끄면
네 생각이 떠다녔다
그리움을 베고 누워
너를 세어 보아도,
내 사랑은 잠들지 않아
자장자장 별을 덮어썼다
별을 덮고 자는 소년/육춘기
나는 너에게 좋은 추억 따위로
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경험이 되어 주고자
나를 통째로 내던져 주었던 게
아니란 말이다
너는 나를 무어라 생각했는가
창밖에 빗줄기가 처량히 떨어질 때
네 생각이 났다
오들오들 떨며
너의 우산을, 너의 품을 기다렸던
내 생각이 났다
하얀 김이 폴폴 날 정도로 나에게 내달렸던
너는 어디에 있는가
사랑에 겨워 한껏 웃음 지었던
나는 어디에 있는가
새벽이 가져다주는 처량함/류선우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이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 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 주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은
달/이원수
아픈 마음과 광활한 외로움은 잠시 뒤로 할게
세상에 당신 하나 남을 때까지 철없이 빛나기만 할게
나 아닌 아침과 오후를 사랑해도 좋아
밤이면 내가 너를 쫓아갈게
달의 이야기/서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