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학기 빼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국립대를 나와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남친은 전문대 졸업 후 사업을 조금씩 키워나가다가 반 년 전쯤 사업이 성공해서 돈을 꽤 많이 버는 부자가 됐습니다.
제가 처음 남친을 만났을 때 서로의 관심사 같은 것들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남친의 미래도 굉장히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어딜가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잊지 않고 가져오고 제 말 한마디도 허투로 흘려듣지 않고 차가운 저와 달리 따뜻하고 정 많은 모습에 끌려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남친의 사업이 성공할거라는 기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심 나중에 내가 이 사람을 먹여 살려서라도 같이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보같다고 보실수도 있지만 그만큼 인성이 훌륭하고 저를 끔찍히 아껴줬으니까요.
친구들은 네 주변에 부자들은 어디다 두고 그런 사람을 만나냐고 은근히 돌려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앞에서 뜬금없이 본인 차, 집, 회사, 집안 돈 자랑하는 사람들보다 한겨울에도 저를 위해 제가 좋아하는 바다사진을 찍어오는 남친이 백만배는 더 좋았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주변에 돈만 많이 버는 남편만나 고생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부자에 대한 환상도 없었고
내가 돈이 이만큼 있는데 네가 안넘어오고 배겨? 식에 눈빛들도 굉장히 싫어서 오히려 부자를 싫어하는 편이기도 했어요.
심지어 제 친구의 지인분이 2차에는 저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고(본인 건물에서 베이커리 운영하시던 분인데 제가 손님으로 몇 번 갔었습니다.)
친구가 그 분 일행중에 맘에 드는 분이 있다고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갔었는데
계속 본인 건물, 가게 자랑 하시다가 제가 시큰둥하니까 *클럽에 모델들 떴다고 술값만 지불하시고 바람처럼 사라지신 분도 계셨습니다..ㅋ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제 남친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남친이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조금씩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도 조금 허세가 있는 편이긴 해서 제가 허세부리는 것 같다(귀엽다는 식으로) 몇 번 말하기도 했었는데
음.. 돈을 벌면 벌수록 달라지는걸 느낍니다.
예전엔 제가 좋아하는 자연, 동물, 음악, 그림으로 가득 채워졌던 우리 대화가 어느 순간부터 제 남친이 묵고 있는 별 다섯개짜리 호텔의 풍경으로 바뀌고
명품보다는 어울리는 옷을 찾는게 중요하다던 제 말에 맞장구치던 그 애의 머리부터 발끝이 약 몇 백~몇 천을 호가하는 명품으로 꾸며지고요.
어느 날 제 남친이 상하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웬 슬리퍼를 신고 나왔길래
"이 신발 좀 너가 입고 나온 옷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거 **(명품)야"
"아.. 근데 좀 이상한 것 같아. 동네 슈퍼 가는 것도 아니고." 했더니
"이거 ***만원 짜린데?"
..예 비싸더군요. 하지만 제가 브랜드를 워낙 잘 몰라서 그런지 대체 그 슬리퍼를 그 가격에 사는 이유를 잘 모르겠고
심지어 옷도 여기저기 헤진(?) 걸 입고와서(이것도 비싼 명품이라고 하더라구요..하하..) 명품을 전혀 모르는 제 입장에서는 좀 노숙 패션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나와 어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거 명품이고 얼마짜리다 부터 얘기하는게 제가 유난일수도 있지만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저한테 했던 말은 다 뭔가요..
또 제가 이번에 어버이날 선물로 제 딴에는 큰 맘 먹고(지금 집 살 돈을 모으고 있어서요.) 70~80만원대의 브랜드 가방을 선물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아.." 하고 시선을 피하는데 그 짧은 대답에서 그렇게 싼 걸..?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자격지심일수도 있지만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선물이 싸든 비싸든 부모님께 잘하는 모습이 진짜 예뻐~ 이랬을 사람인데..
그냥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간 내기도 어렵고 놀러가는데 많은 돈을 쓸 수도 없으니 저 이외에 다른 사업상 만난 사람들과 해외여행도 자주 다녀오는데
문제는 제게 일언반구도 없이 다녀옵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면 남자만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왜 제게 말없이 다녀오는지 이해할 수도 없구요.
제가 질투가 심하다는걸 알아서 여자쪽은 쳐다도 보지 않던 사람인데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사친과 당당하게 통화하고 어깨동무도 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좀 시간을 갖자고 하면 또 너없으면 안된다고 울먹거리구요.
제가 사귈때 네 맘이 변하기 전에 내 맘이 변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랬었는데.. 그 얘기 하면서 평생 함께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그려지던 우리 결혼생활이 이제 더 이상 기대되지 않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렇게 돈이 많은데 네가 안넘어오겠어?'라는 그 느낌을 지금 제 남자친구에게서 느끼면서 마음이 계속 식어가요.
우리 처음 사귈 때 서로 감성적인 시 한구절, 음악 한소절 나누던게 좋았는데.. 지금 제 남자친구는 가사를 안다면 절대 저에게 추천해주지 못 할 팝송들에만 빠져있습니다. 더 이상 한국노래는 듣지도 않구요.
길 가다 보이는 민들레꽃 하나 놓치지 않던 남친이 하루종일 게임에만 얼마를 쓰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한테 말 안하는걸 보면 상당히 투자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런데 제 친구들은 네가 세상물정을 모른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날려버리냐, 버는 것 치고는 검소한 것이라며 제 고민을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민감한 걸까요?
http://pann.nate.com/talk/33691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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