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학생이 8살 아이를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일명 동춘동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나이가 모두 어리고 대낮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라 많은 여시들이 기억하고 있을거임.
범인은 17세 학생이었고 공범 한명이 함께 구속되었음.
그런데 얼마전 새로운 사실이 보도됨.
범인 A와 공범 B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이었음.
일명 자캐커뮤. 자캐커뮤는 자작 캐릭터 커뮤니티의 준말로, 이용자들이 창작해낸 캐릭터들로 역할극을 하는 커뮤니티임. 한번 예를 들어보겠음.
1. 이용자 김과일은 김딸기 캐릭터를 만들었다.
2. 이용자 박치킨은 박양념 캐릭터를 만들었다
3. 김딸기 캐릭터가 맘에 든 박치킨은 김딸기에게 구애를 했다. (여기서 박치킨의 구애란 박양념이 주인공인 그림 혹은 글을 창작해 김딸기를 등장시키는 형식이다. 창작물 속에서 김딸기에게 반하는 모습이라던지를 묘사한다.)
4. 김딸기 캐릭터의 주인 김과일은 둘의 마음이 통하는 후일담을 창작해 그 구애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역시 후일담 창작을 통해 그 구애를 거절할수도 있다.
이런 식임.
모든 진행 과정에서 캐릭터의 주인인 박치킨과 김과일은 거의 등장하지 않음. 왜냐? 대부분 캐릭터인 박양념과 김딸기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임. 창작물 뿐 아니라 그 아래 적은 코멘트나 커뮤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누는 소통을 전부 캐릭터가 되어 나눔.
그리고 이 자캐커뮤에는 기본이 되는 세계관이 존재함. 세계관을 따라 일종의 메인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스토리가 끝날 때 커뮤도 문을 닫음.
요즘 핫한 프로듀스 101을 예로 들어보겠음.
프로듀스 101 세계관인 커뮤 ㅇㅇ은 11명이 데뷔하고 나면 엔딩이 나고 문을 닫는다. 커뮤 기간 동안 101명의 연습생 캐릭터들은 위에 상술한 것처럼 서로간에 애정 관계를 맺기도 하고, 연습을 하기도 하고, 여러 일을 겪는다.
이렇게 되는거임
이번 사건의 범인이 참가한 자캐커뮤는 마피아 세계관의 커뮤였음. 공범 B의 캐릭터는 범인 A의 캐릭터의 위에 있어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관계였음. 역할극에 심취한 범인 A는 현실과 역할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것. 그리고 훼손한 시체를 봉투에 담아 공범 B에게 전달하기까지 했음.
이 사건을 취재하던 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자캐커뮤도 함께 취재하기 시작함.
그리고....
거세게 반발이 일어남
자캐커뮤 유저들이 불쾌감을 표현하고 나선 것
모든 자캐커뮤인들이 그런게 아닌데 오해사는 것이 두렵다고 함
알티수 보면 알겠지만 많은 공감을 받는 트윗임.
하지만 40대 남성의 자전거 동호회와 비유하는건 어불성설임
사람 죽이고 시체 가져오라는 지령 내리고 그걸 그림이나 글로 수행해서 가져다주는 지속적 상황극 끝에 진짜 살인이 일어났는데, 정말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캐커뮤는 지난 십몇년간 꾸준히 자체적으로 논란이 있어왔음. 바로 세계관과 연령제한 논란.
자캐커뮤의 세계관 설정에는 제한이 없음.
범인 A가 참여했던 마피아 세계관 뿐만 아니라 디스토피아, 무법지대, 살인,강간,식인,납치,감금은 아주 흔한 소재임. 그리고 저 소재들을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무게감 있게 다루는 게 아니라 속된말로 '꼴려서' 사용함.
"대박쌔박 님 어떻게 이렇게 꼴리는 설정 만들었죠?" 이게 감상임.
비인륜적인 소재뿐 아니라 야한 소재도 문제가 되어왔음. 소위 '떡커'라고 불리는 커뮤니티들은 그 목적이 19금 창작물에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내용이 캐릭터간에 애정 관계를 맺고 성관계를 가지는 걸로 이루어져 있음. 당연(?)하게도 이 '떡커'에 참여할수있는 연령은 제한이 없었음. 미성년자를 떡커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청소년 혐오라며 15살 아이가 24살 청년과 함께 자지 보지 섹스를 외쳐온거임.
아직 방송도 타지 않은 단순 취재 소식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건 바로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음. 본인들도 느끼고 있었지만 아닌척 눈을 가려왔던 문제점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8살 아이가 억울하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였던 17세 학생이었다.
살인은 범인이 행하던 역할극의 연장선이었다고 한다.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는 역할극.
참가자의 나이도, 심리 상황도 문제되지 않는 자극적 소재의 역할극을 놀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