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음슴체를 쓰겠음.
솔직히 당연한 말임, 돈이 없고 당장 내가 살기도 바쁜데 동물을 어떻게 들이겠음
누가 저런말 하면 당연한 소리를 저렇게 진지하게 하냐고 비웃기도 했었음. 내가 겪기 전에는...허허
** 본론 전 사설이 기니까 주의
지금은 따로 나와사는데 본가에서 개도 두마리 키우고 있고 (현재진행형임) 친구한테 탁묘도 몇달 받아봐서 대충 동물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알고 있었음. 외로워서 자취하는데 한마리 키워볼까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동물한테 못할 짓인거 같아서 그냥 체념하고 있었는데 작년 겨울에 겁나 추워지기 시작할때 아깽이가 한마리 따라왔음
애교 겁나 많고 진짜 더럽고...더럽고... 더러웠음. 농담아니고 씻기고 나서도 똥냄새 쩔었는데 암튼 그날 알바도 연장 근무하고 새벽에 힘들어 죽겠는데 무지막지하게 추워서 집으로 직행하고 있었는데 알바처 근처에서 부터 고양이가 미옹미옹거리면서 쫒아 온거임. 처음에는 취객이 미쳐서 저러나 했는데 고양이었음. 일단 더러웠음. 몹시 추웠고 내 갈길 가는데 계속 따라와서 결국에는 1층 공동 현관 안까지 따라오게 됨.
솔직히 길냥이나 길거리멍멍이 보면서 그렇게 마음아파하는 동정심 많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날 너무x100 추워서 없던 동정심도 생길 정도였음. 그냥 씻기고 밥이나 좀 먹여서 내일 아침에 보내자고 마음먹고 데려왔는데 와... 내일 보낼 수 없겠구나 싶었음. 꼬질꼬질한게 문제가 아니고 눈 한쪽이 사람 백내장 온거처럼 동공이 허옇게 떠서 눈꼽에 쩔어있는거 보니까 내보내면 최소 동사 잘해봐야 보호소에서 안락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씻기고 밥도 주고 일단 박스에 요깔아서 넣어놓고 계속 생각했음 솔직히 멀쩡하지 않은 애 입양 보내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아서 일단 병원은 가야겠고, 내가 책임 질수 없을 만큼 큰돈이 나오면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혼파망 그 자체였음. 나한테 탁묘 부탁했던 애한테 부탁해서 휴일인데 문여는 병원 찾아찾아 데려갔음
다행히 병원비가 몹시 감사하게도 길냥이 데려왔다고 하니 추가 요금 다 뺴고 기본적인 검사에 사료 사오는데 팔만원쯤 들었던 것 같음. 눈은 수술해도 이미 늦어서 완치 안되고 그냥 꾸준히 안약넣고 약먹여야 된다고 해서 솔직히 다행스러웠음. 아... 저정도면 내가 커버할 수 있겠구나.
그때 처음으로 돈이 없으면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걸 느꼈음. 돈 없으면 굉장히 내 동정심이나 배려가 보잘것 없어질 수 도 있다는 생각도 해봄.
여기서 그렇게 길냥이랑 잘 살고 끝나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만 말하자면 길냥이는 한달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음.
선천적으로 대사에 문제가 있어서 먹어도 살이 안찌고 에너지로 전환할 수가 없으니까 면역력이 쭉쭉 떨어져서 나중에는 걷지도 못했음. 진짜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절망적인 경험이었음.
다달이 팔만원 나가는게 기본적으로 나가는 생명을 키우는 유지비용일거라고 단언했던 내가 겁나 바보 같게 느껴짐. 처음에는 잘먹고 잘 놀았는데 그게 딱 이주였음. 데려온지 이주가 제일 쌩쌩했고 무지개 다리 건너기 전까지 세달 반을 비실비실했었음.
처음에는 감기로 이삼만원씩 나가던게 틱장애처럼 머리도 계속 흔들고 점점 증상이 심해지니까 나가는 돈이 기하급수로 불어났었음. 사료도 스스로 안먹으니 강제 배식하고 캔 주사기에 넣고 먹이느라 캔값도 만만치 않게 들었음. 대략 데려온지 두달 안되서 매주 이삼만원씩 고정적으로 빠지게 됐음. 아마 십만원 후반정도로 돈이 나갔었던거 같음.
