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친구들
코니에요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책 펴놓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
집에 오는 길에 집 앞 마트에서 재밌는걸 발견했어요.
돼지고기 잡육. 1킬로그램. 5000원.
5천원?
옆에 있는 삼겹살을 봤어요.
500그램 10000원
양은 두배인데 가격은 절반?

충동구매했어요
어차피 인생은 충동적으로 사는거니까요
그런데 1킬로??
어따 쓰지???
하다가 냉장고에 치즈가 남아있어서 써보기로 했어요.

이게 바로 그 소문만 무성하던 그 고깃덩이에요
맨날 삼겹살로 길게 썰린거만 보다가 이런거 처음보네요.
이걸 길게 만들어줘요

이렇게요.
연필깎는다고 생각하고 돌돌돌 돌려가면서 펼쳐줘요
더 얇게 해도 좋았겠지만
그걸 마음대로 했으면 아마 지금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있지는 않았겠죠

그리고 칼집을 내줘요.
이 칼집은 고기가 잘 익게 해주고 양념이 잘 스며들게 해줄거에요
원래는 이걸 튀겨서 요리할 생각이라 저 사이사이에 튀김가루도 넣어야 했겠지만
빵가루 뿌리기가 귀찮아서 안하기로 했어요
자취할때 요리는 귀찮냐 안귀찮냐가 제일 중요한법 아니겠어요

고기 칼집 면에 소금을 뿌려줘요.
빨간 면에 흰 가루가 막 뿌려져있는걸 보니
마약이 생각나네요

당신곁엔 우리가 있어요

아무튼 여기에다가 후추도 뿌려줘요
겁나 야심차게 통후추랑 그라인더도 샀지만
의외로 쓸데가 없어요
그래서 이런거 할때 겁나 많이 써요
남은 통후추는 어디다 써먹을까 고민중이에요

이제 이 고기를 오목한 보울에 옮겨닮고 소주를 뿌려요 잡내를 제거해준대요
어제 밤에 소주 사러 편의점을 갔는데 후배가 알바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소주 사는거 보고는
"오빠가 소주를??? 뭔 일이에요???"
라는거에요. 원래 제가 술을 더럽게 못마시니까요.
그래서 제가
"사는게 힘들어서"
라고 했더니
"아 그렇구나"
하고 겁나 영혼 없는 표정으로 찍어줬어요.
하. 인생 헛살았어요

여기에 헛산 인생을 달래줄 달콤한 사이다를 넣어줘요.
육즙을 부드럽게 해준대요.
스트롱은 탄산이 다섯배니까 다섯배 부드러워지겠죠
아님말고
아무튼 이렇게 고기를 재워요
30분 정도면 되겠죠.
TV를 봐요.
경남이 안산에 2대0으로 지고 있네요
재밌게 돌아가고 있어요

이제 팬을 달궈줘요
PPL아니에요
혹시 코니형 후라이팬 광고 들어오면 저한테 몇프로 떼주는거에요

여기에 아까 고기 손질하면서 떨어져나간 자잘한 부위를 구워줘요.
잘 재워졌나 확인하는거에요.
이렇게 다 먹어버릴건 아니에요

맛있어요.
이렇게 다 먹어도 될거 같네요
역시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에요

이제 달궈진 팬에 아주 조금만 기름을 두르고 칼집이 안난 쪽으로 고기를 구워줘요
혹시 말아서 구으면 안쪽이 안익을까 걱정돼서 먼저 익히는거에요
이런게 초벌구이랬던가 싶네요

적당히 익으면 이걸 꺼내준 다음에 익힌 부분에
치즈를 뿌려줘요
저는 체다치즈를 깔고 모짜렐라를 뿌렸어요
근데 사진을 안찍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걸 잊은 과거의 자신에게 반성을 하도록 해요
하나
둘
셋
그리고 이제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래요

그리고 고기를 말아줘요
물론 그냥 말아놓으면 풀리니까 이쑤시개로 고정해요
식용 이쑤시개라는게 있다는데 난 몰라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댔어요
그럼 나는 겁나 무지개색 귀신이 될거에요

이제 기름을 아까보다 많이 뿌린 팬에 넣어줘요.
이쑤시개때문에 모든 면이 후라이팬에 닿아서 익을 수 없기 때문에
기름을 뿌려줘야 하기 때문에 기름을 좀 더 많이 넣었어요.
이쯤되면 사실 고기에서 육즙이 나와서 팬의 기름에서 튀어요
뜨거워요
조심해요

잘 익고 있어요
불조절이 생각보다 잘돼서
겉은 타고 속은 덜익거나 하지는 않겠어요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꺼내서 이쑤시개를 뽑아요
하나둘 뽑다보면
아 나도 이 이쑤시개처럼 회사에서 쓱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내가 뽑힌건 군대 극악보직에 극악 작업 뿐일까요
인생사 덧없어요
그래서 그랬나봐요
고기 다시 익히는 사진을 안찍었어요.
이쑤시개를 뽑은 고기를 다시 익혀요.
덜익어서 배탈나면 안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익히는거니까 이번만큼은 제대로 익혀야 해요
그리고 익은 고기를 꺼내고 나면 팬에 남은건 뭐가 있을까요
맞아요
기름
그리고 육즙
그리고 과거에 대한 미련과
고백하던 그 날 나를 찬 그녀에 대한 기억만 남아있겠죠

여기에다가 다진 마늘과 스테이크소스, 그리고 설탕을 넣어서 졸여줘요
돈가스 소스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저는 스테이크 소스만 있으니 설탕도 필요해요

이걸 먹기 좋게 잘라놓은 아까 그 고기 치즈말이에 부어줘요
많이 망가졌네요
마치 매일 아침마다 보는 거울을 보는 기분이에요
어휴

이제 이걸 책상으로 가져와줘요
자취생의 식탁은 책상이랬어요

보기와는 다르게 맛있어요
처음 계획대로 돈가스처럼 튀겼으면 더 맛있었을테지만
고기가 두껍께 펼쳐졌으니 별 수 없어요
나중에 다진고기로 돈가스 하면서 치즈 돈가스 해먹죠 뭐

자기 전에 다음날 먹을걸 생각하면 돼지래요
나는 돼지에요
그리고 여기도 돼지 많을거에요
괜찮아요
인생이 다 그런거에요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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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9살 차이 키스신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