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 외국인한테 거부감을 갖는다고? 그래서 이주노동자들한테 불친절한 거라고? 웃기는 소리 마 미국사람 앞에서는 안 그래 친절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지 너도 얼굴만 좀 하얗다면 미국사람처럼 보일텐데……”
그 뒤로 나는 저녁마다 물에 탈색제 한알을 풀어 세수했고, 새벽이면 얼마나 하얘졌나를 확인하려고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푸른 새벽공기 속에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 내 얼굴을 볼 때면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미국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국사람만큼 하얗게, 아니 노랗게 되기를 바랐다 여름 숲의 뱀처럼, 가을 낙엽 밑의 나방처럼 나에게도 보호색이 필요했다
김재영의 '코끼리' 라는 작품에서 발췌.
(이주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니 읽어보시면 좋을듯
riss나 dbpia 같은데서 원문도 제공하고 있고,
단편이라 금방, 아주 술술 읽힘!)
네팔에서 온 쿤이라는 사람은 미국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탈색도 하고 미국사람처럼 꾸미고 다녔음.
네팔에서 온 노동자가 아니라 미국사람인척 하면 한국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쿤은 프레스에 손가락 두개를 잃고 나선 더 이상 그런
'흉내 내기'를 하지 않아도 됐음.
왜냐고?
미국인들은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손가락을 잃는 일 따위는 없기 때문에..
흑인처럼 보이기 위해 얼굴에 흑색을 칠하는 것과,
유색인종이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얼굴을 하얗게 하려는 것이
어떤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고 희화화 하기 위함이냐,
그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냐..
같은 '흉내내기'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게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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