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북손의포켓몬도감] 질뻐기와 무지개시티

-질뻐기의 모습

질뻐기는 1세대에 등장한 더러운 오물 포켓몬이다.

그렇기에 제목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의아한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아니 관동 지방 최고의 번화가인 무지개시티와

쓰레기와 오물 그리고 더러움의 대명사 질뻐기 형제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관동 지방 최고 번화가 무지개시티의 모습

아쉽게도 둘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아니, 긴밀하다 못해 둘은 땔래야 땔 수가 없는 단짝과도 같은 존재이다.

얼핏보면 상반되어보이는 이 둘의 관계는

마치 '달맞이산'과 '삐삐'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삐삐

내가 삐삐를 거론한 이유는 시덥잖은 이유 때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포켓몬들은 서식지가 정해져있는데

용량과 시스템에 한계가 있었던 1세대 포켓몬 게임은

부족한 설정과 묘사를 도감, 서식지, 기술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매꾸곤 하였다.

예를 들자면 그당시 달맞이산은 그래픽 문제 때문에 다른 동굴들과 완전히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달맞이산에 서식하는 삐삐를 만나는것 만으로도

별이 쏟아져내리는 신비한 달맞이산의 모습과 생태를 유추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달맞이 산의 모습. 일반적인 다른 동굴 던전들과 다를바가 없다.

1세대 포켓몬은 이렇게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이 엿보였고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포켓몬이 있었다.

특히 그당시 포켓몬은 150마리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켓몬 개발진들은 매우 정밀하게 서식지를 조정하였다.

말하자면 그당시엔 각 포켓몬을 대표하는 던전이 하나씩 존재하였다.

-1세대의 대표적인 던전 '디그다의 굴'. 마찬가지로 달맞이 산과 별반 다른 모습은 아니다.

이쯤 이야기가 진행되면 사람들은 슬슬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질뻐기와 질퍽이를 대표하는 던전은 어디였을까?

일단 질뻐기의 던전을 알아보기전에 이 질뻐기가 얼마나 드러운지를 한번 살펴보자

먼저 질퍽이의 도감설명이다

-시룸

이 녀석은 더러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말 그대로 더럽기 위해서 태어난 포켓몬이었던 것이다.

아직 질뻐기로 진화조차 하지 않았는데 질퍽이의 역겨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요약하자면 이놈은 더러운곳에서 태어나고 더러운곳에서 나타나고

그냥 존재 자체가 더러운 포켓몬이다.

즉 이 포켓몬은 아무데서나 서식하는 포켓몬은 아니라는 것이다.

질퍽이는 특급 더러운 곳에서만 생존하고 태어나고 살아갈 수 있는

한편으론 매우 희귀하고 레어한 포켓몬이다.

자 그럼 이 레어포켓몬이 어디 서식하는지 한번 알아보자

-질퍽이의 서식지

포켓트레 등의 편법을 제외하면 질퍽이가 나오는 장소는 총 네군데로 요약할 수가 있다.

1. 포켓몬맨션

금단의 실험을 주도했던 실험실인 포켓몬맨션은 완전한 폐허가 되어버린 만큼 질퍽이가 서식한다.

현재 홍련섬 화산폭발의 여파로 사라졌다.

2. 불의 샛길

호연지방 화산 근처에도 질퍽이가 서식한다.

유독 가스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3. 구름 하수도

이름만 들어도 더러운 곳임을 알 수 있는 구름하수도는 말 그대로 대도시의 오물이 흐르는 하수도이다.

역시나 누가 보아도 질퍽이가 서식하기에 걸맞은 곳임을 알 수 있다.

4. 무지개시티

-..... ???

질퍽이의 서식지중에 무려 '시티'가 존재한다.

저런 구름하수도에나 서식해야하는 포켓몬이 무려 사람들이 살아야하는 도시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포켓몬은 던전이 아닌 마을에서 출몰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런데 그걸 질퍽이가 해냈다는 것이다.

