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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073
이 글은 9년 전 (2017/5/16) 게시물이에요



황인찬 시집 '구관조 씻기기' 시 모음


(서글픈 백자의 눈부심, 박상수 평론가의 평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 단 하나의 백자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하얗고, 

그것은 둥글다

빛나는 것처럼

아니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쥐고

서 있었다

백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많은 여름이 지나갔는데

나는 그것들에 대고 백자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여전했다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낮은 곳에 임하시는 소리가 있어

계속

눈앞에서 타오르는 푸른 나무만 바라보았다



끌어내리듯 부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이 어려서 신을 믿지 못했다



황인찬, 낮은 목소리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어떤 파에는 어떤 파꽃이 매달리게 되어 있다

어떤 순간에나 시각이 변경되고 있다



저 영화는 절정이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이 끝나 버린다

그런 익숙함과 무관하게



찌개가 혼자서 넘쳐흐르고 있다

불이 혼자서 꺼지고 있다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나친다



황인찬, 발화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웃지 않았다 이걸 먹으라고,

죽지 않는 과일을 내미는 손이 있었다



백의의 남자 간호사가 문밖에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고 그가 물었는데, 

죽은 것이 입에 가득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황인찬, 번식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황인찬, 유독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체리를 씹자 과육이 쏟아져 나온다 먹어 본 적 있는 맛이다 이걸 빛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그건 먹어 본 적 없는 맛이다



나는 벚나무 아래에서 체리 씨를 뱉는다 죽은 애들을 생각하며 뱉는다



동양의 벚나무 서양의 벚나무는 종이 다르다 벚나무에서 열리는 것은 체리라고 부른다 벚나무는 다 붉다 벚나무는 다 죽은 애들이다



나는 벚나무 아래에서 체리 씨를 뱉는다 벚나무 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고 그래서 더욱 붉고 그것은 전해지는 이야기로



체리를 씹자 흰 빛이 들썩거린다 체리 씨를 뱉으면 죽은 애들이 거기 있다



황인찬, X 中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인스티즈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무화과 숲





직접 타이핑 한 것이라 오타가 있을 수도 있으니 발견할 시에 댓에 달아주세요! 


대표 사진
너로만 가득 빛나고 있어  멋진 내 가수
황인찬 시인 시 정말 취향저격이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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