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탁스에도 여러번 올라왔던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제 자료입니다.
대체로 달려있는 리플들을 보면 여자도 군대가는 나라, 참여성들이 사는 나라 노르웨이 짱짱국가 뭐 이런 분위기인데...
일단 한국에서 남녀평등과 관련하여 상당히 민감한 '군대'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자료를 보고 한국 남성들이 환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노르웨이는 약간... 아니 사실 상당히 사정이 다릅니다.
노르웨이는 징병제 국가이긴 하지만 남녀 무관하게 합법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ex) 엄마 : 어머, 철수야!!! 영장나왔다!!!
철수 : 안가요 ㅅㅂ!!!
국방부 : ㅇㅋ
철수 & 엄마 : 굳
네... 그런데 뭐 싫다고 아예 안가는건 아니고
영장 나왔는데 본인이 현역사병으로 가는게 싫다고 하면 그냥 본인이 원하는대로
공익요원이나 우리나라 전문기술요원 같은 것들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습니다.
징병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징병제가 아닌 뭐 그런 나라에요.
심지어 만 19세에서 44세 사이에 본인 내키는 때에 아무때나 하면 됩니다.
기간은 1년이구요.
여기 군복무 단 1년!!!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여성단체가 '여자도 군대 징병대상으로 하자'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 부처의 여성들이 '그래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해야지!!' 라면서 앞장서서 찬성했을 때,
일각에서는 오히려
'별것도 아닌걸로 생색내기 하면서 뭔가 더 이득을 챙기려는거 아니냐'면서
반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랬겠죠 당연히... ;
사실 노르웨이에서 여성 군복무 법안이 통과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노르웨이의 성평등 정책에 대해 말 할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노르웨이는 법률상 정당/국회의원/내각(장관, 차관 등)의 3,40% 이상을
무조건 여성으로 채우도록 강제할당시키고 있습니다.
이 법은 심지어 사기업에도 적용됩니다.
상장기업은 이사진의 일정퍼센트 이상을 무조건 여성으로 채워야합니다.
놀라운건 70년대부터 이러한 법을 만들어서 적용해왔다는겁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 이런 법안이 통과될 때 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들조차
'이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라면서 반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인 노르웨이에서는 헌법에서 권리와 의무 두가지 중에서 권리를 우선시합니다.
누군가에세 권리를 주면 의무는 자연스럽게 행하게 되어있다고 보는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의무를 먼저 다 하면, 권리는 그 때 줄께! 라고 하면
만약 실제로 평등이 이루어진다고 한들,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겁니다.
사실 이건 남/녀 관계뿐만 아니라 임금격차 등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강하게 나설 수 있었고,
이러한 해괴한(?)시도를 바라보던 외국사람들과, 심지어 일부 노르웨이 사람들조차
'남녀평등 해보겠다고 하다가 노르웨이가 폭삭 망하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노르웨이는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죠.
세계 성평등 순위표에서 항상 1,2위권에 자리잡고 있구요.
결국 노르웨이의 이러한 일종의 성평등 정책의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서구권 국가들은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려면 일시적인 역차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갖게됩니다.
아래 올라왔던 비정상 회담의 패널들이 갖고있는 인식이 이런거죠.

그럼 다시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노르웨이 군대 별거없다, 생색내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제가 하긴 했습니다만,
좀 배배 꼬아서 생각하면 그렇다는거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자면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에 맞는 의무를 스스로 이행하려 하고있다'는 것이
노르웨이가 여성 군복무제도를 도입한 진정한 의의라고 볼 수 있겠죠.
뭐 군대 안 간다고 해서 여성들이 페널티를 받거나, 군필 남성들이 이득을 보고있던게 아니거든요.
쉽게 말해서 여성들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나온다는겁니다.
'솔직히 우리 여성들이 거저먹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의견이 같은 여성들에게 동의를 얻으면서 여성징병제 법안이 통과된거죠.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으로 노르웨이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발전하는데까지
역차별 정책을 시작하고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다는거죠.
만약 한국에서
'내년부터 국내 상장기업의 임원/이사진, 전체 국회의원, 정부 장차관 중 40% 이상은 무조건 여성으로 채운다.
대신 20년 뒤부터 여성들도 징병제 대상으로 한다'
라고 하면 남녀 모두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지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르웨이와 한국은 경우가 많이 다른지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의 성평들에 대한 인식과
성평등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의 인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겠죠.
여하튼 '역차별'에 대한 서구권의 인식이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도탁서분들이 계신 듯 하여
짧은 지식선에서 글을 써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노르웨이 국민도 아니고, 외국서 살다온 경험도 없는 토종 김치맨이기 때문에
본문 중에 사실관계가 좀 다르다던지(혹은 많이 다르다던지 ;) 하는 내용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잘 알고계시는 분이 계시면 너그럽게 수정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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