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비행물체(UFO)를 닮은 비밀 무기들이 심심치 않게 공개되고 있지만 이들의 할아버지뻘 되는 낯익은 무기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이미 검증된 성능을 바탕에 깔고 새로 개발된 기술을 가져다 쓰면 최신형 못지않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용도 아끼고 신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100년 가까이 전장을 누비는 무기들은 방산 업체들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주는 고마운 존재다.
미 공군은 B-52 폭격기를 2045년께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계획상 94년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운용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전투 현장에서 요구되는 최신 능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제작사인 보잉과 지난해 계약을 맺고 현재 운용 중인 76대 모두를 개량하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 B-52가 앞으로 갖출 디지털 기술은 네트워크 중심 전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장비와 전장상황 인식(situation awareness) 등이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일사불란한 작전을 위해 정찰위성에서 지상의 보병에 이르기까지 모두 통신망으로 연결돼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다. B-52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장비를 통해 다양한 전투 세력들과 일심동체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상황 인식 장비는 비행 중에 위치와 목표물, 주변의 적 전투기 등을 조종사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로 구현해준다.

유사하게 역사가 만만치 않은 기종이 바로 1951년에 시제기가 선보였던 C-130 수송기다. 미국 록히드사(社)가 YC-130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던 기체는 1954년 첫 비행을 했다. 미 공군은 2020년까지 모두 83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공군이 개량형인 C-130J 슈퍼 허큘리스를 2014년 도입했다. 군용 수송기 시장에서 잘 나가는 제품이다. C-130 기종도 90년 이상 전장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1950년대 제작된 오리지널에서 기체 길이가 늘어나고 엔진도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바뀐 C-130J가 최신형이다. 차기 수송기가 나올 때까지 C-130은 짧은 이착륙 거리와 검증된 능력을 원하는 각국 군의 리스트에 남아있을 것이다. 미 공군은 차기 수송기인 수직 이착륙 기능이 있는 기종을 2040년대 도입할 예정이다.

치누크 헬기도 장수하는 100년 현역 반열에 오를 만 하다. 로터가 앞뒤에 2개가 달려있는(텐덤 로터) 독특한 외양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1962년 실전 배치된 CH-47 치누크(Chinook) 헬기는 기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기종으로 명성으로 얻고 있다. 미 육군은 최신형 CH-47F 기종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2060년대까지 사용할 계획이라고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가 최근 전했다. 한국 육군도 CH-47D를 야간 및 악천후 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량하는 사업을 통해 앞으로 계속 운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모두 1100여 대가 생산돼 미국, 한국, 영국 등 16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CH-47 치누크는 워낙 힘이 좋아 기체 하부에 고리를 이용해 견인포나 중형 전투기를 매달고 날아갈 수도 있다.
러시아의 투폴레프(Tu-95) 폭격기는 사회주의권의 100년 현역에 속한다. 첫 시험비행이 1952년에 이뤄졌고 1956년부터 본격 운용되기 시작했다. Tu-95는 B-52와 유사한 동체와 주날개을 가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Tu-95가 B-52를 카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러시아 공군은 Tu-95을 최소 2040년까지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00년은 아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종이 있다. 우리 공군이 주력기종을 쓰고 있는 F-16이다. 1972년에 시제기가 선보인 F-16은 기동성이 좋은 기체로 개발돼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사가 생산한 F-16 모델 파생형은 25개국에서 4400대 이상 운용되고 있다. 미 정부는 공중전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F-16의 기체를 활용해 조종시스템만 자율비행(무인기)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F-35를 파일럿이 조종하고 F-16은 그 옆에서 스스로 비행과 공격을 하는 ‘윙맨(Wingman)’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윙맨으로 투입된 F-16은 리더 격인 F-35로부터 지시를 받기는 하지만 최대한 스스로 비행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한다. 무인기로 재탄생할 F-16은 향후 20년 이상 전투 현장에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패트리엇 미사일도 알고 보면 역사가 깊다. 이 미사일은 하늘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의 전투기나 미사일을 맞춰 파괴하는 요격미사일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레드스톤 병기창에서 1965년에 첫선을 보였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요격 방식을 개선했다는 개념을 가지고 단어로 만든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Phased Array TrackingRadar to Intercept On Target의 앞 글자를 따서 Patriot라는 단어와 일치시켰다. 요격 미사일의 이름을 애국자(patriot)와 같은 철자로 만들어내려고 공들인 모습이 보인다. 이후 성능 개량이 이뤄져 PAC(Patriot AdvancedCapability)2, PAC3로 불렸다. 패트리엇 미사일도 2040년대까지 방공시스템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8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운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길게는 100년 가까이, 짧게는 80여 년간 현역 생활을 하는 무기들이 즐비한 것은 정부와 방산 업체 모두에게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처럼 국방비를 가져다 쓸 수 있는 때가 지나갔고 미국 정부는 시퀘스트 때문에 예산 감축이 지상 과제가 됐다. 기존의 좋은 플랫폼(기본 동체)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동안 개발된 신기술을 적용시키면 굳이 신규 개발을 하지 않아도 무기의 성능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무기 생산과 개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한 방산 업체의 관계자는 “비즈니스는 시간이 돈인데 신규개발을 하려면 설계부터 시험용 제품이 나오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린다”며 “업그레이드를 통해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는 개량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0&cid=1000701&iid=944594&oid=009&aid=0003717870&ptype=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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