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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7/5/29) 게시물이에요





따듯한 저녁밥을 먹고 방에 앉아 의미없는 SNS클릭질을 하고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냥 그냥 의미없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숨이 멈춰지고,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한장의 사진을 보게됐다.

내 감정은 순식간에 10년, 아니 11년전으로 돌아갔다. 

20살 풋풋하고 지금보다는 순수했을 그때 인생에 처음 느낀 감정

그녀다. 나에겐 첫사랑이었던 그 사람의 사진이 왜인진 모르겠지만 내 눈앞에 있는것이다. 

그때의 추억이, 그때의 시간들이 머리속에서 마치 어제인냥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그 계정을 눌러서 다른 사진들을 볼까. 그냥 SNS를 꺼버릴까. 

몇분이 몇십분이 되었지만 망설일 뿐이었다. 

잘 살고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결혼은 했는지, 궁금했지만 이상하게 들여다볼 용기가 안났다. 

내가 그를 잠시 들여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모를테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잠시 들여다 보기로 하고 계정으로 들어가본다. 

그 사람은 아주 멀리 살고 있었고, 아주 전문적인 일을 하고있었으며, 여전히 감성적이고

여전히 이뻣다. 몇가진 이미 알고있었던 사실이지만... 

사실 몇 년 전 우연을 가장해 그사람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의 집들이겸,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을 갔었는데. 

하룻밤을 친구네 집에서 자고 혼자 일어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때도 의미없이 시간때우기용 SNS를 보다가 우연히 그사람 인것같은 사진 한장을 보게됐다. 

어떤 가게 계정이었는데 거기에 일하는 사람 뒷모습 사진이 예전 그사람 뒷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 가게 계정을 눌러서 사진을 좀더 둘러보고는 별생각없이

그냥 서울 무슨동에 있는 꽃가게 라는 것만 보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는 갈 일이 잘 없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SNS 기억은 까맣게 잊고있었다. 

마침 구경하며 놀던 곳 근처에 유명한 맛집이 있다며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우연히도 내가 봤던 SNS속 가게  oo동 주소표지판이 있었다.

무슨 생각에 그랬던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 가게가 가보고 싶어졌다. 

친구들한텐 근처에 친구가 있어서 얼굴이나 보고 온다고 말하고 먼저 가있으라고 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아까봤던 계정을 눌러봤다. 위치는 그 식당에서 신호건너 작은 골목하나 

아주 가까운 거리. 덤덤하게 걸어가는데. 그 가게가 눈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심장이 뛴다.

그녀가 거기 있을거라는 확신을 갖고 온것도 아닌데.. 왜일까.. 가게 앞을 무심히 지나가는척

곁눈질로 안을 들여다 봤는데. 심장이 툭 떨어지는, 시간이 멈추는 멍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다. 그녀가 가게 안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침에본 그 사진이 그녀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 동네로 온것도 아니고,

그녀를 만난다고 해도 딱히 할말이 있었다거나, 재회를 꿈꿔왔던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떨렸던 걸까. 가게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연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 어 !? 어 !! 어!!'


"어!? 뭐야?"


'어머, 아..안녕. 어떻게 왔어!?' '나 여기 일하는거 알고 왔어?'


"아닌데. 친구 집들이겸 왔다가 하루 더 놀고 가려는데 우연히 이쁜가게가 있어서 들어왔어"


'아 진짜? 우와.. 와..'


한참을 그렇게 별다른 얘기 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물론 내 얼굴에도 그녀얼굴에도 옅은 웃음이 있었다. 

그녀는 플로리스트로 일을 하고 있다고했다.

형식적인 인사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급히 주제를 돌렸다. 


"저기 보이는건 뭐야?"


'아. 저건 마리모 라는 이끼식물인데. 광합성을해서 기분이 좋으면 둥둥 떠오른다! 귀엽지?'


사실 마리모 라는 이끼식물같은건 관심도 없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도 깨고 내 무모한 용기에 

불쑥 찾아와 곤란하게 하게 된건 아닌지 싶어 그 마리모 라는 놈을 하나 사서 얼른 가기로 생각했다.

조그만한 병에 알록달록한 작은 돌멩이를 깔아주고 스폰지밥 캐릭터를 하나 넣어주며

물은 언제 갈아줘야하는지 어떻게 씻겨줘야하는지 정성스럽게 설명해주고는 포장까지 이쁘게해서

내민다.


'선물이야'


"어.. 어.. 아니아니 내가 계산할께"


'아니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기분좋아 선물이야'


"그래 고마워 그럼 잘지내고.. 친구들이 기다려서 가볼께"


'그래 조심히 가고 잘키워줘'


그렇게 마리모를 손에들고는 친구들이 있는 식당으로가서 밥을 먹었다. 밥을먹는 내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얘기하는 내내 나는 내 손에 있는 마리모를 보며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집으로 돌아가는길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는데 저기 옆에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녀가 보였다. 

솔직히 그땐 그녀에게 다시 가서 오랜만인데 커피한잔 하자 하고 싶었지만 내 순간적인 

기분으로 그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헤어진지 5년... 그렇게 그녀를 하루에 우연히도 몇번이나 보게되었다는것에 그냥 신기할 뿐이었다. 

이게 벌써 3년전 일이다. 


그런데 오늘 또 그녀를 보게 된 거다.. 물론 SNS속 사진으로지만. 


우연을 가장해서 또 한번 찾아가보긴 힘들겠지만. 이렇게 우연히라도 내 첫사랑을 보게됐을때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좋았던 기억만 떠오르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헤어진 첫 사랑을 우연히 만난적이 있나요? | 인스티즈


2014년 우연히 보게된 사진.










헤어진 첫 사랑을 우연히 만난적이 있나요? | 인스티즈


그녀가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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