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http://www.huffingtonpost.kr/rayoung-lee/story_b_17142158.html
이탈리아 식당에서 간단히 모임을 가진 후 마무리를 하는 중 누군가 식탁 위에 남은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누가 좀 빨리 먹지그래. 보기에 모양도 좀 그렇고...... (일동 웃음)" 보기에 모양이? 나는 가만히 식탁을 들여다보았다. 이것저것 시켜서 함께 먹다 보니 모두가 마지막 수저를 양보하느라 거의 빈 접시 위에 약간의 음식이 붙어 있었다. 껍질 없는 홍합 두어 개가 버터에 버무려져 번들거리며 벌러덩 누워 있다. 홍합의 모양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언어적 수사는 인간의 상상력의 범주를 보여준다. 기와도 암기와와 숫기와로 나뉘고, 실과 바늘, 볼트와 너트처럼 인간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대체로 동일한 시각적 틀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암수 구별이라는 이분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길쭉하고 튀어나온 것은 남성기로, 둥글고 구멍이 있거나 평평하면 여성기로 비유한다. 더구나 식과 성이 인간의 일상에서 밀접하다 보니 성을 먹거리에 비유하거나 음식으로 은유하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있기 마련이다. 특히 언어가 남성의 지배 속에 있기에 여성을 향한 비유가 더욱 풍성하다.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아 같은 뺨이라는 '아름다운' 표현부터 작은 가슴을 비하하는 건포도, 성기를 칭하는 조개처럼 비속어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은 부위별로 먹거리다. 여자를 음식 맛보듯이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여자의 뺨에 혀를 내밀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출하기까지 한다.
여자의 몸이 구석구석 과일과 어패류가 되어가는 한편, 가슴 큰 여자는 젖소 부인이라 부른다. 여성의 가슴골을 '젖무덤'이라 표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여자 인간은 그냥 포유류 암컷인가 싶다. 하지만 어린 여자를 영계라 부르는 걸 보면 여자는 조류인 것도 같다.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꽃뱀이 되는 걸 보면 여자는 파충류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다. "룸에 가면 자연산을 더 찾는다"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을 떠올려 보니 여자는 자연산 활어회, 그러니까 어류일 수도 있구나. 하지만 만취한 여자는 골뱅이라 부르니 패류로 확장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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