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힐러 13

얼마전에 저희 사모님을 만나셨다던데. 무슨 얘기를 나누셨는지요.

그런 거라면 거기 사모님께 여쭤보시면 되겠네요.

혹시 아드님께서.. 그러니까 큰아드님이요. 서정후지요? 이름이. 저희 사모님께서 뭔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든가요. 사장님께서 그걸 궁금해 하시던데.

저, 우리 애 못 만난지 십년도 넘었구요. 그동안 연락 한번 없었습니다. 유학 갔다는 얘기만 들엇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구요. 잘 아시겠지만 저 어린 아들 버리고 재가한 여자에요. 무슨 염치로 그 애 연락을 바라겠어요. 정후 그 애도 나 잊은지 오래됐을겁니다.

예에 그러시군요. 약속이 있으신가봐요. 누구하고..?

..친구요.

그러시구나. 저도 친구 만나러 왔는데. 같이 기다려 드리겠습니다.

잠시..저기..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휴대폰 스틸

힐러인 척

차량 넘버 보냈으니까 추적해봐. 놈들이 이렇게 철수하는 거 보면 분명히 목표대상을 잡았다는 거야. 그게 누군지 알아야겠어.

박봉수 아직 못 찾았어요?

그 깡패들이 누굴 잡아갔대요. 봉수가 다쳤다고 했죠. 여기 피가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그 놈들이 봉수를..

아니야. 아니니까 정신 좀 차리고 아가씨.

어떻게 알아요!!

그놈 위치가 움직이지 않고 있거든. 그러니까 좀 찾아보라고. 거기 어딘가 숨어 있을 만한데.

누구세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문득 들리는 기억속의 정후 소리.

내가 높은데를 좋아해. 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날 못 보거든.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정신을 잃었는데요. 피를 흘리구요. 여기가.. 태양 상가 옥상이요. 애가 너무 차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

술 냄새는 안 나는데. 이분 무슨 약 먹은거 있어요? 의식이 너무 처지네.

아뇨. 그럴 리가 없는데요. 피 나는 건 괜찮은 거에요?

워낙 근육이 딴딴한 분이라 상처가 깊지 않았어요.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박봉수. 그만 일어나지? 내가 물어볼 게 많은데. 너 도대체 왜 거기 추운데서 그러고 있었어. 애가 피 흘리면서 정신도 잃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그리구 아까 나한테 전화한 여자분.. 누구야?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래.

봉수야~ 그만 좀 일어나아~

정신 들어? 깼어?

채영신....

얘 진짜 무슨 약 먹은 거 아냐?

정후 손 느낌.. 힐러 손이다. 영신은 차를 뒤지다 자신이 접은 종이별을 발견하고 정후가 힐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다 잔 거야? 의사샘이 그러던데. 너 자는 거라고.

아..엄청 잤네.

몸은 괜찮은거지?

어. 선배 덕분에. 선배가 나 여기 데리고 왔대매.

이분이 그래? 내가 너 데리고 왔다고?

아 그건..

난 채영신이라고 박봉수 회사 선밴데요.

얘는.. 아는 동생이야.

아, 이거 니 차 열쇠.

병원비 내고, 차 앞에 대놓을께.

선배. 내가 요즘 잠을 못자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게 좀 늦게 약효가 퍼졌나봐. 그래서.. 아 이건 졸다가 넘어져서..

갈라고?

..어...

아까 그 아는 동생이랑?

어.

동생이 이 병원 어떻게 알고 왔대? 넌 계속 자고 있었는데.

아.. 아까 전화 받았다. 너희 어머니신 거 같더라. 어머니께서 너랑 통화 도중에 끊어졌다고 엄청 걱정하셨어. 내가 전화했어야 했는데.. 나도 정신이 없어서.. 너희 어머님이 근처 병원 다 찾으셨나보다. 그치.

아마...

가봐. 그 동생 기다리겠다.

놀랐지. 나 땜에.

놀랐어.

미안해. 그럼..

그래.

봉수야. 내일 회사 나올 거지? ... 올 거지?

니 어머닌 지금 집에 안전하게 계시다. 그 집 앞에 CCTV 하나 확보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고.

사부는.

상수네 애들이 데리고 갔어.

그 영감탱이는 왜 쓸데없는 짓을..

