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하, 아내
난 내 아내가 좋다
뿌옇게 부서지는 봄가랑비처럼
부드럽게 나를 감싸주는 그런 여자
난 내 아내가 좋다
초록풀잎 위에 반짝이는 이슬처럼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나를 기쁘게 해주는 여자
난 내 아내가 참 좋다
가을 감나무 꼭대기 까치밥을 보고
나눔의 사랑을 가르쳐주는 그런 여자
난 내 아내가 참 좋다
잿빛하늘에서 소리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보고
세상 모든 마음의 평화를 가르쳐주는 그런 여자
들꽃같이 소소한 여자
이슬처럼 맑은 여자
새벽별의 외로움을 가진 여자
난 그런 아내와 오랜 친구이고 싶다

당신과 살던 집 / 권대웅
길모퉁이를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햇빛에 꽃잎이 열리려고 하는 순간
기억 날 때가 있다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하늘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어떡하지 그만 깜빡 잊고
여기서 이렇게 올망졸망
나팔꽃씨앗 같은 아이들 낳아버렸는데
갈 수 없는 당신 집 와락 생각 날 때가 있다.
햇빛에 눈부셔 자꾸만 눈물이 날 때
갑자기 뒤돌아보고 싶어질 때
노을이 붕붕 울어 댈 때
순간, 불현듯, 화들짝,
지금 이 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억과 공간의 갈피가 접혔다 펴지는 순간
그 속에 살던 썰물 같은 당신의 숨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

조병화, 만남과 이별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 않아 헤어져야 하는 슬픔
어찌 이 새로운 만남을 기쁘다고만 하리
눈물로 눈물로 우리 서로 눈물로
숨어서 움려, 웃으며 헤어져야 할
이 만남과 헤어짐
정이 깊을 수록 더욱 마음이 저려지려니
이 인생의 만남을
어찌 그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이정하,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즘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 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들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이종근, 혹시 당신도
하루에 몇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나요
요즘 나는
마음의 공허함이 생길때마다 올려다봅니다
외롭게 떠가는 구름 한점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당신
순간 내 마음속에서 그럽디다
당신도 저 구름을 보고 있을까? 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얼마나 졌을까?
치렁치렁하던 검은머리는 희어졌을까?하고
때로는 그런 날도 있습니다
그대가 간절히 보고싶다 생각다가
그간 쌓여있던 앙금이 풀어헤쳐져
두 눈을 막아오면 누가 볼까봐
어린 아이처럼 소매로 눈물 훔치며 허허 웃습니다
아직도

이정현, 그리도 빠르게 가고 싶으신가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으면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한 마리 새가 되어
머나먼 곳으로 훌쩍 날아가셨나요
가끔씩 가슴 아려오는 건
그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다면
더 따스한 정감으로 지낼걸요
못다한 마음이 애틋하게 사무칩니다
살아생전 자식에게 알맹이 다 내주고
빈껍데기만 되어서 가볍게 날아가셨나요
우리들 가슴에 못 하나씩 박아놓아
살아가는 길에 가끔씩 아려온답니다
마음고통 홀로 새기시느라
얼마나 힘 드셨을까요
헤아려드리지 못해서 죄인인 걸요
가슴에 그 멍울 언제나 삭으로 질런지요
우리들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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