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한번 방탈 정말 죄송합니다.
저번에 엄마한테 신용카드 안만들어주겠다 말했을땐 그냥 그대로 끝난줄 알았는데 최종보스 아빠가....계시네요..
어제 가족들 다 모여있는데서 신용카드 얘기가 나왔고, 엄마가 아빠한테 "00이가 우리 신용카드 안만들어줄거래." 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자 아빠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표정이 확 굳으시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졌어요.
어릴때부터 아빠한테 맞으면서 자랐던 탓에 순간 너무 무서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부모님이 뭐라고 하셔도 절대 만들어주면 안된다던 댓글들이 생각나 제 생각을 단호하게 말씀드렸어요.
솔직히 월세도 밀리고 게다가 신용등급도 이미 낮아져서 신용카드도 못만드는데 내가 어떻게 만들어주겠냐, 나 지금 입사한지 겨우 두 달 됐다, 월급 110 받는데 이런 딸한테 신용카드 빌려서라도 뭘 사야되는 거라면 그건 안 사거나 돈을 모아서 사는게 맞다고 본다, 정 돈이 필요하면 내가 직접 돈을 주겠다, 신용카드는 암만 생각해도 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아빠는 들을 생각도 안하시고 우리가 너한테 짐이냐, 우리가 그동안 너 키우면서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우리가 설마 딸 신용불량자 만들겠냐, 진짜 너무하다... 등등 판 여러분이 댓글로 적어주셨던 말씀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더라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가 옆에서 눈시울이 빨개지시는데, 아빠의 말 몇마디보다 엄마가 운다는거에 순간 마음이 확 흔들렸어요.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절대 안된다는 말만 반복해서 했더니 아빠가 니방 가래요.
그래서 제방 가서 그날은 저녁도 안먹었네요..
그리고 오늘 아침.. 원래 저는 아침을 꼭 먹는데 제가 씻을동안 엄마가 저랑 아빠가 먹을 아침을 준비하시고, 제가 회사 가서 먹을 도시락(샌드위치)를 준비해주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제가 비몽사몽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는데 엄마가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근데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침에 생전 안나오시던 아빠가 방에서 나오셔서 저 들으라는듯이 막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저새끼는 우리가 짐이다, 앞으로 아침저녁 지가 먹게 냅두고 도시락도 지가 알아서 하라고 해라, 배은망덕한 년이다, 그동안 우리가 쟤한테 해준게 얼만데 지는 우리한테 뭘 해준 적이 한번이 없다, 감사할줄 모르는 년...... 화장실에서 듣는데 참ㅋㅋ.... 그렇더라구요.
지금까지 솔직히 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고, 용돈 받긴 하지만 또래 애들에 비해 훨씬 적은 액수고, 또 받는다 해도 거의 항상 알바를 했었기 때문에 알바할 땐 제가 용돈을 안받았거든요. 뭘 사고싶으면 제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샀구요, 한 번도 패딩이니 가방이니 하며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짓 한 적도 없네요. 아.. 교정 해주신 건 있어요. 하지만 그건 돈벌면서 갚아나가기로 했구요. 그 외에도 물론 절 키워주시느라 몸고생 마음고생 하시고 힘드신 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용카드 하나 안만들어드렸다고 천하의 불효막심한 년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아빠가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요. "너 여깄다가 월급 모아서 나갈 생각만 하고 있지?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나가"
근데 저도 참 저인게 그 순간 든 생각이 진짜 나가도 되나? 기회인가? 이생각이 드는 거에요. 전에 썼던 글에도 있지만 저희 부모님은 절대 독립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이건 다른 얘긴데, 사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어요. 몇 번이나요.
그중에 하나를 꼽자면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저 빼고 저희 할머니, 부모님 전부 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고, 덕분에 저는 어릴때부터 억지로 교회에 끌려나가다시피 했거든요. 하루는 제가 아침에 교회를 가다가 넘어졌는데 발목을 접질러서 도저히 못걷겠는 거에요. 그래서 길 가시던 아주머니께서 부축해주셔서 집까지 겨우겨우 갔고, 그날 교회를 못 갔는데 그날 진짜 복날 개 맞듯이 맞았어요.
눈, 코에 피멍이 들고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맞다가 맨발로 도망쳐나와서 친구들 집 돌아다니며 5일동안 집에 안들어갔었거든요. 근데 집에 안들어간 그 첫날 잤던 친구네 부모님께서 저희 아빠한테 전화를 하시고 저를 바꿔주셨는데 아빠가 하시는 말이 "니가 나간게 아니라 내가 쫓아낸거다, 들어올 생각 하지 말아라." 라고 하시길래 이미 집구석에 진절머리가 났던 저는 그냥 기회다, 싶어서 앞으로 알바하며 어떻게든 밖에서 살아보려고 했어요.
근데 친구가 절 말리더라구요. 지금 넌 학교도 다녀야 하고 돈도 없다.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나온다고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 조금만 더 참으면 취업이니 그때까지만 참았다가 취업하고 계획을 세워서 제대로 독립해라.. 그렇게 친구랑 얘기하다보니 참 이대로 나와서 살면 답없는 인생이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또 저때문에 괜한 친구들이 고생하는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어요. 네. 그래서 들어갔습니다. 집에. 당연히 또 맞았구요, 속으로는 이를 갈며 겉으론 죄송하다고 싹싹 빌었어요.
이 일 외에도 아빠가 술드시고 오셨는데 절 때리시길래 그때도 죽겠다 싶어서 겨울에 맨발로 뛰쳐나와 오들오들 떨면서 근처 빌라에 숨어있다가 들어오고... 뭐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네요.
또 저희 부모님이 저랑 다툼이 있을 때마다 쓰시는 방법이.. 우선 밥을 안주시고, 절 투명인간 취급하시며 저한테 그 어떤 것도 안해주세요. 그 때마다 항상 제가 작은 것이나마 선물을 드리며 편지를 쓰고 (반성문같은 개념이에요) 죄송하다고 울고불고 말해야 정상적으로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제가 취업한 지금 비슷한 일이 일어났네요. 장담컨데 오늘 저녁부터 전 투명인간일거에요. 일단 오늘 출근은 했는데.. 지금 자취하는 친구가 있고, 저 성인 되면 같이 살자고 진지하게 약속했던 친구에요. 그래서 지금 집을 나와도 당장 살 곳도 있고.. 돈도 벌고 있어요. 예전이랑은 다르게 못 나올 이유가 없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그깟 신용카드 한도 최저로 해서 만들어드리고 마는게 맞는걸까요? 너무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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