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owney Jr.
그가 없는 집 안은 고요했다.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다 티비를 켰다.
티비에선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언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속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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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분이 좋은지 인터뷰어의 질문에 여유있게 답하며 이 쪽을 향해 환히 웃었다.
오늘은 무슨 파티라고 했더라. 무슨 기업, 아니 경제 뭐였던가.
액정 너머 그가 있는 곳엔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이 잔뜩 모여 술잔을 부딪쳤다.
내가 있는 곳도 저 곳에 비할 만큼 화려했지만
머물고 있는 사람은 늘어진 티셔츠를 주워입고 쪼그려 앉은 나 하나 였다.
바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개 유학생이던 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인 그와 사랑에 빠지고,
이런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기까지의 모든 것에 감사했고
이 것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은 기회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주제를 잘 알아서, 나는 될 수 있는 한 그가 원하는 모양새로
그가 원할 때까지 곁에 머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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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있었어, 자기? 보고 싶었어. 정말 너무 피곤해서 다 때려치우고 오고싶었다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집으로 돌아온 그는 소파에 가만 앉아있는 나를 한번 끌어안고는,
입고있던 자켓을 벗었다.
여지껏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다시 없을 만큼 그를 사랑했고, 사랑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세간의 시선과 비난 속에서
하루하루 나를 집어 삼켜가는 지독한 고독감과 싸우기엔 너무 지쳐버렸다.
- 로버트, 나 할 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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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그건 침대에서 들으면 안될까? 오늘 정말 힘들었어,
이번 행사에 내가 얼마나 신경썼는지 자기도 알지?
- 오늘이어야해요. 잠깐이면 되고.
옷을 풀어헤치고 침실로 들어가려던 그가 나를 한 번,
바닥에 놓인 커다란 캐리어를 한 번 바라보더니
내 곁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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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짐은 다 뭐야? 어디 나 몰래 여행이라도 가려던 참이었어?
자기 집에 다녀온다는게 오늘이었나?
눈치 빠른 그가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단지 피곤한 일을 피하고 싶다는 얼굴로 나를 달래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 헤어져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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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또 뭘 잘못했을까. 하여튼 내가 문제야, 그치?
이유를 말해줘. 내가 미안해.
- 너무 힘들어. 외롭고, 이젠 지쳤어요. 그만하고 싶어요 전부.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무릎 위에 놓인 내 손등을 쓸었다.
그리고 한참 말을 고르는 듯 입을 달싹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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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와. 천천히 생각해보자.
가족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와서..
-그걸로 될 리 없단거 알잖아요.
단호한 내 대답에 그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 처음부터 우리는 어울리지 않았어.
그의 지친 얼굴에 나는 기어코 하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꺼냈다.
커다란 공간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무겁기만한 침묵은 계속되었고, 견디지 못한 나는 캐리어 손잡이를 붙들었다.
잘있어요.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평소 말이 많은 그의 침묵이 낯설었다.
그러자 곧 이 모든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고, 나는 더욱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대충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여미고
현관을 향해 발을 뗐다.
가지마.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서두르던 발걸음을 붙들었고,
제발
등 뒤에선 낯선 애원이 계속해서 날 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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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 혼자 두지마.
Mads Mikkelsen
짙은 갈색의 낡은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몇년간 들락거리던 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앞에 서면 늘 두렵고 떨렸다.
작게 목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 쪽에선 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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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약속 시간을 깜빡 했던가?
- 아니에요, 제가 이르게 왔죠.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던 그가 이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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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계에서 유명한 심리학자였고,
나는 그를 존경해 먼 이국땅까지 날아 온 학생이었다.
여러 해 동안 그의 밑에서 배웠고,
근래 몇년 간은 그의 일을 도와왔다.
처음 그를 존경했던 마음은 오랜 시간을 지나 사랑으로 바뀌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마음을 전했다.
그때의 그도 오늘과 같이 잠시 놀란 표정을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당겨 안았다.
그 이후로는 특별히 힘들 것이 없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예의 바른 남자였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와의 만남은 언제나 좋았다.
하지만 그 것은 잠시 뿐이었다.
그에게는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가 없었다.
모두에게 친절했고, 모두에게 상냥했지만 결국 전부 거기까지였다.
나는 갈수록 그의 진심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그 것 때문에 우리는 종종 언쟁을 벌였지만 나는 사랑하는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것이 건강한 관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더 집착하기 전에, 더 매달리며 서로를 갉아먹기 전에 멈춰야만했다.
지금 저녁 먹기에는 시간이 좀 이른데.
- 사실 할 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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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는 얼굴이긴 하네.
- 그래서 상담을 좀 받으려구요.
그러자 그는 쥐고있던 서류들을 내려놓고 내 앞으로 와 앉았다.
테이블 하나를 두고 앉은 우리는 정말 상담자와 내담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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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얘기 해 봐.
평소 그의 상담을 도울 때는 내담자들이 술술 자신의 얘기를 하는게 신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오랜 시간 묵혀온 자신의 이야기들을 그렇게 할 수 있는걸까.
그런데 이 자리에 앉아 그를 마주보니 거짓말처럼
모든 말이 하고 싶어졌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그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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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당신의 걱정인가보죠?
싱긋 웃으며 되물어오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자 그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계속해보라는 듯 손짓했다.
- 그런데 그만큼 불안해요.
안그러려고 하는데 그 사람 속을 알 수가 없어서 자꾸 혼자 좋지않은 상상을 해요.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배드엔딩이죠.
![[고르기] 헤어지자고 했을 때 붙잡는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5/9/0/5904972a94665f1fb554710147e96ac2.gif)
그 사람은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랄거예요.
왜냐하면 그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 알아요. 그는 저를 사랑하고있죠.
전부 아는데, 근데 너무 괴로워요.
점점 더 미쳐갈까봐. 그래서 그에게 온갖 추한꼴을 보일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요.
괜찮아요, 그 사람이 당신을 도울거예요.
- 그래서 그 사람에게 저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왔어요.
부디 서로를 놔주자고 하기 위해서요.
금세 표정이 굳은 그가 나를 가만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랑한다는 말도,
그의 믿으라는 말도 전부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
- 처음이자, 마지막 상담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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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아직.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잖아.
- ...
이제 내 차례야. 상담은 네가, 환자는 나지
- 선생님.
![[고르기] 헤어지자고 했을 때 붙잡는 남자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file3/2018/01/30/e/6/2/e622ef06d83630aa93a788fff63ddf76.gif)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그녀가 제 마음을 알아 줄 지,
떠나지 않을 지 알려주세요, 선생님.
막이슈에 글 처음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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