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 여보세요 ”
“ 응, 나야 ”
“ ......응 ”
“ 미안, 그냥.술 먹으니까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
서로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긴 침묵이었다 몇 번을 몇 번을 용기를 내어 누른 번호인데 혹시 안 받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이 받지는 않을까 겁을 내다 술 한잔에 용기를 얻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했으며 따뜻했고 그 따뜻함에 나는 서글펐다 알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 자격이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차마 지우지 못한 너의 번호를 나는 또다시 눌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술.많이 마셨어? ”
“ 아니, 그냥 조금.회사 회식이 있어서 조금 마셨어 ”
또 다시 이어지는 침묵,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 할 수도 없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었고 내 선택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결국 후회만 남을 일임을 알면서도, 미련만 가득할 선택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 선택을 했다 나에게는 그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음을 너도 알아주길 바라는 내 이기적인 마음을 너는 알까
“ 미안, 이만 끊을게 ”
“ 응, 술.조금만 마셔 너 다음날 힘들어하잖아 집에 갈 때 조심히 가고. ”
“ 응 ”
다정한 너의 말에 나는 왈칵 울음이 나올 뻔 했다 그립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너와 함께였던 매일이 그리웠다
“ 있잖아... ”
너의 목소리가 조금 젖어있는 것처럼 들렸다면 나의 착각일까
“ 만약에 말야..만약에.다른 선택을 했었다면..그랬다면 우리.아직 함께일까? ”
“ 아니, 우린 그랬어도 함께일 수 없었을거야..늦은 시간에 미안 정말 끊을게 ”
통화 종료를 알리는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본다 화면이 바뀌고 우리가 보인다 작년 봄이었나, 유난히 벚꽃을 좋아하던 내가 너를 끌고 가 벚꽃나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싫어하는거 알면서도 내가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던 너였다 넌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안되는거다 만일 그 때 다른 선택을 하였어도 우린 함께일 수 없었을거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니까, 너는 참 따뜻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아마 우리는 함께일 수 없었을거다
1. 류준열
2. 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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