뭐.. 아직 죽지는 않은 거 같으니까. 그쪽도 일단 지켜보자고. 몸은 괜찮은거 맞아? 그 마취약이라는 거 코끼리도 쓰러뜨리는거 아니냐. 양 조절 잘못하면 사람은 죽는다고. 아오, 그 무식한 것들.

대용아. 힐러 그 놈 일단 좀 쉬게 하자. 그러니까..

김문식이 집으로 가. 그 놈이 내 엄마를 건드렸어. 그 놈이 채영신도 건드렸고.

그래서 어쩌려고

못하게 해야지.

가서 패주기라도 할라고? 황재국이처럼?

죽여버릴거야. 차 세워. 너 내리고.

뭘 해? 누굴 죽여? 그래. 일단 가서 사람 하나 죽이고. 그 담에 니 아부지 살인 누명 벗기고. 그 누명 벗기다가 누가 걸리적거리면 또 하나 죽이고. 해봐. 너 다시 안 만날거야?

채영신이 다시 못 봐도 괜찮냐고!! 김문식이 하나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 놈이 니 엄마는 너 땜에 건드린다 치고. 채영신이는 왜 죽이려고 했는지 그거 먼저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

김문식이한테 가서 물어보지. 죽기 직전까지 패면 대답하지 않겠어.

거기 채영신이 엄마도 있어. 니 여자애 엄마가 있다고. 그 집에.

영신이 왔어요.

대체 지금이 몇신데..

근데 이상해요.

뭐가.

애가 술냄새도 안 나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요.

형님. 영신이 울어요.

아빠. 이 나쁜 이제까지 날 속였어.

아 대체 어떤 놈이.

내 눈 앞에서 했던 말이 하나하나 다 거짓말이었어. 난 그것도 모르고.. 지를 믿고.. 다 얘기했는데..

이 진짜 나쁜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이렇게 엿먹였는데에. 아빠.

그래.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내가 말을 하면.. 안다 그러면.. 가 버릴까봐.. 다시 못 볼까봐.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다시 못보면.. 안되잖아. 그럼.. 내가 안 되거든.

일단 영신이가 지 혼자 좋아하는 놈이 둘 있어요. 형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네. 우리 영신이가 왜 지 혼자 어떤 놈을 좋아해. 그 반대면 몰라두.

제가 한 말이 아니구요. 영신이가 직접 지 입으로 한 얘기라니까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요. 그 두놈은 별로 문제가 안돼요.

그럼.

그 왜 후배라고 들락거리는 놈 있잖아요.

봉숙이?

그 놈이에요.

그니까 뭐가!

우리 영신이가요. 어디 가서 지 얘기를 막 하는 놈이 아닌 거 아시죠.

그야.. 그러고 보면 영신이가 친구가 없는 편이지. 집에 누굴 데려오는 것도 못 봤고.

그건 맨날 집에 전과자들이 우굴대니까 그런거고요. 하여간에. 영신이가 그놈한테는 다 해요. 내가 내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어요. 형님이나 저한테도 절대 안 하는 얘기들을 그 멍청한 놈한테는 다 하더라고요. 그니까.. 그놈이에요.

이거라도 마셔. 저녁 먹으라고 안 할게. 너 울때 밥 먹으면 체하잖아.

이제 안 울어. 아빠. 왜 나였어? 이상하잖아. 솔직히 나 말야. 누가 좋아해주긴.. 좀 힘든 애잖아.

그게 이상했어?

고아원에 더 어리고. 이쁘고 말 잘 듣는 애들 많았을텐데. 난 말도 못하고. 말도 드럽게 안 듣고 그랬대매.

그뿐이냐. 씻기려고 하면 물어뜯지. 마루 밑이니 창고 속에 한번 기어들어가면 하루 종일 안 나오지. 애가 꼬질꼬질해서 냄새는 또.. 어유..

그런데 왜 데리고 왔어.

내가 데리고 온 거 아냐.

데리고 왔잖아.

아냐. 난 그냥 기다렸지. 기다렸더니 니가 온 거야.

내가?

그래. 니가 내 옆으로 왔고. 니가 먼저 내 손을 잡은 거야. 그래서 같이 온 거지. 우리 집에.

아빠는 그냥 기다렸다고?

그럼. 사실은 더 오래 기다릴 수도 있었는데. 니가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왔어. 영신이 니가 원래 끈기가 좀 부족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