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깜박이는 것마저숨을 쉬는 것마저힘들 때가 있었다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자살을 꿈꾸곤 헀다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그러나 나는 아직당신 앞에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류시화, 자살 모든 게 엉망이었을 때도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약물에 의존하려고도가르침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대신 잠을 자려고 애썼다.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시를 쓰는 법을 배웠다.바로 오늘 같은 밤바로 나 같은 누군가가 읽을 지도 모를이런 시를 위해. 레너드 코헨, 나의 시 中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 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 곳에 들어오셨습니까 이성복, 만남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그대를 다치게 했음을.그대에게 보낸 침묵이서로 문닫게 했음을.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바람부니 물결이 친다고?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 줘 조원규, 풀밭에서 다 지나온 것, 너무 애쓰지 말자 ..... 이 봄, 살아있기 때문에너도 살아있구나 그렇구나,그래서 서로가 더욱 고맙다 박호민, 봄빛 아래서 中 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中 오직 살아야 한다고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쓰러지지 않는다고 정호승, 너에게 中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토닥토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