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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803
이 글은 8년 전 (2017/6/08) 게시물이에요

[허지웅의설거지] 그게 사랑이었어 | 인스티즈

무언가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없이 그것이 존재하지 않으리라 여기게 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대개의 경우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곁에 없을 때 특히 더 그렇다. 누구나 이별을 겪는다. 그리고 내가 없으면 안 될 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의 에스엔에스(SNS)에 꿀 발라놓은 이 달콤한 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며 위산이 역류해 티셔츠를 흥건히 적시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내 생각과 현실 사이의 어마어마한 고도 차이에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 마련이다.
내 첫사랑의 경우에는 홀로코스트에 가까웠다. 첫사랑 이후 내 감수성은 씨가 말랐다.


첫사랑이란 이상한 것이다. 모두에게 서로 다른 정의를 갖는다. 말 그대로 처음 연애한 걸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사랑이었다고 말하게 되는 경험을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내 경우는 후자다.
그녀를 만난 건 첫 번째 직장에서였다. 이제 막 내가 지금 코를 흘리고 있는지 묻히고 있는지 알아가고 있던 즈음 처음으로 여섯 쪽짜리 긴 기사를 쓰고 나는 거의 나라를 구한 듯한 공명심에 부풀어 있었다. <허생전>을 빗대어서 디지털 2차 콘텐츠 시장(이제 막 그런 개념이 생기던 시절이었다)을 풀어낸 것이었는데 괜찮은 기사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데 못 보던 누군가가 등을 보이고 자료실 앞에서 낑낑대고 있었다. 뭐 찾으세요, 하고 물어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정말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은 내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쓰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정말 미친 듯이 예뻤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예뻤다. 명치에 니킥을 맞은 것처럼 예뻤던 것이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녀는 온라인팀에서 일하는 기자였다. 자료를 찾으러 내려왔다가 헤매는 모양이었다. 나는 같이 자료를 찾아 주었다. 내 소개를 하는데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 기사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말하고는 다시 올라갔다. 나는 그녀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나는 부산영화제 취재팀으로 다시 만났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서 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녀는 빨간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팀장이 오늘 취재할 내용들을 미리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를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별안간 펜을 입에 물고 두 손으로 머리를 묶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다. 그때 그녀가 고개를 쳐든 면적만큼 햇빛이 내 눈 안에 들어왔다. 햇빛 반 사람 반. <블레이드 러너> 도입부도 이렇지는 않았다.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그 장면은 십수년이 지나도 좀체 잊히지를 않는다. 나는 그 순간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졌다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72708.html#csidxc9c40678cff17a5bc1fa483f27e8d8a

대표 사진
도하 나으리
헐뭐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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