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꺾어 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첫사랑/이윤학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첫사랑/김현태

별을 보고 싶으냐
참아라
열다 보면 구겨지나니
아픈 기억도
세월 속에 묻어 두면
꽃이 된다는데, 내게
너만 한 꽃이 또 있을라고
너보다
더 붉은 꽃 또 있을라고
첫사랑/민영기

느닷없이 찾아와서
순식간에 다 쓸어 갔지
덕분에 제법 모질어도 졌고
얼을 빼진 않게 되었지만
무덤덤해지더군
매번 두근거리긴 했어도
그때처럼 아찔하진 않더라고
이제와 생각하니
차라리 그 숙맥일 때
무슨 일이든 저질렀어야 했어
무슨 일이든
첫사랑/임영준

아득한 길 끝에 머무는 이 있네
그대를 기다리는 길에는 별을 삼킨 바람이 불고
막막한 그리움의 숨결이 정결하게 뺨에 와 닿네
어딘들 기다림의 먹먹함이 없을 텐가
초라하고 자그마한 붉은 열매가 추위에 떨고 있네
쓸쓸한 나날이 흐르고
상처는 피지 않는 꽃이 되어 슬픔의 깊이만큼 깊어져 가네
희미하게 잊혀져 하찮은 기억으로 남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나를 씻어 내야 할까
덫에 걸린 짐승처럼 울던 기억도 하얗게 바래져
달이 뜨더라도 더는 설레지 않는 순해진 눈빛으로
길 끝에 서 있을 어느 날을 위하여
아직은 너를 기다리네
첫사랑/권순자

하늘만 맴도는 잠자리
내려앉길 기다리다가
쪼그려 앉은 다리에
쥐가 나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에 일어서려다가
나뭇가지에 바스락
들켜 버렸습니다
첫눈이 내리면 만나자던
그 말 믿고 있다가
내 머리 눈발처럼
하얗게 변했습니다
오수(午睡)에 나타난 당신 꿈꾸고
행여나 꿈 깰세라 까치발로 걷다가
문지방도 못 넘고
꿈 깨버렸습니다
잠자리도 얄밉지만
당신은
더 얄밉습니다
첫사랑/오경택

나 그대를 사랑하려 합니다
그대의 낯설지 않은 미소와 눈웃음을 기억하며
그 모든 것이 내 곁을 떠나간다 해도
영원을 약속하렵니다
그대에게 건네지도 못하는 사랑
나 그대 앞에 나설 용기가 없습니다
그대에게 내가 누구인지도
애써 밝히지 않으렵니다
그저 소중히 내 마음의 일기장을 넘기며
오늘 또 한 페이지 그대 모습 그리렵니다
첫사랑/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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