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리뷰 끌리는 대로 헨리 ★★반 by 정효범 그동안 예능에서 소비된 이미지가 있었음에도, 대중에게 오히려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올 헨리의 음악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리워요'나 '사랑 좀 하고 싶어'처럼 말랑말랑한 멜로디로 적합한 색깔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루브한 창법에도 어울리는 '팝 랩'을 선택, 피처링 섭외에도 손수 나섰다. 결과는 근사한 싱글의 탄생! 실력파 래퍼 나플라의 독특한 플로와 헨리의 음색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전체 퀄리티를 높였다. 다만 잘게 쪼개지는 비트나 진행이 'Hotline bling'을 연상케 해, 그만의 톡톡 튀는 독창성보다는 기존 방식을 차용했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무궁무진한 재능을 덜 발휘한 듯해 아쉽지만, 그럼에도 끌리는 마력이 있는 곡. 마지막처럼 블랙핑크 ★★반 by 정민재 이번에도 블랙핑크만의 컬러는 찾기 힘들다. 투애니원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여기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수의 창법과 제작진의 패턴, 음악적 스타일에는 그때와 큰 차이가 없다. '휘파람', '불장난'에 이어 세 작품 연속 같은 전략. 익숙함을 앞세운 자연스러운 배턴 터치를 위함이다. 덕분에 신인의 산뜻함은 덜할지언정, 각인의 효과는 확실하다. 곡 자체의 새로움은 크지 않다. 이미 투애니원을 통해 여러 번 경험한 문법이다. 특기할 점은 레트로를 지향하는 코러스. 최신의 옷을 입은 버스(verse), 브리지와 달리 1980년대 신스 팝을 연상케 하는 후렴은 중독성을 견인한다. 오리지널리티 논쟁을 잠시 차치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팀 고유의 멋은 여전히 모호하나, 캐치한 멜로디까지 무시하기는 어렵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마마무 ★★★반 by 홍은솔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테마의 마마무 식 해석이다. 이전까지의 곡들보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드는 힘은 여전하다. '또 펑키한 거야?'라는 말로 지나치기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곡의 도입부터 등장하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은 매 후렴구 직전 '킬링 파트' 역할을 충실이 수행하며, 네 명의 멤버가 섹션마다 돌아가면서 맡아 각자의 톤과 발음을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도 솔라, 화사, 문별, 휘인 모두가 쇼의 중심임을 역설하는 장치. 집중력 분산의 위험은 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다. 여기에 목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지르지 않아도 가사를 맛있게 씹어 부를 줄 아는 보컬과 특유의 여유로움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구석이 없다. FIVE 에이핑크 ★★ by 임동엽 벚꽃을 보는 마음. 에이핑크의 콘셉트는 한결같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청초함이 부드럽게 귀를 사로잡는다. 그룹의 분위기에 맞게 차분한 멜로디가 기본으로 깔리고, 'Mr. Chu'와 'Nonono'처럼 포인트를 살린 후렴구가 중독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인트가 킬링 파트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 그중 '와요 와요 와요 와'는 곡 사이사이에 억지로 넣은 듯 확연한 질감의 차이가 이질감을 만들고, '12345'는 'LUV'에서 'L.o.v.e love'의 박자를 똑 닮아 신선함이 없다. 틀을 깨지 않는 이상 한 단계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빨간 맛 레드벨벳 ★★★반 by 황선업 한정된 음역대에 선율을 가둠으로서 독특한 뉘앙스를 전달했던 이전의 행보와는 다른 곡. 시작과 함께 오버더빙된 낙차 큰 후렴구가 '내가 알던 걔 맞아?'라는 말을 툭 내뱉게 할 정도로 살갑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평범한 팝트랙으로 완전히 기조를 튼 것은 아니다. 확 터져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는 오히려 베이스라인이나 신시사이저를 감추고, 이와 함께 비트가 부각되는 감각적인 구성이 역시 범상치 않구나 싶다. 이처럼 다양한 퍼커션의 조합이 역동적인 무드를 형성하는 와중에 보컬 디렉팅 또한 어느때보다도 명확한 가사와 멜로디를 선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여태까지의 프로모션 트랙 중에는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온다. 요소요소가 선명하고 뚜렷해 강렬한 이미지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듯. 그간 보여주었던 유니크함을 상실했다는 이견도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둘 간의 절충이 잘 이루어진 재미있는, 그리고 더위에도 잘 녹지 않을 달콤한 캔디팝 같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맛이 바로 이런 맛이었구나 싶다. Praying 케샤 ★★★반 by 정효범 'Tik tok'으로 전 세계에 열광적인 파티를 열었던 케샤가 돌아왔다. 정확히는 'Ke$ha'에서 달러 사인을 지운 'Kesha'의 귀환이다. 