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문덕의 업적에 대해선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을거임. 살수대첩의 영웅.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불세출의 명장.
하지만 을지문덕에 대해 남아있는 역사 기록은 살수대첩 관련 기록이 전부임.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벼슬길에 올라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전혀 기록이 없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여수전쟁의 고구려측 최고지휘관으로 기록에 등장함.
그 정도의 지위였으면 그 이전에도 수십년간 벼슬했을테고 꽤 높은 등급의 관직에 있었을텐데 이상할 정도로 기록이 하나도 없음. 아무리 삼국시대 기록이 빈약하다지만 좀 너무할 정도. 약 30여년 후의 고구려의 최고지배자였던 연개소문에 대해선 그 출신가문과 조상 계보까지 대충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기록이 남아있는것과 대조적.
그리고 전쟁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기록이 사라짐. 언제 죽었는지는커녕 전쟁 이후에 무슨 포상을 받고 어떤 벼슬을 했는지, 이후의 전쟁에 참전했는지 여부도 전혀 알 수 없음.
그래서 을지문덕의 일생에 대해선 추측과 상상으로 구성할수 밖에 없음.
가장 유력한 썰은 대귀족가문 출신이 아닌 한미한 집안 출신이라는 가설. 그렇다면 전쟁 이전의 기록이 없는것도 어느 정도 설명됨. 당시 고구려왕들은 귀족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약한 가문 출신이지만 능력 있는 인물들을 등용해 측근세력으로 키웠는데 을지문덕도 그 중 하나라는 것.
더 나아가서 아예 이민족 출신이라는 가설도 있음. 특히 선비족의 귀족가문 중에 '울지'씨가 있는데, 울지씨 가문의 일부가 고구려로 귀화했고 그 후손이 을지문덕이라는 썰. 물론 발음이 비슷하다는거 말고는 딱히 증거는 없음.
살수대첩 후의 기록이 전무한 이유는 종전 후 얼마 안 있어 사망했다고 보는게 가장 무난한 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