-참고로 질퍽이의 서식지에 포함된 16 17 18번 도로는 전부 무지개시티 근처다..

사실 질퍽이가 도시에서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질퍽이가 세계 곳곳에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말하자면 질퍽이는 적당히 더러우면 출몰하기 시작하는 포켓몬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지개시티의 위생을 아직까지는 변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질뻐기는 어떨까?

-오물의 대명사 질뻐기

먼저 이놈은 또 얼마나 더러운 놈인지 살펴보자

-.... !!!!

세상에...

질퍽이는 약과였다.

이녀석의 더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질뻐기는 체내에서 맹독이 흐르고

심지어 한번 지나간 자리는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질뻐기는 세상의 모든 더러운 놈들을 한데 모아놓고 토너먼트를 했을 경우

그 대회에서 몇번이고 그랑프리를 탈 만큼 더러운 놈이다

진짜 질뻐기는 웬만큼 더럽지 않고서야 서식할 수가 없다

아무데서나 서식하지 않는 초 레어포켓몬이라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녀석의 서식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휑하다

서식지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질퍽이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한번 질뻐기의 서식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1. 포켓몬맨션

포켓몬맨션은 3년전에 화산폭발로 사라졌다.

2. 무인발전소

유인발전소가 되면서 발전소는 포켓몬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3. 16, 17, 18번 도로

무지개시티 근처

4. 무지개 시티

-무지 무지개시티에 어서오세요

충격적인 결과

사실상 질뻐기의 서식지는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무지개시티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극악의 더러움을 자랑하는 구름하수도 조차 질뻐기는 서식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무지개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인 것이다.

체내에서 맹독이 흐르고 무수히 많은 오물이 있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질뻐기가

오직 무지개시티에서만 등장한다

이쯤되면 우리는 무지개시티에 다양한 수식어구를 붙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오물의 대명사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마을

질뻐기 시티

도대체 무지개시티는 어떻게 되먹은 것인가?

-자칭 자연을 사랑하는 아가씨 민화.

그러나 무지개시티 체육관 관장인 그녀는 자연을 사랑하긴 하는걸까?

관동지방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도시를

질뻐기의 메인 서식지이자 유일한 서식지로 지정할 생각을 하다니

포켓몬 제작진의 컬트적인 발상은 결코 따라갈 수가 없다.

게다가 무지개시티는 풀 타입 체육관이 있는 곳이다.

식물, 자연을 상징하는 풀 타입과 가장 반대되는 포켓몬이

같은 마을에 서식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기가막히지 않을 수가 없다

-질퍽이의 등장에 고통을 토로하는 무지개시티 주인.JPG

하지만 이것이 과연 그저 웃고 넘길만한 이야기일까?

앞서서 나는 포켓몬의 서식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다.

1세대 포켓몬은 부족한 용량과 시스템으로 인하여

정밀한 서식지 조정을 통해 그 지역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비추어줬다.

달맞이산엔 삐삐

디그다굴엔 디그다

그리고 무지개시티엔 질뻐기가 있다.

각 지역에 출몰하는 포켓몬들은 우리에게 그 환경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가지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포켓몬 개발진들은 '무지개시티'에 질뻐기를 배치한 것일까?

사실 무지개시티는 실제 칸토지방의 최고 번화가 신주쿠를 모티브로 하였다.

도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신주쿠는 번화한 도시와 아름다운 경관 이면에

극도로 오염된 환경으로 몸살을 앓는 동네이다.

포켓몬 개발진들은 게임을 통하여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였는지도 모른다.

질뻐기라는 형상화된 포켓몬을 이용하여 말이다.

-고북손의 포켓몬도감

[고북손의 포켓몬도감 - NAVER 포스트]

http://m.post.naver.com/my/series/detail.nhn?seriesNo=201678&memberNo=32578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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