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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315
이 글은 8년 전 (2017/8/18) 게시물이에요




오늘 쓴 일기는 세 곡을 듣고 썼어요.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나 들을 수 있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들으면서 읽는 것을 추천해요.






첫 번째 곡.

Driver - the eye of truth












오늘은 구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당신의 집 앞으로 찾아가요. 빗방울로 당신의 창문을 두들겨도 나를 반겨줄 거죠 | 인스티즈

밤의 양탄자를 타고 가서
귀뚜라미 호각을 불러
너를 불러내고 싶다.

어지러이 놓인 별자리를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며
다시 한번 귀뚜라미 호각소리에 맞춰
난잡한 댄스를 너와 추고 싶다.

새벽에 내릴 이슬을
먼저 선수쳐 너와 함께
드링킹하고 싶다.

상쾌하다며 웃는
네 산뜻한 얼굴도 보고 싶다.
너와 실컷 놀고

엉망이 된 몰골로 돌아온 나는
씻지도 않은 채 너와 놀던 시간을
회상하며 잠들고 싶다.

- 웅포와 설레었던 초기에 -








두 번째 곡

eery - her











오늘은 구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당신의 집 앞으로 찾아가요. 빗방울로 당신의 창문을 두들겨도 나를 반겨줄 거죠 | 인스티즈

너와 지긋이 마주 보고 있을 때면
가슴속에 날아다니던 나비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와 너의 주위를 맴돌고.

너의 머리칼에 한번,
너의 어깨에 한번,
후-하고 불듯 귓불에 한번,
너의 입꼬리에 쪽- 한번.

그렇게 놀다가
수줍은 듯 네가 미소를 지으면
참을 수 없어.

기어코 내 입에서는
꽃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우르르 쏟아진 꽃들을 보며
나는 당황하지. 그렇고말고.

너는, 그런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웃다가
꽃들을 주워 엮는다.

꽃다발을 만든다.

아아-
내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베길 사람.

- 사랑 송 -








오늘은 구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당신의 집 앞으로 찾아가요. 빗방울로 당신의 창문을 두들겨도 나를 반겨줄 거죠 | 인스티즈

오늘은 구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당신의 집 앞으로 찾아가요.

빗방울로 당신의 창문을 두들겨도
양해 바라요.

내가 창문으로 찾아가도
당신은 창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를 반겨줄 거죠.

젖을 염려도 감기에 걸릴 걱정도 없이
잠옷 차림으로 나를 꼭 껴안아 줄 거죠.

사나운 번개가 치기 전에
무서운 천둥이 치기 전에
나를 다독여줄 거죠.

- 먹구름 떼의 습격을 받은 날 -








세 번째 곡



Garden City Movement - move on
















오늘은 구름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당신의 집 앞으로 찾아가요. 빗방울로 당신의 창문을 두들겨도 나를 반겨줄 거죠 | 인스티즈

작열하는 여름낮의 볕.

교실 창가 쪽 자리에 앉은 나와
내 뒷자리에 앉은 너.

에어컨이 고장 났다며
벽 쪽으로는 오지도 않은 선풍기에
반 아이들은 모두 의지를 할 때에
나는 땀으로 등이 젖지 않길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쉬는 시간이면 축구를 차고 와서
땀을 흘리는 네가 앉으면
섬유 유연제 냄새와
네 땀 냄새가 섞여 훅 끼쳐 오고
나도 모르게 들뜬 깊은 숨을 들이켜.

자갈처럼 도르륵 도르륵,
여러 친구들과 떠들길 좋아하는
네 대화소리를 훔쳐 오듯 듣다가.

수업시간이면 너의 말 하나하나를
다시 한번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했어.

네 대화를 좀도둑처럼 훔쳐 들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너였고.

어째서인지 이 좀도둑의 마음은
안도하는 마음보다, 서글픈 마음이 들 들 때도 많았지.

내게 말 붙일 일이 있을 때면
쉬는 시간에도 내 등을 꼭 찌르던 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움찔하는 등을 보고선
넌 한 번도 빠짐없이 즐거워했어.

언제부터는 수업시간에
등에다 낙서를 휘갈기는데
처음에는 기함하며 놀랐지만
언제부터는 또 적응했지.

사실 담담하진 않았지만
네 무딘 손끝이 내 등에 닿아
유영하는 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아.

한 번은, 대뜸.

좋아.

하고 주어없는 단어를 등에 써서 어찌나 놀랬던지
머리를 묶은 내 목덜미가 발갛게 달아오는 것을
본 것이 틀림없어.

숨도 쉬지 못하고 있으니
뒤이어 그려진 물음표.

그 물음표 하나에 나는 기운이 쭉 빠져버리고
콧잔등이 시큰해졌지.

“ 숨 쉬어”

하고 나직이 웃는 네 목소리에
나는 멍청하게 가쁜 숨을 내 몰아쉬었고.

분명 화가 난 게 틀림없는 목소리로 네게 다그쳤어.

“좋아?”

미소를 짓던 네 입꼬리가 떨리며 내려가고
나는 네가 뭐라 말하려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등을 돌려 책상에 고개를 묻었지.

그 뒤엔 다른 친구와 자리까지 바꿔가며
너를 피해버렸어.

여름에 작열하는 빛.

그 여름의 빛이 뜨면
모든 땅에선 아지랑이가 올라와,
아른거리며 사람의 눈에 띄어.

나 또한 여름의 볕을 받은 땅처럼
아지랑이를 피워
네 눈에 아른거렸을 나였을 텐데.

열받은 여름의 볕처럼
네게 화닥거렸어.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미안해.

많이,

많이 아쉬워.

보고 싶어.

- 늦은 봄, 그 후 -











--

노래 듣고 들떠서 썼어요 ㅎㅎ
평소 쓰던 느낌은 아니라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일기 한편 읽는다 생각하고 읽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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