그동안 프로듀서 닥터 루크와 노예계약 및 성폭행 혐의에 관한 법정 공방으로 2012년 이후 정규 앨범을 내지 못했으나, 드디어 3집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Praying'은 그의 재기를 알릴 첫 번째 신호탄으로 가스펠 풍 코러스와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곡이다. 일렉트로팝 가수로만 기억하던 이들에게는 신선함으로, 그를 기다렸을 팬들에게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올 노래의 핵심은 가사에 있다. 공백기 동안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담았지만 원망과 자조보다는 용서와 위로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마음의 흉터에서 피워낸 꽃을 갖고 돌아온 케샤. 진실한 마음으로 정말 원하는 음악을 해나갔으면. 앨범 리뷰 Sunrise DAY6 ★★★★ by 황선업 '아이돌 밴드'를 재정의하다. 아이돌 신에 록을 들고 나온 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콘셉트 그 이상의 느낌을 준 팀은 많지 않았다. 곡의 보조를 자처하는 무난함 일색의 연주, 라이브가 배제된 음방 및 행사 중심의 프로모션. 악기는 콘셉트를 치장하기 위한 액세서리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었다. I Will >(2015) 이후의 에프티 아일랜드 정도가 의미있는 행보를 걷고 있으나, 이전까지의 아이돌 밴드는 산업의 특성과 맞물려 주체성을 상실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그들의 첫 정규작은, 아이돌 사 속 밴드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이돌로서의 스타성을 유지하면서도 밴드로서의 정체성도 꽉 쥐고 있는, 산업과 음악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적확히 구현해내고 있기에 그렇다.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음악으로 록을 택했다는 느낌이 러닝타임 전반에 흐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개 프론트맨과 가창에 집중되기 쉬운 경향과 달리, 각 멤버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연주와 노래가 대등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결과물들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록 그 자체다. 물론 여기엔 장르특화에 강점을 보이는 JYP의 프로듀싱도 한 몫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주의 존재감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것은 멤버 모두가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원 보컬 + 연주 멤버'와의 패턴과는 다른, 함께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기에 가능한 수많은 가짓수의 스펙트럼이 앨범 전반에 걸쳐 있다. 곡의 무드에 따라 리드보컬을 다르게 가져가는 전략은 곡의 몰입도를 배가시키기에 안성맞춤. 여기에 멤버들의 송라이팅 역량도 수준급이다. 기획사의 주축 작곡가 홍지상과 이우민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전 곡에 걸쳐 캐치한 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중가요''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일터. 매월 두 곡씩 6개월간 쌓아온 곡들을 모아서 낸 만큼, 하나하나의 만듦새가 훌륭해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는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슬로우와 업템포의 이분법이 무색한 다채로운 구성은 14곡이라는 큰 볼륨을 지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어떻게 말해'에서는 상승하는 리프와 코러스를 겹쳐 드라이브감을 극대화하는가 하면, 신시사이저와 팜뮤트피킹으로 서두의 긴장감을 자아낸 후 코러스에 이은 기타의 디스토션으로 애절함을 배가하는 '놓아 놓아 놓아'같은 곡도 있다. 서두의 잘개 쪼갠 리듬, 기타의 아르페지오의 조화로 계절감을 적절히 표현하는 '겨울이 간다', 키보드의 다층적인 활용과 로우탐 중심의 드러밍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묘사하는 듯한 'Say wow', 안정적인 연주 안에서 호소력 짙은 보컬로 듣는 이들을 단숨에 끌어올만한 매력적인 멜로디가 담긴 발라드 '예뻤어' 등 랜덤으로 재생해도 귀를 사로잡을 노래들이 산재해 있다. 연주나 보컬에 있어 과장이 없다는 점 또한 쉽게 질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접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본다고 해도, 풀렝스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작품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노래와 연주, 송라이팅의 측면에서 느껴지는 멤버들의 노력과 재능, 클럽공연을 위주로 차근차근 성장시켜 온 소속사의 기획력이 적절하게 맞물려 탄생한 수작이다.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작금의 록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지언즉, 우직하게 자신들의 연주와 노래만으로 밀고나가는 이 정공법은 록으로서의 정체성으로도, 팝으로서의 친숙함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록이란게 뭐 대단하고 거창한게 아니라, 연주와 노래에 주체성이 투영된다면 그걸로 오케이다. 