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ll Skarsgard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고
하늘은 검은 바탕에
몇 개의 별과 하나의 달이 빛났다.
혹여 밤에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을 위해
가로등도 인위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 배려에도 길거리에 사람은 없었다.
그 인적이 없는 길 위에
오직 나만이 걸음을 빨리 재촉할 뿐이었다.
골목 골목을 지나
한 낡은 건물의 낡은 문 앞에 멈춰섰다.
문을 여니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빛 한 줄기도 없었지만
난 능숙하게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럼 또 문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난 그 문을 노크도 없이 얼었다.
어차피 내가 이 시간에 오는 건
잘 알고 있을 테니.
습한 지하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은은한 조명 빛과
담배 연기 사이로 그가 보였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3/b/e/3bec8f683907e5028985ab0dbb0a73a4.gif)
내가 온 걸 보고는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에 눕듯이 기대앉았다.
항상 내가 오면 그는 하던 일을 멈춘다.
무슨 일을 하던 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 환기도 안 되는데. 적당히 펴요. "
그렇게 말했음에도
보란 듯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나도 딱히 그가 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뱉은 말은 아니었다.
들고 있던 무거운 종이봉투를
그의 앞에 내려놓고
부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에서
컵 두 개를 꺼내 얼음을 담았다.
그는 내가 들고 온 종이봉투에서
위스키병을 꺼내 따고 있었다.
꽤 어렵게 구한 위스키였다.
두 컵에 위스키를 따르고는
하나는 내 앞에 내려놓고
하나는 자기가 마시기 시작했다.
난 입만 대고 다시 내려놓았다.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
이 근처에서 소매치기, 도둑질을 하며
숨만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기생충처럼.
부모님은 없었다.
언제부터 없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어찌 됐든 지금은 없으니까.
어느 날.
평소처럼 앞에 있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지갑에 손을 뻗었을 때,
그 지갑의 주인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젠장. 망했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e/6/7/e67dba233796e18c3db55661112ded14.gif)
이대로 잡혀서 경찰서로 가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내 손을 놓고는
태연하게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자기 지갑을 훔치려 했던 나에게
아무 말도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 모습이
이런 나를 용서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멍하니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듯했다.
그 긴 다리치고는
나와 걷는 속도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골목 골목을 지나
한 낡은 건물의 낡은 문 앞에 멈춰섰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문을 닫지 않았다.
-
다음에 찾아왔을 때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난 매일 같은 시각에 그를 찾아왔다.
문은 한 번도 잠겨있던 적이 없었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하지만 원래부터 잠그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나에게 왜 매일 찾아오냐고 따지지도
매일 와도 된다고 권유하지도 않았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 지하에서 대체 뭘 하는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몰랐다.
아마 깨끗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렴 어떤가.
나조차도 도둑질을 하는 나쁜 사람인걸.
하지만 이런 나를 위해
문을 열어 두는 사람은 그뿐이었고
하나 밖에 없던 컵이
어느 날 두개가 된 것도,
1인용 소파 하나 밖에 없었던 이곳에
어느 날 똑같은 소파를 하나 더 갖다 놓은 것도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그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를 찾아오는 이유는 충분했다.
" 왜 그날. 날 그냥 놔줬어요? "
맛이 없어 홀짝거리던 위스키에
어느덧 취기가 올랐고
그때를 회상하다 궁금해져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e/9/b/e9bb1315a4be4b4ddd97d6c8e3254dd6.gif)
그냥 '그날' 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그게 언제냐고 되묻지 않았다.
대충 언제인지 눈치를 챈 듯했다.
내 질문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는지
픽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그럴 때마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를 빤히 쳐다보자
그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언제 보아도 이상했지만
술에 취해서 보는 그 눈은
금방 빨려 들어갈 것처럼 더 이상했다.
그는 컵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의 날숨에
입과 코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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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근데 그러길 잘한 것 같군. "
2. Dane Dehhan
내 발소리와 숨소리가
조용한 밤거리의 공기를 흩트렸다.
그리고 그런 내 뒤로
두세 명 정도의 남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내 손에는
그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외치는
돈다발이 들려있었다.
어차피 그들도 훔쳐서 만든 자기 돈.