그떄만 해도 괜찮았음. 학교 졸업 앞두고 아직 용돈도 받고 알바도 조금하고 있어서 내가 굶으면 병원비 낼 수 있으니까 그냥 식비 다 줄이고 허리띠 졸라맸음. 근데... 아 진짜 근데 감기가 문제가 아니라 뇌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뭘 찍는다더라 엠알아이였나. 그거 찍는데 칠십든다는 말에 병원에서 펑펑 울었음. 내가 돈이 없어서 해줄수 없는게 겁나 비참했음. 의사 쌤도 사정 아니까 굉장히 조심스러웠음.
기간을 좀 더 두고 고양이 상태를 보자그러고 결국 안찍었는데 이전에 뇌의 이상이 있기 전초 반응이 전혀 없어서 다른쪽의 문제라고 판단해서 잠깐 먹였던 약 중단하고 무조건 많이 먹이라고 일단 살을 찌워야겠다고 한 소리 듣고 겁나 먹임. 진짜 두시간에 한번씩 밥을 먹였음.
그때 고양이가 6~7개월 추정이었는데 마의 1.5키로를 못넘김. 다른 고양이 살찌고 뚠뚠한거 보면서 엉ㄹ마나 울었는지 모름. 솔직히 그쯤 되니까 병원에서 안락사 얘기 나오기도 했었음. 생활 패턴 다 망가지고 두시간에 한번씩 밥먹여야 하니까 인간관계도 일단 다 스톱이었음. 주에 3회 일갔다 오는것도 걱정스러울 정도 였음.
못걷고 못뛰고 못먹고 맨날 배변패드에 누워서 눈만 꿈뻑이는게 다였음. 7~8개월 차가 됐는데 점점더 안좋아 지니까 그렇게 열심히 먹여도 1키로 였음. 오히려 살이 계속 빠지는게 신기할 정도였음. 먹이는 걸로는 영양보충이 안되니까 링거도 맞음. 매일 맞았음. 병원에 의사쌤이 일부러 막 더 해주고 돈은 깎아주고 해도 한주에 이십만원정도씩 들기 시작함.
나아지는건 없었음. 차라리 낫기라도 하면 계속 돈이라도 쓰겠는데 링거 맞고 오면 뽕찬거처럼 내가 침흘리면서 움직이지도 못해서 주에 1회로 줄이고 먹이고 씻겼음.
죽기 전이 제일 상태가 좋았음. 그때 스스로 좋아하는 간식 기우뚱거리면서 받아먹고. 좀 괜찮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기도 무섭게 하루도 안돼서 발작을 하더니 그대로 몸이 굳었음. 눈도 못감고 그대로 떠나서 병원 예약한 것도 무색하게 걍 손도 못써보고 갔음. 4개월 반정도 같이 살았는데 기쁜날 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아도 살아있기를 바랬는데 허무했음.
그날 예약한 시간에 병원가서 바로 보냈음. 솔직히 고양이 떠나기 전에 한달 반은 희망고문 아닌 고문 받으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마음의 준비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맘대로 안되더라.
심지어 보낼때도 돈이 든다는게 더할나위없이 비참했음. 끝까지 생각함...
생명값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돈 없으면 정말 거둬키우는 거 아니구나.
최악의 상황까지 내가 거둘 수 있어야 진짜 보호자라는 걸 깊이 알게됨.
고양이 보내놓고 지금도 가끔 멍청하게 있다보면 밥먹일 시간 됐다고 고양이 찾을 때도 있음.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거임... 습관이 참...허허... 지금 주저리 쓰는 것도 갑자기 생각나서 한번 써봄.
혹시 막 키우고 싶은데 이거저거 알아보고 있는 사람이 이 글보고 알았으면 좋겠음.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서...
아 뭐라고 끝내야하지? 고양이 앞발 사진 하나 투척하고 끝냄. 고양이 이름 쓰면 지인들이 다 알아볼까봐 안씀. 지금 동물과 함께 하시는 분들은 꽃길만 걷고 오래오래 함께 잘 지낼 수 있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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