다만 '기획된 아이돌'이 이 정도까지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점, 그 사실만큼은 분명 놀랍다. 정말 간만에 대중음악 신에서 3대 기획사의 순기능을 목격하는 순간이다. 영국엔 맥플라이, 호주의 5SOS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데이식스라는 보이밴드가 있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Black 이효리 ★★반 by 황선업 Monochrome >(2013)이 대중의 요구를 기반에 둔 변신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규정되어져 있던 이미지를 벗는 탈피에 가깝다. 여기엔 사람들이 선망하던 이효리의 모습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한 시대의 스타가 스스로 격리를 택한 후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생각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괜스레 우울해지는 것처럼,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와 같은 음률이다. 기쁨을 이야기하건 슬픔을 이야기하건, 이제는 천천히 내려가는 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의 허무 섞인 회한. 그 한 가운데에 정서적 바로미터가 맞추어져 있다. 컨트리와 로큰롤을 접목했던 전작에 이어 새롭게 가져온 것은 바로 둔탁한 비트를 중심으로 한 일렉트로니카와 트립합. 여러 감정을 어지러이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부유감은 앨범 전반에 걸쳐 있다. 애처로운 곡조의 휘파람 소스를 메인으로 대도시에 대한 애증을 풀어내는 선공개곡 'Seoul'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적확히 보여주는 트랙. 가사를 힘겹게 읊어내는 나지막한 보컬, 여기에 뿌연 대기를 형성하는 미니멀하고 둔탁한 반주. 예능에서의 유쾌함을 위해 어둠은 모조리 음악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이 묘한 괴리감을 자아낸다. 이처럼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음악적 매력을 감지하기는 어려운 시간들이 이어진다. 음악보다 의도가, 송메이킹보다 프로듀싱이 앞서 다가오는 탓이다. 산스크리트어 내레이션, 이국적인 악기의 사용으로 새로운 자신의 탄생을 고하는 'White snake' 역시 주술적인 무드가 우선시될 뿐 무난한 선율과 맥 빠지는 가창으로 인해 윤곽만 잡은 채 끝나버린다. 타이틀감으로 거론되었다는 레게리듬 기반의 'Love me'는 포인트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나 다른 트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질 뿐, 전체 흐름을 깨는 이질적인 메인 신스루프로 인해 통일성을 해치고 만다. 괜찮은 구간을 찾자면 역시 타이틀곡 'Black'이다. 아프리칸의 정취가 느껴지는 이국적 퍼커션, 어쿠스틱과 디스토션이 교차하는 기타 사운드는 자신을 웅변하기에 더 없는 무대장치다. 노랫말과 멜로디 또한 어느 수록곡보다 명징한 덕분에 주제의식이 가장 명확히 다가온다. 힘에 부쳐하는 젊은 날의 자신에게 내미는 '예쁘다'라는 손은 현악세션을 통해 극대화시킨 서정성이, 대화하듯 건네는 말랑말랑한 가창과 어우러지며 의도하는 바를 적확히 나타낸다. 그럼에도 앞의 곡들과 큰 차별점을 갖지 못하는 '변하지 않는 건'은 지루하고, 이적과의 듀엣곡 '다이아몬드'는 좋은 의도와 달리 홀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전체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완성도에 있어 좋게 보기는 힘든 작품이라는 것엔 동의한다. 다만 이건 언급하고 싶다. 단순히 가창력을 이유로 본 앨범에 비판을 가하는 건 적절한가. 반대로 생각해, 그의 히트곡 중 노래를 잘해서 인기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 곡은 얼마나 되는가. 여러 복합적인 매력과 활동루트로 20년의 커리어를 이어온 그녀에게 있어, 이번 미흡함의 원인을 '가창력' 하나로 단정짓는 건 너무 일차원적이 아닌가 싶다. 그보단 음악과 가창법에 있어 방향을 잘못 설정한 프로듀싱에 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본인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음악적 역량의 한계를. 그래도 타인에 대한 과한 의존이 표절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던 2집과 4집에 비해, 발전적인 실패를 남겼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다. 주요 음원차트 순위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물간 취급을 받는 현 대중음악 신에서, - 소위 잘나가는 프로듀스진들과 함께 체면치레할 수도 있는 기회를 내려놓은 채 – 포장을 벗긴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가 일목요연하게 목격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전반적으로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다 비우고 만들었다던 본인도 은연중에 이번 시도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리라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역으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트렌드 세터'라는 페르소나를 이제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이로서 온전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아티스트로서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느낌이 든다. 