내가 다시 훔치면 그건 내 돈이 되는 거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텅 비어있는 도로 위에
신호로 인해 멈춰 있는 한 차가 보였다.
오래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그 조수석에 올라탔다.
"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제발 출발해줘요! "
하지만 운전석에 탄 사람은
차를 출발시키지 않았다.
창밖을 통해
나를 쫓아오던 이들을 확인하다가
운전석을 돌아보았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0/3/9/03975b4dcd5cd8bc684194f4be06590b.gif)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마 내리라는 표정 같았다.
곧 창밖으로 나를 찾는 목소리가 가까워졌고
난 제발 부탁한다며 그에게 애원했다.
그런데도 그는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만 보다가
이내 기어를 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신호등은 아직 빨간불이었다.
나를 쫓아오던 그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
한참을 달리던 차가 멈춰섰다.
그가 시동을 끄고 내렸고
나도 그를 따라서 안전벨트를 풀며 내렸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며
이제는 내 돈이 된 돈 중에서
한 뭉치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그런 내 손을 바라만 보다가
나를 지나쳐 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의 앞을 막아섰다.
부족해요? 라며 두 개를 더 얹어
총 세 개의 돈뭉치를 다시 그에게 건넸다.
그의 두 손은 역시나 받을 생각이 없는지
주머니에 곱게 꽂혀 있었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a/4/b/a4bad0cd8cf4a3859e3062eabe94dbd1.gif)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나를 지나쳐갔다.
내 손에 들려있는 돈은 그대로였다.
차를 세워둔 바로 앞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이 그의 집이었던 모양이다.
그에게 건넸던 돈을
다시 소중하게 끌어안고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어차피 내 집 앞에는 그놈들이
내가 돌아오면 어떻게 죽일지를 고민하며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게 뻔했다.
그 간절한 기다림에는 미안하지만
난 아직 죽고 싶지 않기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열쇠로 문을 따면서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에게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오늘 밤만 지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참 뻔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돈은 드릴게요.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
거절하면 한 번 더 부탁해 볼 생각이었지만
그는 대답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그저 코트를 벗을 뿐.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
오늘 밤만. 하루만 더.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다음 날에도
역시나 그의 집에 머물렀다.
마땅히 갈 곳이 없을뿐더러
그 역시 나를 쫓아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지내면서 그를 관찰해보았지만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와 처음 만났던 그 늦은 시각 즈음에
거의 매일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집을 비우는 시간에는
그의 집 밖에서 그를 기다렸다.
주인 없는 집에.
그것도 나 같은 사람이 집에 있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차릴 예의도, 염치도 없지만 말이다.
그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기에
내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 열쇠를 주었다.
그의 집 열쇠였다.
그는 부연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자신이 없을 때
집에 있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 덕에 그가 올 때까지
집 안에서 그를 기다릴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에게 돈을 건넸지만
그는 전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냥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돈은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내가 사다 놓은
담배와 커피는
매일 조금씩 줄어들었다.
-
요즘은 그가 일찍 귀가하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어울리지 않는 간식거리를
사오기도 했다.
과자들을 고르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그는 자기가 사 온 간식은 먹지 않았다.
그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나는 그가 사 온 간식을 먹고
그는 담배를 피우며 TV를 보곤 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는 내가 불편하지 않은가?
옆을 돌아보니
TV에는 흥미를 잃었는지
책을 보고 있었다.
" 언제까지 여기 있어도 돼요? "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0/8/d/08d8dbbcb106161fe765dd037cbec650.gif)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었다.
손에는 내가 사온 담배가 들려있었다.
" 당신이 불편하다면 당장에라도 떠날게요. "
그는 나를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긴 듯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괜히 긴장되었다.
물론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한다면
오늘 밤만 자고
내일 눈을 뜨는 대로 떠나겠다고 할 심산이었다.
다시 나를 돌아본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뱉은 말과 그 투는
꽤나 따뜻했다.
![[고르기] 이상한 나를 받아주는 이상한 남자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f/d/d/fdd90b8104d2254448f37fedfac419d9.jpg)
" 네가 불편하다면 언제든 떠나도 되고,
아니라면 계속 있어도 돼. "
-
내용은 비슷하고 사람만 다름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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