스스로의 의도를 끝까지 믿고, 또 다른 갈래를 만들어 낸 그 행보에 대해선 퀄리티와 별개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이번의 시행착오가 다음을 위한 교두보가 되기를, 그리고 장기적인 음악활동을 위한 본격적인 시작점이 되기를. The Red Summer 레드벨벳 ★★★ by 이기선 우리 같이 오래 가요 레드 벨벳의 이번 앨범 가사를 찾아보다가 '빨간 맛' 노래 가사를 각 멤버 파트에 따라 색으로 분류해놓은 글을 보았다. '빨간 맛'은 크게 보면 각 멤버들이 한 번씩 돌아가며 부르는 절과 모든 멤버들이 합창을 하는 후렴구로 이루어진 곡인데 독특한 점은 후렴구가 특별한 화음 없이 유니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훅의 멜로디가 큰 임팩트를 주는 노래이고 랩 파트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벌스들이 눈에 덜 띄기 때문에 일률적인 합창으로 진행되는 훅은 묘한 감상을 준다. 각 멤버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레드 벨벳으로의 일체감에 더 중점을 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싱글 리뷰에서의 설명을 되풀이 하는 감이 있지만 '빨간 맛'은 좋은 곡이라는 사실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곡의 도입부부터 포인트(정확히 말하자면 후렴구 멜로디)를 확실히 부각시키는데 곡 구성과 완급 조절이 좋아서 훅의 멜로디가 잘 살아난데다가 후반부 웬디가 '그러니 말해' 하면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덕분에 드라마틱한 곡 전개가 완성되었다. 데뷔곡 '행복'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무난한 팝 노선을 택한 덕분에 거부감 없이 누구에게나 잘 들리는 노래다. 여타 수록곡들은 '여름'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미니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You better know'는 타이틀보단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택하면서도 후렴구를 통해 호소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이전 앨범의 'Little little'을 떠올린다. 'Zoo'는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EDM 음악을 과감하게 차용하는데 제법 잘 따라한 결과물이다. 레퍼런스 자체가 식상하고 뻔하다는 한계에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팝을 레드 벨벳의 목소리로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다가 들려' 역시 차분한 마무리를 하면서 레드 벨벳 앨범 특유의 완결성을 거둔다. 미니 앨범이라는 제약을 감안하면 수록곡들의 면면은 준수하다. 다만 '빨간 맛'외에는 대중의 관심도 차트 장악력도 약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앨범에 대해서는 준수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빨간 맛'의 여운이 너무 좋은 나머지 Russian Roulette >이 떠오르기도 하는 등 앨범 자체에 실망하는 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동안 레드 벨벳의 스탠스는 조금씩 달라진 듯하다. 바야흐로 걸그룹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가 다시 온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첫 출발하는 걸그룹의 태반은 허수였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탓에 이제 갓 데뷔하는 걸그룹이라도, 신생 중소기획사라도, 평균 이상의 인지도를 가진 인원 하나씩은 포함하고 있다. 한 그룹내의 팬덤이 멤버 전체에 고르지 않고 몇몇 멤버를 핵 삼아 기형적으로 형성되었고, 한정된 대중은 기존의 그룹들조차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걸그룹들은 지속적으로 데뷔하는 뉴페이스들을 상대로 파이 싸움을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미 파급력과 인지도가 충분한 레드 벨벳에게 급선무는 지속가능성의 획득일지도 모른다. 같은 소속사 출신 선배 걸그룹들에게 지금 당장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SM은 레드 벨벳의 지속적인 성공에 힘쓸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멤버 중 튀는 개인을 만드는 것보단 그룹 전체를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The Red Summer >는 레드 벨벳이라는 하나의 그룹에 방점을 더 찍는 앨범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타겟이 센세이셔널한 성공보다 롱런 자체에 있다면 The Red Summer >는 적절한 방향이다. 콘셉트 결정에 갈팡질팡하던 새내기 그룹이 어느새 소속사의 간판 걸그룹이 되는 3년이라니, 시간이 새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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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요리사 이번 회차??????싶었던 백종원 맛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